자신의 방이 없던 초등생 둘째딸에게 우리 방을 내주기로 했습니다.
그 방에 책상과 책장 그리고 이층침대를 들여놓기로 하였습니다.
이층침대는 고등학생인 큰 딸과 같이 쓸 수 있게 하고
우리 부부가 근 이십년간 쓰던 침대는 버리기로 하였습니다.
"아빠! 서랍에는 무얼 넣을까, 어떤 책을 꽂을까?"
딸아이는 가슴이 떨린다며 무척 좋아했습니다.
우선 우리 부부는 쓰던 침대를 주차장에 갖다 놓기로 했습니다.
침대를 버린다는 대화를 듣던 딸은 놀라는 듯했습니다.
"엄마! 이 침대 버리는 거야?"
"아빠! 이 침대 정말 버려야 돼? 그냥 안방에 놓고 쓰자, 응?"
아내와 저는 번갈아가면서 버려야만 되는 이유를 설명했고
침대를 맞잡고 막 현관문을 나서는 순간,
울먹이는 딸의 목소리가 제 뒤통수에 머물렀습니다.
"침대야! 잘 가. 그리고 편안히 쉬어."
딸에게는 곁의 것들이 떠나는 경험이 생소했을 겁니다.
언젠가는 갖고 놀던 인형이 넘쳐나 버린 적이 있었는데
그때에도 며칠을 울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별!
세상을 살다보면 어찌 물건하고만 이별을 하겠습니까?
이제 딸아이는 하나씩 버리고 놓는 연습을 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 이선희 님, '침대야! 잘가. 그리고 편안히 쉬어'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