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클라인 감상문
2024250160 홍준우
영화는 프랑스의 비시 정권 아래에서 살아가는 로베르 클라인이 동일한 이름을 가진 유대인 ‘클라인’을 알게 되면서 정체성과 윤리적 혼란을 겪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주인공 클라인은 유대인들이 헐값에 넘기는 미술품들을 사들여 파는 일명 예술품 중개인이다. 그는 직접적으로 유대인들을 혐오하거나 비난하는 모습을 보이지는 않으나, 유대인을 배척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암묵적으로 동의하며 이에 편승하면서 살아온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던 그가 동명이인의 로버트 클라인의 존재 때문에 유대인으로 의심받게 되며 결국 사회에서 소외되게 되는 결말로 이어진다.
내가 서양 역사에 대해 많이 알지 못해 영화를 온전히 이해하는 데는 약간의 어려움이 있었다. 유대인 대학살이라는 배경에는 그때의 사회적 맥락과 사상들이 존재했을 것이고, 그것을 알고 있어야만 영화에 이입할 수 있기 떄문이다. 그래서 나는 유대인 학살이라는 사건에 집중하기 보다는 주인공 로베르 클라인의 감정선을 따라가는 데에 주안점을 두었다. 클라인은 처음에는 자신에게 동명이인이 있다는 사실을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고, 금방 해결할 문제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점점 의심쩍은 증거들이 하나둘씩 주위에서 등장하게 되면서 자신의 사회적 혼란이 오는 클라인의 모습이 이 영화의 키포인트였다. 당연히 반유대인의 그룹에 속해있다고 믿었던 클라인이 하루아침에 유대인이라는 꼬리표를 달게 되며 자신이 암묵적으로 동의해왔던 사회적 기류가 어느 순간 화살로써 자신을 향하게 되었다. 클라인이 어떻게 자신이 동명이인의 클라인임을 수용하게 되는지 과정을 유심히 보면 자신이 속한 사회적 분위기와 환경이 얼마나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지 알 수 있다.
물론 클라인의 이야기는 극단적인 예시지만, 우리도 우리가 속한 사회에서 희생자가 나오는 것을 당연시 여기고 이를 아무도 비판하지 않으며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이는 버닝에서도 문재 삼았던 사회적 소외 계층과도 연관된다. 하지만 이 영화의 중요 메시지는 우리도 언제 어떻게 그 희생양이 될지 모른다는 것이다. 우리가 속한 사회의 화살은 언제나 누구를 향하고 있고, 여론은 특정 인물이나 그룹을 타켓팅하여 매장시킨다. 개개인의 의견은 대중매체나 SNS의 여론에 매몰되어 결국 하나의 기류로써 사회의 흐름은 작동된다. 우리도 언제든지 ‘클라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한 채, 여론에만 그저 흘러가기 보다는 사회의 맹점을 능동적으로 탐구하고 주체적인 의견을 내는 노력을 지속해야만 더 나은 사회로 발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