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과 월요일에는 새벽 미사를 드리려고 아침 6시에 일어납니다. 벌써 11월 하순이라 새벽 풍경은 캄캄합니다. 미사를 드리고 나면 이제 조금 밝아집니다. 새벽 공기가 참 좋습니다. 월요일 미사를 드리고 사제관으로 걸어오는데 문득 어머니 생각이 났습니다. 고백하자면 보좌신부 때는 새벽에 일어나질 못해서 무척 고생했습니다. 집에 계신 어머니는 늦잠 자서 새벽에 일어나지 못하지는 않는지 내내 안절부절, 좌불안석, 노심초사였습니다. 새 신부였을 때 대봉성당에서 보좌를 했었는데 주임신부님께서 매일 새벽 5시 반에 나와서 고해소에서 성사를 주라고 하셨지요. 새벽미사는 항상 당신 미사인데도 그렇게 요구하셨습니다. 깊으신 뜻이 있으셔서 그러셨겠지 라고 좋게 생각하려고 합니다.
요새는 안 깨워줘도 잘 일어난다고 자랑하고 싶은데 자랑할 어머니가 계시질 않습니다. 안 깨워줘도 잘 일어나네 하고 천당에서 흐뭇하게 웃고 계실테지요. 겨울이 되면 어머니 생각이 납니다. 2년 전 이맘때부터 음식을 못 드셨기 때문입니다. 그립습니다.
지난 주일, 우리 본당은 예수님을 왕으로 모시고 잔치를 하였습니다. 우리 본당 주보축일이었습니다. 다들 대단하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얼마나 정성스럽게 재료들을 다듬고 익히고 준비들 하셨는지요. 서로가 서로를 향하는 이런 마음과 정성들이 모여 아름답고 큰 잔치를 벌일 수 있었습니다. 준비하신 분들은 정말 수고하셨고 맛있게 드셔 주신 분들도 고맙습니다. 본당은 원래 이래 되어야 되지요?
이제 연중시기도 그리스도왕 대축일을 지내고 마지막입니다. 교회도 새로운 전례력을 곧 시작할 것이고 교구장님도 내년도 사목계획을 발표하셨습니다. 간단하게 대주교님의 사목 교서를 요약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내년과 내후년의 주제는 전례입니다. 우리는 주님을 전례 안에서 만납니다. 그리고 전례 안에서 하나가 됩니다. 세대 간, 성별 간, 계층 간의 갈등이 깊어지고 불통과 단절이 뚜렷해지고 관심과 간섭 사이, 독립과 고립 사이에서 중심을 잡지 못하여 자리를 잡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집니다. 하지만 전례는 고독과 고립으로부터 사람들을 해방시킵니다. 함께 모여 주님을 만나는 공동체의 소중함을 다시 생각합니다. 우리는 세상에 홀로 던져진 존재가 아니라 하느님, 피조물, 이웃과 함께 충만한 관계를 맺는 사람임을 전례 안에서 발견합니다.
그리고 전례는 지금 당장, 눈앞의 것에 매이지 않고 ‘그 이상의 것’, ‘더 깊은 차원’에 우리 정신을 일깨웁니다. 전례 안에서 삼위일체 하느님의 사랑을 본받고 그 사랑으로 세상 만물을 존중과 감사의 마음으로 바라보게 해 줍니다. 그렇게 모든 피조물과 함께 우리는 주님께 감사와 찬양을 드립니다.
우리 모두는 복음을 전하는 주체이고 우리 모두는 보편적 사제직에 부르심을 받았기에 기쁜 마음으로 전례에 참여하고 봉사하면 좋겠습니다. 어떤 직분을 맡든 간에 적절한 봉사에 우리는 참여할 수 있습니다. 독서 봉사를 할 수도 있고 해설 봉사도 할 수 있겠지요. 그리고 전례에 좀 더 풍성히 참여하기 위해 말씀의 초대에도 적극 임하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화요일마다 성경학교가 있고 성서백주간도 있고 렉시오 디비나도 있습니다. 말씀에 맛 들이면 전례가 더 풍요로워지고 그 안에서 살아계신 하느님의 말씀, 예수님을 만날 수 있습니다. 새로운 마음으로 대림절을 시작하면 좋겠습니다.
첫댓글 ..천당에 계시는 어머님께서 깨워주시지 싶습니다 신부님..^^
... '상동분도신학원'을 다니면서 모두들 더 바빠진게 사실이지만,
성경말씀이 늘 귀에 들려옴을 알 수 있습니다..
...뭔가 조금씩 달라져야 할 낀데,,,매일 하느님께 희망을 걸어봅니다.
어머님 그리워하는 마음에. 코끝이 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