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을 여행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빼놓지 않고 들르는 곳이 있다. 바로, 하라주쿠[[原宿]. "동경 패션 1번지"라고 불리는 이곳은 항상 젊은이들로 넘쳐나는데, 특히, 주말의 하라주쿠 다케시타도리는 인파에 밀려 가만히 서 있기가 힘들 정도.
일본 젊은 세대의 취향을 파악하기 가장 좋은 곳이 하라주쿠이기 때문에, 나 역시 아무리 출장일정이 빡빡하더라도 하라주쿠만큼은 들렸다 온다. 일본에서 온에어 예정인 CF 회의를 마친 후 하라주쿠로 갔다. 1월 20일 토요일. 전날까지 날씨가 괜찮았는데, 아침부터 잔뜩 흐리고 가끔 빗방울도 떨어진다.
나는 호텔에서 택시로 하라주쿠로 이동했지만, 대부분은 JR을 이용, 하라주쿠역에서 하차한다. 1920년대에 세워진 하라주쿠역은 지금도 그 고풍스러운 외형을 간직하고 있다.
앞에 보이는 횡단보도를 건너면, 다케시타도리가 나온다. 다케시타도리는 다음에 시간나면 소개하고, 오늘 포스트는 횡단보도를 건너지 않는다. 대신, 하라주쿠역에서 오른쪽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메이지신궁[明治神宮]으로 연결된 진구바시라는 이름의 다리가 나오는데, 오늘 포스트는 바로 이 다리 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아래 사진에서 동그랗게 표시된 부분.
진구바시는 주말이면 코스프레 오다쿠들이 몰려드는 곳이다. 알고 계시겠지만, 코스프레는 옷을 뜻하는 코스튬(costume)과 놀이를 의미하는 플레이(play)의 합성어인 코스튬 플레이를 줄여서 부르는 일본식 영어로, 만화 주인공이나 대중스타들의 복장과 이미지를 그대로 흉내내는 걸 의미한다. 대충 이런 분위기다. 복장도 복장이지만, 저 구두 굽!
오늘 이야기는 그러나 코스프레가 아니고, 진구바시에서 길거리 공연을 하고 있던 어떤 밴드. 토요일, Fuzz라는 이름의 밴드가 자신들의 무료 라이브 공연을 홍보하기 위해 마침 진구바시에서 길거리 공연을 하고 있었는데, 멤버들의 열의가 보통이 아니다. 특히 베이스 기타는 그 모션이 거의 예술이다.
관객들은 이 밴드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바쁘고...
밴드는 더욱 신이나서, 거의 무아지경 상태에서 공연을 계속한다.
그리고 한쪽에서는 귀여운 모습의 코스프레 오다쿠 두 명이 쪼그리고 앉아, 계속 웃고 재잘거리면서 공연을 구경.
2007년 1월, 일본의 한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