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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이야기... 스크랩 광주요 조태권 회장 전통 증류식 소주 ‘화요(火堯)’
9기 김병규 추천 0 조회 728 11.02.11 12:53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 ‘화요(火?)’를 숙성할 때 사용하는 대형 항아리를 살펴보고 있는 광주요 조태권 회장. 
지난 10월 2일 광주요그룹이 만든 전통 증류식 소주 ‘화요(火堯)’가 정부 주관 ‘제1회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에서 증류식 소주부문 대상을 받으며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술로 선정됐다. 광주요가 지난 2004년 ‘화요’를 본격 생산하기 시작한 지 6년 만에 이룬 쾌거다. ‘화요’는 지난 2007년 영국 런던에서 열린 국제주류품평회(IWSC)에서 동상을 수상했고 이듬해인 2008년에는 세계유명주류경연대회인 몽드셀렉션에서 금메달을 수상하는 등 이미 해외에서 그 품질을 인정받은 바 있다. 국내 품평회에서 ‘화요’가 소주부문 대상을 수상함으로써 명실공히 국내 최고의 전통주로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다.
   
   ‘화요’의 성공 뒤에는 우리 전통방식을 계승하고 이를 현대화하는 데 공을 들인 광주요 조태권(62) 회장의 경영 철학이 숨겨져 있다. 조 회장은 지난 1988년부터 당대 최고의 도자기 전문가로 평가받던 부친(고 조소수 선생)의 가업을 이어받아 광주요를 경영하기 시작했다. “최고의 도자기를 만들어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자”는 게 조 회장의 생각이었지만 도자기의 고급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우리 음식문화 전반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아무리 좋은 식기를 만들어도 몇 천원짜리 한식이 주류인 우리 식문화가 개선되지 않는 한 최상의 도자기가 갈 곳이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고품격의 음식문화를 만들어야 거기에 수반되는 음식, 식기, 술, 분위기 등도 가치를 부여받게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주로 음식을 담는 식기 생산에 주력해온 그는 이때부터 음식산업 전반으로 사업영역을 넓혔다. 외국 음식에 비해 싸구려 취급을 받아온 한식에 가치를 부여하고 이를 통해 세계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것. 이러한 열정을 품고 그는 자신이 30대의 젊은 나이에 해외에서 무역업 등을 통해 벌어들인 막대한 재산을 모두 쏟아붓기 시작했다.
   
   
   “화요에 6년간 200억 투자… 이제야 결실”
   
   한식 문화의 가치 창조에 올인하고 있는 조 회장을 지난 10월 5일 경기도 여주의 ‘화요’ 공장에서 만났다. 165㎝의 작은 키에 백발인 조 회장은 먼저 술 제조공장으로 기자를 안내했다. 공장 문을 열고 들어서자 효모가 발효되면서 나는 시큼한 곰팡이 냄새가 코를 찔렀다. 술을 마시지 않아도 금방 취기가 느껴질 정도로 알코올 성분이 가득했다. 경기도 여주군 가남면 은봉리 소재 술공장은 3만㎡(9000평)의 부지 위에 발효 시설, 숙성 창고, 사무실동이 듬성듬성 들어서 있었다. 지하 숙성 창고로 내려가자 보통 사람의 키만한 수백 개의 대형 항아리가 눈길을 끌었다. 그곳에는 세계적 첼리스트 요요마(YOYOMA)의 클래식 연주가 흐르고 있었다.
   
   조 회장에 따르면 ‘화요’는 최고급 수준의 음식과 최고의 식자재에 걸맞은 전통술이 있어야 한다는 판단에서 출발했다. 조 회장은 지난 6년간 200억원을 투자해 주류업에 뛰어들었고 지금도 적자를 메워가며 자신과의 싸움을 계속하고 있었다. 조 회장은 “내가 재산이 많지 않았다면 이런 무모한 도전은 하지 않았을 거다. 광주요를 맡고 음식에 손을 댄 이상 우리 식문화를 세계화하자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모든 걸 던지기로 마음먹었다. 그동안의 노력이 결실로 나타나고 있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외부 강연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우리 음식문화의 세계화를 촉구해 왔다. 도자기, 음식업, 주류업 등 광주요가 하고 있는 모든 사업에는 이런 철학이 그대로 배어 있다. ‘화요’는 만드는 방식부터 남달랐다. 우리쌀 100%를 원료로 전통방식에 따라 발효를 한 뒤 증류를 하는 것은 다른 주류의 제조과정과 같지만 숙성과정에서 우리 전통 옹기를 도입한 부분이 특색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위스키, 코냑, 와인 등이 숙성과정에서 오크(Oak)통을 사용하는 반면, 화요는 대형 항아리를 이용하고 있었다. 오크통은 술을 3번 정도 숙성하고 나면 폐기해야 하지만 흙으로 빚은 옹기는 반영구적으로 사용이 가능하다는 장점 때문에 선택했다고 한다. ‘화요’ 숙성에 쓰이는 옹기는 중국에서 OEM(주문자상표부착) 방식으로 만드는 것으로
   
   1개당 가격이 40만~50만원 정도다.
   
