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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사적저녈-사모스섬과 에페수스
성서사적지 저널 3
제목: 사모스섬에서
날짜: Mon, 27 Aug 2001 09:25:43 -0400
시카고를 떠난지 꽤 되었네요.
나이가 들수록 시차적응이 어려움을 다시 절감하는 나날이랍니다.
아직도 전화는 못했구요. 아시다시피. 뭐 꼭 찿으면 할 수는 있겟지만, 단체로 움직여서 좀 힘들군요.
개인시간은 스케줄이 다 끝나는 저녁식사 이후인데(7시 30분) 그때가 되면 우체국은 물론이고 상점도 다 문을 닫거든요.
참 이곳 아테네는 신기한 곳이랍니다. 저녁 8시만 되도 모든 상점이 문을 닫아요. 문을 연거라고는 고급 레스토랑이나 바정도.
일반 마켓은 철시를 하지요. 그래 뭐 필요한게 있으면 낮동안에 미리 사두어야 하는데, 저희같이 아침부터 유적지로 돌아다니면 그것도 힘들군요.
오늘은 묶던 호텔에서 짐을꾸려 공항으로 나왔어요. 새벽에. 사모스섬에 가는 비행기는 프로펠러 비행기. 오랫만에, 수년전에 인도의 델리에서 방갈로레에 갈때 프로펠러 비행기를 타보고 오늘이 처음이군요. 프로펠라 비행기는 정말 비행하는 기분을 느끼게 해줘요.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사모스 섬은 에메랄드빛 에게해위에 그림처럼 떠 있더군요. 터어키의 영토인 소아시아 연안에 있는 셈이지요. 이곳 사모스 섬의 저희가 묶는 호텔 바로 옆이 비취입니다. 호텔안에 풀장도 있고. 오늘은 뭐처럼 호사스럽게 지내는 날인가 봅니다. 터어키에 입국하는 지점인 쿠다이시로 가기위해서는 사모스섬에서 하루를 자야하는데, 사모스섬은 일급 휴양지라 이렇게 고급호텔이 아니면 잠 잘 자리가 없나봅니다. 원님 덕에 나발 부는 셈이지요. 지금 비취에 나가기 전에 자판을 두드리고 있지요. 에게해의 짙푸른 바다가 제방 창문너머로 보입니다. 오늘은 다른 일정이 없답니다. 하긴 아테네에서 여기까지 오는것만 해도 피곤은 넉넉하니까. 지금이 저녁 5시니까 슬슬 나가서 수영을 할까 봐요,...
성서사적 저널 4
발신: "박태원" <banyasim@yahoo.com>
제목: 에페수스
날짜: Tue, 28 Aug 2001 15:02:59 -0400
오늘은 아침부터 바쁜 일정이었습니다.
6시 반부터 식사를 했으니까요. 호텔을 떠난 시간은 7시 15분. 어제 룸메이트가 타운에 나가서 장을 봐왔거든요. 포도주(비노 따볼라-집에서 만든 하우스 와인) 한 병과 복숭아, 자두 그리고 놀라지 마세요. 글쎄 커다란 문어를 한 마리 사왔지 않겠습니까? 지중해 국가에 오면 이 문어를 반드시 먹어야 한다나! 자기는 그릴로 구운 문어를 먹고 왔지만 호텔에 혼자 있는 저를 위해 사왔다는군요. 안식년을 시작하고 이곳에 오기까지 줄곧 채식만 했기에 고기가 달갑지 않았지만 성의를 생각해서 조금 먹는 척 했지요. 삶아서. 그 냄새란... 어휴~~~
사모스 섬에서 터어키의 쿠다이시로 가는 뱃길은 지중해라서 파도도 없이 잔잔한 물길이엇습니다. 물빛이 참 좋더군요. 쿠다이시에 도착해서 비자수속등을 하고 대기하고 있던 버스에 올라 직접 에페수스로 향했지요. 터어키라는 나라도 대단해요. 무조건 입국하는데 요금이 10달러, 비자 수속하는데 45달러를 징수하는군요. 물론 한국 국적을 가진 사람은 비자가 필요 없으니까 45불은 제가 벌었지요. 가끔 이렇게 미국인들이 불이익을 당하는 것을 보는 것도 기분이 괞찮군요.
터어키의 경제는 형편이 없는가 봅니다. 달러당 환율이 얼만지 아세요? 놀라지 마세요.
1달러당 1,400,000 터어키 리라 랍니다. 어떻게 일반인들이 살아가는지 궁금해집니다. 안내인이 조언하기를 터어키 리라로 환전하지 말라고 하더군요. 그냥 달러를 쓰는 것이 낫다고. 그리이스에서는 호텔의 수도에서 나오는 물을 마셔도 되지만 이곳 터어키에서는 반드시 병에 담긴 물을 사먹어야 된다고 몇 번이나 다짐을 하더군요.
