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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회] 07
S#1. 서울 외곽 국도. 밤.
-혜원의 차 달린다.
-굽이를 돌자 멀리 신호등. 파란불.
-차 안. 아직 파란 불이지만 선재의 발, 브레이크 살짝 밟는다.
-파란 불이 노란 불로 바뀌고, 차가 서서히 서면서 신호등이 빨간 불로.
-차 안, 혜원이 잠결에 가볍게 뒤채듯 선재 쪽으로 돌아누우며 머리칼 쓸어넘기고 외투를 끌어 올린다.
-선재가 운전대 잡은 채로 돌아본다. 목을 빼고 자세히 보는 선재.
-땀에 좀 젖은 머리 사이로 눈썹 꼬리 위 반창고. 언저리가 좀 부은 듯. 손목에도 가느다란 피딱지와 불그레한 멍자국.
(서회장 집에서는 혜원도 미처 보지 못했던).
-파란 불로 바뀌면서,
-뒷차의 짧은 경적.
-선재, 얼른 정면 보며 출발. 이미 뭔가 부글부글 괴기 시작했다.
저 여자는 내가 볼 수 없는 곳에 있다.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내가 모른다.
S#2. 휴게소 앞. 밤.
-휴게소 인근에 오색등 번쩍이는 모텔들.
-혜원의 차가 들어와 서자,
-차 안,
-핸드 브레이크 올리고 잠바 벗는 선재.
혜원이 눈뜨고 고개 반쯤 든다.
혜원 : 벌써 두 시간 지났어?
선재 : 아니요. 40분 쯤 달렸어요. 여기는 송추라는 데구요.
-선재, 잠바를 말 듯이 접어 혜원 발치께에 놓고, 혜원, 두리번.
혜원 : 여기 좀 있다 돌아 가믄 되겠네. (다시 자려는)
선재 : 왜 다치셨어요?
혜원 : 어어,
S#3. 플래시 백.
-서회장 집. 마작패 세례 받는 혜원.
S#4. 차 안.
혜원 : 별똥별에 맞았어(무지 아팠어).
선재 : (안웃겨요)
혜원 : 안 웃기믄 말구.
선재 : 왜 댁으루 안가시구 저 부르셨어요?
혜원 : (새삼 외투 끌어올리며 눈 감는다) 내 맘이지.
선재 : (그런 줄은 아는데요)
혜원 : (눈 뜬다...) 집이라는 데가, 가끔은 직장 같을 때두 있단다. (다시 눈 감는)
선재 : (멍해진다. 그렇구나...)
혜원 : 넌 뭐라두 마시구 와.
선재 : 네.
-선재, 내려서 도어록 누르고 휴게소로.
S#5. 휴게소 안.
-선재, 스낵바에서 셀프서비스 물 마시며 생각에 잠겨 있다가 바지 뒷주머니에서 지갑 꺼낸다.
만원짜리 한 장과 천원 짜리 몇 개. 휴대폰으로 잔액 확인. 17만 몇천원...
S#6. 휴게소 앞.
-차 안. 혜원, 등을 세우고 불안하게 본다.
-휴게소에서 나온 선재가 모텔 쪽으로 가고 있다.
S#7. 모텔 프론트.
-선재가 조심스레 들어서자 프론트맨, 한쪽 귀의 이어폰 빼면서 본다(휴대폰으로 오락프로 보는 중이었다)
프론트 : 주무시게요?
선재 : 아니요, 한 시간 반 정도,
프론트 : 삼만원,
선재 : 젤 좋은 방은 얼마예요?
프론트 : 풀 옵션 오만원. 현금 결제 오천원 할인.
선재 : 미리 좀 볼 수 있어요?
프론트 : (이런 진상 귀찮지만 인터폰 집어든다) 잠깐 나와서 프론트 좀 봐라. 손님 안내 좀 하게.
S#8. 모텔 객실.
-프론트맨이 들어서면 불이 켜지고, 그 뒤 선재, 멈칫,
욕실문 열어보이는 프론트 맨.
선재, 들여다본다. 내심 놀란다. 아오... 욕실이 이렇게 커?
프론트 : (이 놈 숫보기네. 히죽 웃음) 월풀에 삼면 거울, 죽이지.
선재 : (뭔 소린지 모르겠지만) 아, 네,
-선재, 프론트맨 따라 방 안쪽으로.
S#9. 주차장. 밤.
-혜원, 등받이 세우고 앉아 있다. 어떡한다?.
S#10. 모텔 객실.
-붉고 푸른 조명이 번갈아 딤인 딤 아웃.