   “옹기는 공기가 잘 통하기 때문에 술을 숙성시키는 데 있어서 가장 효과적인 용기다. 또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선조들의 지혜에서 내가 빌린 부분이다. 지하 숙성고에 음악을 켜둔 건 항아리 속의 술 분자를 살아 움직이게 하는 데 음악이 효과가 있다고 해서 도입했다.”
   
   
   “돈보다 중요한 것은 가치를 만드는 것”
   
   화요공장에도 일부 주류를 오크통에서 숙성하고 있지만 실험 결과 항아리의 숙성 효과가 더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오크통에서 3년 정도 숙성된 술은 ‘태조’라는 브랜드를 달고 해외 유명 위스키와 경쟁할 수 있도록 최고급으로 제조해 약 2만병을 한정 생산할 계획이다. 화요 공장에선 요즘 대중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막걸리도 생산한다. 주로 일본에 수출하고 있는 막걸리 ‘낙낙(樂樂)’은 소주를 만들기 위해 쌀을 발효할 때 원액을 뽑아내 만든다.
   
   주류 사업 진출 이후 조 회장에게는 운도 따라주고 있다. 좋은 술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가장 중요한 원료 중 하나가 바로 물인데, 우연한 기회에 공장부지에서 지하 암반수를 찾아냈다. “공장을 짓는 과정에서 어떤 물을 어떻게 공급할 것인지 고민이 많았는데 지하수를 파는 과정에서 땅 속이 암반인 걸 발견했고 150m 정도 파고 들어가자 깨끗한 암반수가 솟구쳤다.”
   
   화요는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싱글몰트 위스키처럼 블렌딩을 하지 않은 채 원액으로 제조를 하기 때문에 직원들 사이에선 ‘싱글 라이스’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현재 화요는 17도·25도·41도 세 종류를 생산, 판매하고 있으며 내년 매출 5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기업들도 화요의 상품성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최근 일부 기업에서 막대한 자금을 제시하며 매각을 타진해 왔지만 조 회장은 응하지 않았다고 한다.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치를 만들어 그게 영원히 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지금 이 사업을 팔면 그동안의 노력이 모두 수포로 돌아간다. 우리 음식문화가 세계적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이 길을 계속 갈 것이다. 그게 내 숙명이다.”
   
   
   식기세트 ‘모던라인’ 청와대 납품
   

 

광주요가 만든 식기세트 ‘모던라인’도 최근 청와대 국빈 만찬용 식기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모던라인은 2008년부터 광주요가 심혈을 기울여 연구하기 시작해 올초 완성한 백자 식기세트다. 조 회장이 직접 흙을 배합했고 유약도 독자적으로 개발했다. 모던라인은 청와대 납품 경쟁에서 “여백의 미와 유백색의 순결함을 식기로 재현해 한국의 아름다움을 식탁에서 느낄 수 있게 만들었다”는 호평을 받았다. 이번에 청와대에 납품한 모던라인은 한식·양식 코스용 만찬세트 등을 포함해 모두 160세트다. 영부인 김윤옥 여사는 대통령 관저에서 사용하는 모던라인을 ‘달항아리’라는 애칭으로 부를 정도로 강한 애착을 보인다고 한다.
   
   순백색의 모던라인은 화려하지 않고 어찌보면 단조롭다. 하지만 백자가 풍기는 그윽한 이미지가 음식 본연의 모습을 돋보이게 해준다는 게 조 회장의 설명이다. “지금 세계 식문화 트렌드는 기술적 요소와 예술적 요소를 결합해 하나의 예술로 승화시키는 게 대세다. 기존에는 음식의 맛과 화려한 도자기에 의지했다면 요즘은 음식 자체를 어떻게 돋보이게 할 것인지를 고민한다. 그런 측면에서 과거 프랑스 등에서 많이 사용했던 화려한 도자기의 시대는 가고 순수한 백자가 각광을 받고 있다. 백자는 스스로 빛나지 않으면서 음식을 돋보이게 해주는 최고의 식기다.”
   
