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한국연극연출가협회 젊은 연출가전 극단 광대모둠의 조지 오웰 작 최해주 각색 연출의 동물농장
공연명 동물농장
공연단체 극단 광대모둠
원작 조지 오웰
각색·연출 최해주
공연기간 2014년 8월 21일~24일
공연장소 성수아트홀
관람일시 8월 21일 오후 8시
성수아트홀에서 2014 한국연극연출가협회의 젊은 연출가전 극단 광대모둠의 조지 오웰 작, 최해주 각색·연출의 <동물농장>을 관람했다.
<동물 농장>(動物農場, Animal Farm)은 영국의 작가 조지 오웰이 1945년에 출판한 풍자 소설이다. 표면적인 내용은 한 농장에 살던 동물들이 주인을 쫓아내고 직접 농장을 운영하지만, 결국은 부패하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동물 농장>에는 소련의 전체주의에 대한 비판과 풍자가 들어 있다. 그래서 반공주의소설로 오해받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 재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소설 속에서 벌어지는 많은 일들은 실제로 이오시프 스탈린이 집권하던 소련에서 생긴 사건에 기반한다. 조지 오웰은 한동안 영국독립 노동당(ILP)의 당원이기도 했던 좌파였지만 스탈린에 대해서 비판적이었고 스페인 내전에 참가한 이후로는 소련 중심의 공산주의에 대해 의심을 품게 되었다. 오웰이 우크라이나어판 서문에 쓴 '지난 10년 동안 나는 사회주의 운동의 재건을 위해서는 소비에트 신화를 파괴하는 일이 근본적으로 필요하다고 확신하게 되었다.'라는 문장에서 그의 집필의도를 알 수 있다. 그는 소련의 성립부터 소련이 가진 결함을 간파하였고 결국 소련의 붕괴에 의해 그의 시선이 옳았음이 증명되었다.
조지 오웰은 이 작품에서 카를 마르크스와 블라디미르 레닌을 메이저 영감에, 스탈린은 독재자 돼지 나폴레옹(Napoleon)에, 그의 반대자 트로츠키를 경쟁자 돼지인 스노우볼(Snowball)에 비유했다. 스탈린의 비밀 경찰은 개, 옛 소련 공산당의 당원은 돼지로 비꼬았다. 또한, 쫓겨난 황제 니콜라이 2세는 농장주 존스(Jones)로, 스탈린을 광신적으로 따르는 우매한 민중은 양, 종교는 까마귀에 비유했다. 그러나 굳이 '동물 농장'의 상징을 러시아 혁명과 소련으로만 한정할 필요는 없다. 나폴레옹을 아돌프 히틀러, 스노우볼을 에른스트 룀, 스퀼러를 요제프 괴벨스로 보아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어느 시대, 어느 정치에서도 그러한 인물들은 존재할 것이고, 그것은 근원적인 비극이면서 동시에 '동물 농장'이 가지는 현재적 의미이다.
오웰은 제2차 세계 대전 직후 영국의 친소적 분위기 때문에 이 소설의 출간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서문에 쓴 바 있다(이 서문은 후에 발견된 것으로 원 작품집에는 없다). 오웰의 책들을 출간해주던 골란츠 출판사는 소련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추종하였으므로 당연히 거절하였고 조나단 케이프사는 영국 관리의 전화를 받고 출판을 철회했다. 페이버 앤드 페이버 출판사와 미국 출판사 한 곳 역시 명료하지 않은 이유로 거절하여 결국 섹커 앤드 와버그 출판사에 의해 간신히 출간되었다.
동물 농장은 오웰의 작품 중 유일하게 유머가 가득한 작품으로 봐도 좋은데 이것은 그의 부인 아일린 오쇼네시의 영향이라고 한다. 오웰은 그녀와 이런저런 의견을 교환하면서 동물 농장을 썼고 그 결과로 드물게 대중친화적인 작품이 나올 수 있었다. 오쇼네시 사후에 지어낸 1984는 동물 농장에 비해 훨씬 어두운 분위기로 가득 차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미군정의 의뢰로 1948년 김길준(金吉俊)에 의해 처음으로 번역되어 소개되었다.
무대에는 영상으로 <동물농장(Animal Farm)>이 아닌 <동물공장(Animal Factory)>이라는 자막이 투사된다. 제약회사 사무실로 여러 개의 탁자와 의자가 배치되고, 무대 왼쪽에 창고, 오른쪽에 등퇴장 로가 있다.