당혹스러운 선재. 프론트맨이 조명 리모콘을 조작하며 설명하는 중이다.
프론트 : 밝기는 이걸로, 분위기는 이걸로... 성인 채널, 인터넷 되고, 다양한 체위를 즐기고 싶으면 여기 앉아보던가,
선재 : (어휴, 한 손으로 마른 세수. 이건 아냐)
프론트 : 왜, 맘에 안들어? 아가씨 취향이 오성급 호텔?
선재 : 이런 거 없는 방은 없어요? 그냥 깨끗하기만 하면 돼요. 벌레나 쥐 같은 거 없구,
프론트 : (너 뭐냐는).
S#11. 휴게소 앞.
-모텔 쪽에서 급히 나오는 선재, 멈칫.
-혜원의 차, 없다.
-도로변으로 뛰어 나가 살피다가 전화기 꺼내는 선재.
-주변 둘러보며 통화하는 선재.
선재 : (전화) 어디세요?... (가고 있다는 혜원의 말에 급히 설명) 저, 방 잡았거든요? 이상한 거 없구, 깨끗해요.
집이 직장 같다 그러셔서 쉬게 해드릴려구요... 네?
S#12. 혜원 차 안.
-운전 중 혜원, 최대한 담담하려.
혜원 : 미안하다. 내가 잘못했어. 널 불러내는 게 아닌데...
나 지금 도망치는 거야. 너랑 그런 데 들어가기 싫어서. (끊는다)
S#13. 부근 버스 정류장. 밤.
-선재, 우두커니 서 있다.
-전광판. 다음 버스 39분 뒤 도착.
-핸드폰으로 버스 노선 검색한 뒤 터덜터덜 걷는 선재. 치미는 것 삼키는. 그런 데라니. 싫다니.
S#14. 혜원 차 안. 밤.
-혜원, 자신에게 하듯 허공을 향해 눈 흘긴다. 눈물 끼 보인다.
S#15. 혜원 거실/주방. 밤.
-혜원, 소파에 가방 놓고 주방으로.
-혜원, 냉장고에서 물병 꺼내 컵에 따르는데,
준형 : 늦었네.
혜원 : (멈칫, 본다).
-준형이 식당 쪽에서 보고 있다.
혜원, 그런 준형의 모습이 마치 기척도 없이 스르르 나타난 홀로그램 같다.
혜원 : (억지 웃음) 뭐가 늦어. 마작 모임이 늘 그렇지.
준형 : 차 한잔 갖다 줘. 서재. (돌아선다)
혜원 : (울컥. 갖다 줘?)
S#16. 준형 서재.
-준형, 괜히 소리내어 책상 위 정리하고, 혜원, 한 켠에 찻잔 놓는다.
준형 : (힐끗) 그거 뭐냐?
혜원 : 부딪쳤어.
준형 : 조심해. 누가 보믄 부부 싸움 하다 맞은 줄 알 거 아냐.
혜원 : (대꾸하기 싫어 나가려는데)
준형 : 행동 조심하라고.
혜원 : 무슨 말이 하구 싶은데?!
준형 : 무슨 말이냐니. 말 그대로지.
혜원 : 영우한테 맞은 거야! (나간다)
준형 : (엥?)
S#17. 거실.
-혜원, 소파의 가방 집어들고 서재로. 준형, 바짝 따라가며.
준형 : 그래서 지금, 나한테 화내는 거야?
혜원 : 화 안냈어.
준형 : 근데 말투가 뭐 그러냐?
혜원 : 말투가 뭐.
준형 : 누가 들음 내가 영우한테 당신 때리라구 시킨 줄 알겠다!
혜원 : 남이 보믄! 누가 들으믄! 그게 중요하지 당신은.
준형 : 말꼬리 잡지 마!
혜원 : (홱 돌아선다) 그러니까,
준형 : (움찔)
혜원 : 이게 지금, 당신한테 위로 대신 야유나 받을 일이야? 이만큼 사는 댓가루, 던지구 때리믄 얻어맞아야 하는 게?
준형 : 누가 시켰냐?! 너두 명품 걸치구 부자들, 셀럽들 상대하면서 이거 저거 다 누리구 싶어 자청한 거지! 싫으믄 관두던가!
혜원 : (허) 그래. 관두지 뭐. 이 집! 내 일! 당신 교수 자리! 다 토해내구 아무 것두 없던 20대루 돌아가지 뭐.
그럴 수만 있다믄 나두 좋겠어. (들어간다)
준형 : 너나 돌아가!
S#18. 서재.
-혜원이 문을 소리 나게 닫고,
S#19. 거실.
