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락하는 사법부의 정의 ◆
수도권 법원의 한 판사가 스토킹 범죄 피의자 등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그 사유로 “아파트 자가 보유” “경제적 여력이 있다” 등을 밝혀
논란이 예상되고 있어요
형사소송법상 구속영장 발부 기준은 범죄의 중대성, 증거인멸 염려,
도망 염려 등 세 가지이지요
해당 판사는 이 가운데 ‘도망 염려’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피의자의 생활 형편’을 고려한 것으로 보이고 있어요
그럼에도 법조인들은 “법원이 범죄 피해자들의 심정을 고려하지 않고
피의자의 상황만 기계적으로 따진 것 같다”고 말했지요
50대 남성 A씨는 지난달 27일 경기 일산 한 식당에서 술을 마시다가
식당 주인을 강제로 추행하려고 했어요
근처에 있던 식당 주인의 남편이 이를 제지하자
A씨는 소주병을 들어 큰 소리를 지르고 갑자기 바지를 내려
성기를 노출하는 등 소란을 피웠지요
이어 A씨는 가위를 집어들어 찌를듯이 위협하면서
식당 주인을 밀쳐 넘어뜨렸어요
경기 일산동부경찰서는 112 신고를 받은 현장에 출동해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지요
경찰은 이튿날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검찰도 같은날 구속영장을 청구했어요
이 과정에서 A씨는 전과 11범으로 조사됐지요
특히 1년 전 저지른 범죄로 인해 이 사건 당시 집행유예 기간이었어요
하지만 법원은 지난달 29일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지요
영장실질심사를 맡은 김모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부장판사는
기각 사유로 “증거 수집이 돼 있고, 도주 우려가 없어 보인다”면서도
“(A씨는) 아파트를 자가로 소유하고 있으며
사회적 유대 관계가 있다”고 밝혔어요
또 김 판사는 같은날 스토킹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기도 했지요
30대 남성 B씨는 지난해 7~11월 옆 건물에 사는 피해 여성을
지속적으로 스토킹 한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됐어요
B씨는 집 창문 너머로 피해 여성의 모습을 몰래 촬영하거나,
피해 여성의 집 안에 몰래 들어가 불법 카메라를 설치한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지요
김 판사는 B씨에 대한 구속영장도 기각하면서
“(B씨는) 사회적 유대관계가 있으며 부모의 도움을 받고 있다.
현재는 (피해 여성이 살고 있는 곳과) 다른 지역으로 이사갔다”고 밝혔어요
이어 “(B씨는) 피해 배상을 할 의사를 강하게 표명하고 있으며
그럴 경제적 여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지요
김 판사의 구속영장 기각 사유를 두고 법조계에선
“자가 명의로 아파트를 보유했다거나 경제적인 여유가 있다는 이유로
구속시키지 않는다면, 고통을 당한 피해자들은 거리를 활보하는
피의자 때문에 두려움 속에 지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요
한 법조인은 “똑같은 범죄를 저질렀지만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피의자는
구속시키겠다는 것인가”라면서 “돈 있고 집 있는 사람들을 위한
황당한 판결”이라고 말했지요
형사 사건 전문인 한 변호사는
“전과 11범인 피의자가 ‘자가 보유’를 이유로 구속을 면한 건
이례적”이라면서 “제2, 제3의 범죄가 발생하면 법원이 그때 가서
뭐라고 할 지 궁금하다”고 했어요
그러나 청주지법 판사들은 달랐지요
간첩단 ‘충북동지회’ 사건 피고인들이 5번째로 낸 법관 기피 신청을
재판부가 “소송 지연 목적이 명백하다”며
판단을 다른 재판부로 넘기지 않고 즉각 기각했어요
1심 선고 날짜도 2월 법관 인사가 나기 직전으로 잡았지요
판결을 다른 재판부에 떠넘기지 않겠다는 것이지요
피고인들에게 적용된 혐의는 2017년부터 북한 공작원 지령을 받아
지하 조직을 결성한 뒤 지역 인사를 포섭하고 국가 기밀을 탐지했다는 것이지요
재판부로서도 이런 중요 재판을 더는 미뤄선 안 된다고 판단했을 것이지요
이 사건 피고인들은 그동안 위헌 심판 신청, 법관 기피 신청 등
온갖 재판 지연책을 동원해왔어요
피고인 4명중 3명이 뭉쳐 3차례 법관 기피 신청을 내고,
나머지 1명이 따로 기피 신청을 내는 ‘쪼개기 신청’ 수법까지 썼지요
신청이 기각되면 항고·재항고를 반복했어요
그 사이 재판은 중단됐고 피고인들은 구속 기간 만료와 보석 등으로
다 석방됐지요
도저히 재판이라고 할 수 없는 지경이었어요
이들 뒤에는 간첩들을 옹호하는 민변 변호사들이 포진하고 있지요
현행법엔 재판 지연 의도가 명백한 법관 기피 신청은
해당 재판부가 바로 기각하고 재판을 진행할 수 있게 돼 있어요
이 사건 피고인들이 낸 신청도 여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지요
하지만 그동안 재판부가 판단을 다른 재판부로 넘기고,
그 판단까지 늦어지면서 재판이 심각하게 지연된 것이지요
사건을 맡은 재판부가 처음부터 신청을 바로 기각했다면
이 상황까지 오지는 않았을 것이지요
다른 간첩단 사건도 마찬가지 였어요
피고인들은 법관 기피 신청과 국민참여재판 신청 등
온갖 수단 동원해 재판을 지연시키면서 이미 다 풀려났고,
1심 재판도 언제 끝날지 알 수 없지요
그러다 보니 제주 간첩단 사건 피고인들은 재판 한번 안 받고 다 석방됐어요
판사들이 각종 신청에 대한 결정을 미루고
재판도 형식적으로 하면서 벌어진 일이지요
얼마 전엔 제주 간첩단 사건 피고인들이 기소된 지 9개월 만에 열린
첫 재판에서 25분 만에 판사 허가도 받지 않고
무단 퇴정하는 일도 있었어요
감치 명령을 내릴 수 있지만 판사는 그냥 지켜봤지요
이게 사법정의 운운하는 판사들의 작태이지요
조금만 정치적 부담이 있는 재판이면 판사들이 재판 시늉만 내다가
인사 때 ‘도망’가는 일이 반복되고 있지요
재판 파행을 막고 사법 정의를 세우려면 판사들이 책임감을 갖고
단호한 모습을 보여줘야 하지요
이것이 사법부가 바로설수는 유일한 길이지요
-* 언제나 변함없는 조동렬 *-
▲ 북한 공작원의 지령을 받고 미국 스텔스 전투기인 F-35A 도입 반대 활동을 벌인 혐의를 받는
충북동지회 조직원들이 지난해 8월 2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위해 청주지법으로 들어서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