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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은 목공이나 도공같이 손으로 물건을 만드는 전문 기술인을 두고 쓰는 말이다. 그러나 이러한 업 자체를 홀(忽)하게 이를 때 이들에게 미장이 옹기장이처럼 '장이'란 말이 붙는다. 막치의 그림을 그리거나 악기 연주나 노래하는 사람을 환쟁이 풍각쟁이라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것은 책과 글을 가까이하는 문인에 비해 손놀림 위주의 기술인을 천시하는 오래된 통념의 잔재로 보인다. 지금도 책과 지식에 관련된 인문학보다 예체능 분야를 자녀가 업으로 선택하기를 바라는 부모가 많지 않다. 과학기술 분야인 이공계 기피현상도 마찬가지라 할 것이다. 그러나 대문에다 악귀를 쫓는 신장(神將)의 형상을 그린 종이인 '문비(門裨)를 거꾸로 붙이고 환쟁이만 나무란다'는 속담도 있고 보면 책읽기를 하면서도 책맹(冊盲)이 많듯이 학문을 한답시고 공부하기에서도 학맹(學盲) 또한 많지 아니한가? 그런 의미에서 사대부나 문사를 자처하는 문인들도 아래와 같은 장군멍군 식의 대화를 '장이'로 불리는 기술인과 나눌 수 있다면 이들이야말로 상호가 수준급을 넘는 예술인이자 학문하는 사람들이 아닐까. 장자의 천도 편에 다음과 같은 일화가 나온다. 제나라 임금 환공이 대청에서 책을 읽고 있는 것을 본 목수 윤편이 느닷없이 질문을 던지는 장면이다. '감히 묻습니다만 읽고 계신 책에는 무슨 말이 있습니까?' '성인의 말씀이 적혀 있다.' '그렇다면 거기에 씌어진 것은 옛사람의 찌꺼기가 아니옵니까?' '목수인 너가 무엇을 안다고…. 그 연유를 말하지 못하면 무사하질 못할 것이다.' '소인은 저 자신의 일에 비추어 여쭈어 본 것입니다. 수레바퀴를 깎는데 헐거우면 바퀴가 빠져나오고 실하지 못하고 빡빡하면 굴대가 구멍에 들어가질 않습니다. 굴대와 구멍이 꼭 들어맞아야 하는데 이것은 호흡을 잘 맞추어야 되는 것입니다. 소인이 자식에게 이 비결을 깨우쳐 주려 하고 싶지만 말로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나이 일흔이 되도록 이 일을 소인이 직접 하고 있습니다. 옛사람도 참으로 중요한 대목은 말로써 표현하지 못한 채 죽어버린 것이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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