   모던라인은 청와대뿐만 아니라 국내외 최고급 식당에서도 납품 주문이 줄을 잇고 있다. 국내에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지하에 있던 한식당 ‘무궁화’가 전망이 좋은 38층으로 확대 이전하면서 모든 식기를 광주요의 백자로 바꿨다. 이에 앞서 세계적 프랑스 요리 전문가 코리 리(Corey Lee)가 미국 샌프라시스코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에도 광주요에서 제작한 식기가 납품돼 미국 유명 요리잡지의 표지를 장식하기도 했다.
   
   조 회장은 “최고의 음식을 담는 식기는 당연히 최고의 품질이어야 한다. 그런 생각으로 백자 식기세트인 모던라인을 만들었고 지금 국내외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컬러도 없고 문양도 없지만 음식을 살려주기 때문에 앞으로도 큰 인기를 끌 것”이라고 말했다. ‘모던라인’이라는 최상품의 백자를 만들어낸 데도 화요와 마찬가지로 매년 수억원의 적자를 보면서도 투자를 계속해온 조 회장의 고집과 철학이 녹아 있다.
   
   
   ‘싸구려 한식’ 취급 더이상 안돼!
   
   조 회장이 전 재산을 털어가며 이처럼 음식 관련 산업의 고부가가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사업적으로 승산이 있다는 신념도 있지만 우리 문화의 세계적 상품성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의식주 중에서도 문화를 선도하는 측면에서 보면 음식이 갖는 중요성은 상당하다. 업계에선 음식 문화가 국제적 경쟁력을 갖추면 그에 따라 식당, 식기, 술, 음악 등 유관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조 회장은 “우리는 지금 문화산업에 있어서 매년 100억달러 이상의 적자를 보고 있다. 유수한 전통을 갖고도 이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고급스러운 음식을 만들고 거기에 우리 스스로 가치를 부여하기 시작하면 일본 스시도 제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음식세계화는 내 숙명… 한식당 재도전”
   
   그는 전통에 대한 재해석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 전통은 일제강점기에 많이 왜곡됐고 서구문화가 여과없이 유입되면서 정체성이 약화됐다. 미래는 가치의 경쟁시대다. 그런 측면에서 문화의 가장 기본이 되는 음식문화를 개선해야 한다. 1인당 소득 3만~4만달러 시대를 여는 열쇠도 여기에 있다. 단, 전통은 무조건 과거의 것이어야 한다는 생각은 잘못이다. 우리의 생활과 함께 계속 진화되고 있는 현재 모습이야말로 우리가 중시해야 할 전통이다.”
   
   조 회장은 유럽과 중동지역에서 무역업을 통해 상당한 재산을 모았다. 사업가로 소위 ‘잘나가던’ 그가 국내에서 도자기 사업을 시작한 것은 모친 때문이었다. 1988년 부친이 사망하고 나서 실의에 빠진 어머니를 기쁘게 해드리겠다면서 가업인 광주요 운영을 맡은 것이다. 사업을 시작한 뒤 식기로 유명한 나라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조 회장은 “음식문화의 선진국은 식기와 술도 최고급을 사용한다”는 점을 발견했다. ‘더 맛있고 더 품위있게’ 음식을 먹으려는 인간의 욕망이 선진국일수록 강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래서 도자기뿐만 아니라 음식업과 주류업에도 뛰어들었다. 하지만 음식문화 전반으로 손을 뻗으면서 적자가 누적됐고 줄지 않을 것처럼 생각했던 막대한 재산도 바닥을 드러냈다.
   
   “적자를 이기며 여기까지 온 건 가치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신념 때문이었다. 청와대에 우리 식기가 납품됐고 지난주에 ‘화요’가 최고의 평가를 받았다. 직원들의 사기도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최고를 만들었기 때문에 실패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지금부터는 시간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게 중요하다. 음식문화에 있어서 새로운 이정표를 만들고 싶다.”
   
   조 회장은 사회 지도층이 한식의 가치를 부여하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면서 20~30년 뒤 우리 경제를 견인할 새로운 코드로 주저없이 음식산업을 꼽았다.
   
   조 회장은 ‘화요’가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내후년에 보다 과감한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 강남에서 운영하다 경영난으로 문을 닫았던 최고급 한식 전문점 ‘가온’도 내년에 재오픈을 준비하고 있다. 중국에서도 잠시 문을 닫고 있는 ‘가온’을 다시 오픈할 계획도 세워두고 있다. 이번엔 단순한 한식당이 아니라 홍삼삼계탕 전문점으로 새로운 도전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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