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수류화개님들의 바람여행 / 용눈이, 아부오름 ^^*

[운영자]

천년의 숲, 비자림에서 나와 그 곳으로 간다
다랑쉬 산비탈길을 따라 이동하다가..
환하게 드러낸 자태는 살아 꿈틀거리는 듯
바람 찬 날,
4월의 빛 발산되는 용눈이오름으로..



저 속으로 들어가기 전,
먼 발치에서 한 풍경으로 미리 만나보는 두 분
저 오름엔 또 어떤 조화가 기다리고 있을까..



속에 들어 있어도 탁 트여진 곳
이 너른 광경에 안개꽃 미소 피어나고..



사실, 이 날은 바람이라기 보다는 광풍이 불어대던 날이었다
이상기압으로 인하여 일본열도와 한반도에 걸쳐 엄청난 바람이 불던 날
차에서 내리자 마자 온 몸으로 헤집고 들어오는 차고 강한 바람에
일행분들 오름행을 포기할까 잠시 망설이기도 하셨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온 걸음, 아니 가면 후회될 길이라
마음 단단히 동여매고 바람과 함께 빨려 들어간다
항도 부산에서 바람을 몰고 온 여인들..ㅎㅎ



다랑쉬와 아끈다랑쉬를 배경으로..
아직까지는 견딜만 한 바람길에서
두 여인은 노루처럼 아직은 생생하다



그리고
드디어 용눈이 분화구를 만나고..
꿈에 그리시던 화구를 만난 감격에
이렇게 엎드려 절이라도 하시는 것일까나~~
바라보는 산적도 감개가 무량한 풍경..ㅎㅎ



아이고..이건 또 뭔 일이라예~
흡사 세 분이서 통곡을 하시는 것도 같고..ㅎㅎ
오름 경사면을 지나 능선에 서니
도저히 서 있을 수 없는 상황이라
부는 바람을 피하여 엉금엉금 기다가
저리 바람앞에 무너져 버린 세 분..

'제주도 바람이 원래 이래예?'

오름바람 사이사이로 배여져 나오는 깔깔 웃음소리
용눈이 부드러운 능선을 따라 굽이지고..



용눈이를 수십차례 올랐던 나로서도
이런 바람은 처음 맞아 본다
바람이 강하고 차서 싫다기보다는
오히려 경이로움에 가까운 바람..경이로운 경험이었다
가까스로 분화구 안쪽으로 피신을 한 일행분들
잠시 숨도 고르고
바람에 빼앗겼던 정신도 조금 차리고 눈을 뜨니
이런 세상도 참 좋더라

분화구속에서도 몰아치는 바람에
카메라도 정신을 못차려 흔들거린다



오름정상까지 걸어도 보고
능선따라 한바퀴 돌아도 보고 싶었지만
오늘은 바람이 이만큼만 허락을 해주신 날..
그래도 그만치의 감격으로 한라산을 향해 큰 절을 드리는 것일까?
마치 용눈이 전체를 날려버릴듯 한 바람에
그저 엎드려 있을 뿐..ㅎㅎ
저 아래 다섯님들은 서로를 붙들어 바람막이가 되어 주고~



여전히 바람은 쉬지 않지만 그래도 한결 편해진 자리
선 고운 오름비탈을 배경으로
여전히 눈을 뜨지 못 한 채
바람붙들고 한 장 남겨도 보고..

다음 목적지인 아부오름으로 향하는 차안엔
오름바람 품은 웃음소리 가득히 울려지고
태어나 처음으로 맞아보는 이런 바람에
영혼도 씻어지고 속도 시원히 뚫려지는 것 같다고..
그렇게 그 님들께로
제주의 바람은 '씻김'으로 불어주셨고..



용눈이보다 높이가 낮은 아부오름은 괜찮을거야..
거기도 바람이 세다 해도 괜찮아
까짖거 한번 더 맞아보지 뭘..ㅎㅎ
광풍에 휘둘리고 그 바람속
찰나의 순간 순간에 다가 온 쨔릿한 쾌감으로
이미 바람을 온전히 받아들이신 님들이라
이어진 아부오름행도 순순히 받아드리신다



그리고..다시 바람과



부둥킨 바람과 부둥킨 사람



불어오는 바람을 담아내는 아부오름 화구는 초연하여
날 보라 하건만
능선위에서 고개를 들지 못 하는 두 사람..ㅎㅎ



또 다시 바람앞에 눕는 사람들..ㅎㅎ



잠시 바람에 자유로워진 님들..
청명한 웃음소리 아부오름 능선위에 새겨 놓고~



저마다 머리수건 질끈질끈 동여매고..ㅎㅎ
자신에게 불어주는 혁명의 바람으로써
광풍 몰아부는 아부오름에 선 사람들..



산막에서의 첫 날 밤..
제주바람 원없이 쐬여보신 님들
곡주 몇 잔씩 주고 받으며
가슴속 화구에 아직도 맴도는 바람기 달래도 보고
속수무책으로 터지는 웃음소리 그 밤에 그득한데
고요히 들려오는 어느 님 흙피리 소리가 바람을 잠재우네~
저 밤에 찍은 사진들 여러장이었는데
곡주에 취하고 수류화개님들께 취하여
죄다 흔들렸어예~
딱 한 장 살아남은 흙피리 사진이 참 좋네요

바람을 몰고오신 여인분들과 함께
제주섬 오름바람에 취해 본 아주 근사한 날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