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사로운 햇살이 마당 가득히 넘쳐난다. 개울 건너편 매실 밭에도 차 밭에도 햇살이 화사하다. 코끝에 봄기운이 아롱대는 것 같다. 거실에 들여놓은 춘란이 하얀 망사고깔을 벗고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한다. 뒷산 개울가, 자주 찾던 그곳에도 갯버들이 이제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으리라.
하동시장에 나가보니 달래를 파는 곳이 많다. 검정비닐봉투나 바구니에 담겨진 싱싱한 달래가 한껏 입맛을 당긴다. 초장에 무친 달래의 아릿하면서도 새콤한 맛이 떠올라 입에 침이 고인다. 한 뭉치 사서 돌아서는 발길이 가볍다. 마치 작은 행복 한 뭉치를 산 것처럼 기분이 좋다.
대부분 시장에서 달래라고 파는 것은, 굳이 이름을 정확히 하자면 산달래라고 부르는 것이 맞다. 내가 산 것도 산달래이다. 그러나 산달래가 산에서만 자라는 것은 아니어서 산달래라는 이름은 다소 생뚱맞아 보인다. 그래서 달래에 비해 키가 큰 산달래를 큰달래 혹은 돌달래라 하기도 하고, 반대로 키가 작은 달래를 애기달래라고 부르기도 한다.
달래와 산달래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달래는 높이 5~12cm까지 자라며 잎은 1~2개 달린다. 높이 40∼60cm에, 잎이 2~4개 달리는 산달래에 비하면 볼품이 없다. 넓은 달걀 모양인 땅속 비늘줄기도 산달래의 것이 좀 더 크다. 꽃에서도 차이가 있다. 달래가 4월에 꽃줄기 끝에 붉은빛이 도는 흰색꽃을 소박하게 1~2개 매다는 것과 달리 산달래는 5~6월에 10여 송이를 장식등처럼 화려하게 매단다.
특이하게 산달래는 꽃의 전부 또는 일부가 개화되지 않고 대신 작은 주아로 변하기도 한다. 주아는 땅에 떨어지면 발아해 새로운 개체를 만든다. 꽃을 피워 유성생식도 하고 주아를 만들어 무성생식도 할 수 있으니 번식에 좀 더 유리하다고 할 수 있겠다. 잎은 줄 모양이며 밑 부분이 잎집을 이룬다. 잎의 단면은 삼각형이고 윗면에 홈이 파여 있다.
달래는 냉이와 함께 대표적인 봄나물의 하나이다. 날 것으로 무침을 해먹거나 된장찌개에 넣어 먹거나 다른 재료와 섞어 전을 부쳐 먹기도 한다. 달래에는 무기질(칼슘, 인, 철, 나트륨, 칼륨) 외에도 비타민(A, B1, B2, C, 레티놀, 카로틴, 나이아신)이 골고루 들어 있어 이른 봄철 비타민이 부족하거나 기력이 떨어져 쉬 피로감을 느낄 때에 먹으면 좋다. 불면증에도 좋다.
달래는 포기 전체에서 마늘 맛 특유의 매운 향이 난다. 때문에 마늘을 대산(大蒜)이라고 하는 것에 대해, 달래를 소산(小蒜)이라 하여 땅속 비늘줄기를 한방에서 약재로 이용한다. 잎은 주로 봄철에 나물로 먹지만 땅속에 들어 있는 비늘줄기는 잎이 마를 때가 가장 실하므로, 음력 5월 이후에 채취해 마른 모래에 묻어 서늘한 곳에 보관하거나 말린다.
「동의보감」에서는 소산(小蒜)에 대해서, ‘성질이 따뜻하고[溫](열(熱)하다고도 한다) 맛이 매우며[辛] 독이 약간 있는데 이 약 기운은 비(脾)와 신(腎)으로 들어간다. 속을 덥히고 음식이 소화되게 하며 곽란으로 토하고 설사하는 것을 멎게 하고 고독을 치료한다. 뱀이나 벌레한테 물린 데도 붙인다.’ 고 적고 있다. 협심통에 식초를 넣고 끓여서 복용하면 효과가 있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