도입에 객석에서 주인공이 휴대전화로 통화를 하면서 계단을 내려와 무대로 올라선다. 무대 전면에 서서 동물 가면을 쓰면 막이 열리고, 대부분 가축으로 구성된 동물들의 모습이 그들의 요란한 움직임과 함께 모습을 드러내고, 운동권 시위대가 흔히 부르는 노래가 배경음악으로 깔려 흘러나온다. 돌연 정장을 하고 무기를 든 인물들이 등장해 이들을 진압하고, 마스크를 쓴 주인공을 강제로 끌고 퇴장하면, 등장인물들이 마스크를 벗고 무대는 제약회사의 사무실로 변한다.
사무실 풍경이 잠시 펼쳐지면서 리모컨으로 천정에서 몇 가지 사규가 걸린 소형 간판이 내려온다. 내용은 모든 사원은 기업의 경영진을 배제하고, 사원은 동지적 관계로 사규를 지키며, 신분의 고하가 없이 일체 평등하고, 상호 경어를 쓴다는 등, 조지오웰이 쓴 이상적 사회주의 공동체의 구호가 눈길을 끈다. 말단 여사원이 리더 격이자 연장자이며 뚱보인 사원에게 하대하지 말고, 경어를 써달라고 요구한다. 뚱보는 마지못한 듯 동의하지만 불쾌한 기색을 감주지 못한다.
동물공장에 새로운 연구발표회가 열리고, 한 여사원이 식물관련 연구 개발 서를 낭독한다. 사원들이 갈채를 한다. 그런데 뚱보가 나서서 동물나라에서 식물연구가 웬 말이냐며 폭력을 가하고, 기업의 끄나풀이라며, 그녀를 회의장 밖으로 몰아낸다. 향후 그녀의 행방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세월이 흐르면서 사회주의 공동체가 그렇듯이 사업이 날로 번창하고 있다며 자랑하듯 발표를 하지만, 실제로는 사업이 지지부진하고, 사원들의 월급을 제때에 지급을 하지 못하거나, 봉급 액을 깎기까지 한다. 게다가 회사 일에 반대를 하거나, 항의를 하는 사원은 정장을 하고 무기를 든 사원들이 나타나 린치를 가하고 끌고 나간다. 이런 반대자에게 제재를 가하도록 상부에 보고를 하는 인물은 늘 뚱보이고, 뚱보에게 아첨하는 사원만, 사원은 일체평등하다는 사규 구호와 상관없이 차츰 지위가 상승된다. 실제로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사원인 주인공은 결국 아첨꾼 후배와는 달리, 뒤진 자리에 앉아 아첨꾼 후배에게 고개를 숙이는 처지가 된다. 보다 못한 말단 여사원이 자리를 박차고 회사를 뛰쳐나간다. 그냥 자리를 지키던 주인공도, 당치않은 명목으로 징계대상이 되어, 정장한 인물들에게 린치를 당하고 쓰러지고, 출연자들이 각종 가축의 가면을 쓰고, 몸을 흔들다 정장한 인물들이 발사한 총에 맞아 쓰러지는 장면에서, 운동권의 주제가와 함께, 연극은 끝이 난다.
다만 영어자막은 <동물공장(Animal Factory)>으로 써놓고, <동물농장(Animal Farm)>이라고 한 연극제목이나, 또한 이 연극에서 사회주의 공동체와 다름없는 회사에서, 사원을 질타하고 징계할 때 “이 빨갱이” 운운하는 것보다, “기업의 끄나풀”이나, “첩자”, 또는 “배신자”로 부르는 것이 극의 맥락 뿐 아니라, 조지 오웰의 작의와 일치한다.
강정우, 김다솔, 노태현, 박현진, 서지원, 송길호, 신준혁, 오현채, 이창훈, 전성하, 편준의 등 출연자의 호연과 열연은 그들의 발전적 장래를 예측케 한다.
조연출 황자영, 무대감독 차승호, 무대디자인 김진홍, 조명디자인 채동훈, 소품 권도연, 의상 이하나, 등 제작진의 열정도 드러나, 극단 광대모둠의 조지 오웰 작, 최해주 각색·연출의 <동물농장>을 성공작으로 만들어 냈다.
8월 21일 박정기(朴精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