물은 큰 병 아마 1.5 리터 일겁니다. 큰 병 하나에 1달러 입니다. 터어키의 유적을 다 돌아보는 내일은 배타고 다시 그리이스의 사모스 섬으로 돌아가기 전에 카페트 공장에 안내해준다고 합니다. 아마 그곳 상인들과 무슨 계약이 있겠지요. 전에 인도의 자이라푸라(델리에서 약 3시간 거리) 에서 카페트를 수공업으로 만드는 공장에 갔다가, 개인적으로 앉아서 기도할 수 있는 작은 로그를 하나 산적이 있는데, 내일 봐서 하나 더 사려고 합니다. 그때 100 US 달러를 지불했는데, 여기는 어떨지... 짐이 점점 많아지는군요. 인도에서 샀던 것은 다른 사람에게 주었거든요
터어키 특산이라는 "라키" 술을 샀는데 그리이스의 "우조" 와 거의 같은 맛이라 실망했습니다. 우조라는 술은 영화 “그랑 블루” 에서도 나오고 “기차는 8시에 떠나네” 라는 아네스 발챠의 그리이스 노래에도 나옵니다. 둘 다 포도주를 증류해서 식물의 향을 첨가한 꼬냑류의 것입니다. 좀 독하긴 합니다. 우조가 40도 라키는 45도.
우리가 둘러본 에페수스(에페소) 유적은 같은 이름으로 건설된 세 번째 도시라고 합니다. 바다에 연해 있었는데, 강이 운반하는 실트(고운 점토)가 자꾸 차서 항구가 페쇄 되고, 도시도 따라서 이동하고 그런 과정을 거쳤답니다. 세 번째의 에페수스는 두산 사이의 계곡과 평야지대에 건설된 로마도시입니다. 테라코타로 구운 파이프를 사용해서 상수도시설을 만들었고요. 도시의 메인도로 주변에는 죽 돌기둥이 늘어서서 지붕을 바치고, 그늘을 만들었네요. 이곳은 나무 한그루 없어서 유적을 돌아보는 2시간여나 땡볕아래서 좀 지쳤습니다.
한번 확인을 해보아야 확실할 것 같은데, 로마의 한 황제를 기념해서 지은 작은 신전의 입구에 공 모양의 지구가 있었는데, 안내인의 이야기로는 기원후 2세기에 벌써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알았다는군요. 이 지식은 그 후 잊혀졌다가 갈릴레오가 재발견했다고 합니다. 제가 꼭 믿지는 못하겠고...
전체 도시 중에서 인상적 이었던 것은 도서관입니다. 원래 개인집이었는데, 그 주인이 희사했다고 합니다. 개조도 하고. 당시 제일 큰 도서관은 알렉산드리아(이집트), 파트모스(요한이 요한계시록을 저술한 장소로 알려져 있습니다), 에페수스에 있었지요. 도서관의 입구에는 지혜의 신인 "미네르바" 의 조각상 4개가 서있습니다. 지혜, 지식, 등등을 여인의 상으로 의인화했군요.
4번째 에페수스도시의 끝자락에 마리아 교회의 폐허가 있습니다. 본래는 로마의 이교신을 모시는 바실리카엿는데 개조하여 성당으로 썼답니다. 바로 이곳에서 431년에 에페소 공의회가 열립니다. 그리고 "그리스도의 어머니" 이냐 "하느님의 어머니" 이냐를 두고 열띤 논쟁을 벌인끝에 "하느님의 어머니- 테오토코스" 라는 칭호가 승리를 거둡니다. 하지만 이 말은 잘 이해할 필요가 있지요. 문자 그대로 하느님을 낳은 어머니로서 마리아가 더 높다라는 뜻이 아니라, 예수가 하느님이라는 측면을 강조하여 하느님의 어머니라는 칭호를 선택한 것이지요.
또 하나 대단히 인상적인 것은 스타디움입니다. 영화 글라디에이터와 같은 검투사들의 생사를 건 혈투도 소포클레스의 비극도 이곳에서 이루어졋지요. 규모가 어마어마 합니다. 에페수스가 로마제국의 세 번째 큰 도시라는 규모에 어울리게 위락시설도 대단하더군요. 도시로의 인구 밀집화는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도시에 위락시설이나 편의시설, 사람들의 activity 가 많으니 자연히 사람들이 몰려들 수 밖에 없겠지요.
다음으로 간곳은 성. 요한 성당의 폐허입니다. 아시다시피 대중적인 요한신심은, 예수님에게서 가장 사랑받았던 제자와 요한복음을 쓴 사람, 그리고 요한 계시록을 쓴 사람들 모두를 하나의 인물에 투사합니다. 특히 요한복음의 말미에 예수님이 마리아를 요한에게 의탁한 전거에 의해, 요한이 에폐수스로 왔으므로 당연히 마리아도 함께 왔을거라고 믿는거지요. 요한은 이곳에서 죽어서 묻혔다고 합니다. 파트모스로 유배갔던 요한과 복음의 요한 모든 것이 짬뽕입니다. 4세기에 지어졌고 6세기에 개조되었습니다.
에페수스는 기존의 항구가 예전의 도시처럼 실트로 막히고 지진으로 파괴되면서 버려지게 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오늘 저녁에는 많이 피곤하군요. 오늘 새벽 4시에 일어났거든요. 바닷가에 가서 거닐고, 기도하고 그러다가 식사하고 곧바로 이곳 터어키로 왔더니 무척 피곤합니다. 게다가 오랫만에 어제 수영까지 해서 그런가 봅니다. 내일은 디디야마로 갑니다. 거리가 꽤 되니 가는데만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군요. 디디야마는 에페수스에서 한참 남쪽입니다. 모기도 많다고 하는군요. 그럼 내일 다시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