준형 : 넌 그러구 싶겠지! (돌아선다)
S#20. 준형 서재.
-준형, 들어와, 책상 위 찻잔을 쓸어 버릴 기세로 팔을 올렸다가, 이를 악물고 참는다.
S#21. 혜원 서재. 밤.
-책상 모서리 짚고 서서 화를 삭이려 애쓰는 혜원.
-멍하니 앉아 있는 혜원. 이 마음은 뭘까? 이 분노와 두려움의 정체는?... 혜원, 문득 등을 세운다.
-마우스 움직이며 화면 보는 혜원.
-화면 속, 여성 포털 사이트. 커뮤니티 이름들 쭉. 건강 교육 생활 정보 등등, 화살표 움직이다가 ‘40대의 性’ 클릭.
-‘회원 전용. 로그인 하셔야만 보실 수 있습니다’ ‘가입 하기’
-혜원, ‘가입 하기’ 누를까 말까.
-핸드폰 진동음.
-선재 문자.
선재 소리 : 제 집 열쇠가 윗도리 주머니에 있고, 윗도리는 차 안에 있어요. 저는 지금 선생님 댁 앞에 있구요.
혜원 : (이런 실수를 하다니... 바깥 쪽을 보고는 핸드폰 든 채 나간다)
S#22. 차고. 밤.
-혜원, 차에서 선재 잠바 꺼낸다. 앞주머니 뒤져보고, 없어서 안주머니.
-손에 들린 열쇠 물끄러미 보는 혜원. 출입문 열쇠 하나 달랑 매달린 고리.
선재의 청결한 궁핍에 얼핏 눈물이 돈다.
바깥 쪽 본다. 꿀꺽 삼키는 혜원.
S#23. 혜원 집 앞. 밤.
-선재, 맞은 편 담벼락 앞에 서서 발끝으로 땅을 툭툭...
-현관문 열린다.
-선재, 멈추고 본다.
-옷만 던져지고 문 닫힌다.
-선재, 황당하다.
S#24. 거실 현관.
-문 손잡이 잡고 있는 혜원.
S#25. 혜원 집 앞. 밤.
-문 앞. 선재, 묵묵히 잠바 집어 두어 번 털고 입는다. 안주머니에 손을 넣어 열쇠 확인하는데,
-혜원 문자.
혜원 소리 : 니 껀 니가 알아서 챙겼어야지.
-선재, 더 황당하고 서운하다. 문을 보다가, 문자 찍는다.
S#26. 혜원 거실.
-현관. 혜원, 문자 본다.
선재 소리 : 제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어요. 같이 자자고 한 것도 아닌데.
-혜원, 피가 거꾸로 치솟는다. 빛의 속도로 문자.
S#27. 혜원 집 앞. 밤.
혜원 소리 : 몰라? 넌 내가 얼씨구나 따라 갈 줄 알았니?!!!
-선재, 역시 빛의 속도 문자.
선재 소리 : 말씀 드렸잖아요!
S#28. 혜원 거실.
-문자 치는 혜원.
선재 소리 : 집이 직장 같다는데, 선생님은 집에서두 쉬지를 못한다는데,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겠어요!
혜원 소리 : 허, 그게 다였어? 나더러 믿으라는 거야 지금?!!!
선재 소리 : 저는 백퍼 다 진심이예요!!!!!
혜원 소리 : 글쎄 니 진심이 뭐냔 말야!!!!!
선재 소리 : 다요! 전부 다!!!!! 사랑하니까, 언젠가는 같이 자기를 바라지만 오늘은 아니었어요. 힘들다구 하셨잖아요.
-혜원, 문을 확 열고,
S#29. 집 앞. 밤.
-혜원, 선재를 잡아 먹을 듯이 상체를 내미는데,
-선재는 없고,
S#30. 큰 길. 밤.
-골목에서 뛰어 나오는 선재.
S#31. 혜원 욕실. 밤.
-욕조 가득 거품 속에 들어 앉은 혜원. 무표정하게 턱 밑의 살을 집어 본다. 거품 속으로 손을 넣어 겨드랑이, 가슴...
나 늙어 간다. 그래서 내뺐는지도 몰라. 자신이 없어서. (이마의 반창고 그대로. 물이 닿을까봐)
-북받치는 혜원. 수도꼭지 올린다. 콸콸콸.
-끅끅, 울음을 삼키며 뱉으며...
S#32. 선재 방. 밤.
-선재, 입은 채 침대에 누워 손을 이마에 얹은 채 숨을 토해내고, 토해내고...
S#33. 혜원 침실. 아침.
-파우더룸. 까운 차림 혜원. 표정 없이 이마의 반창고 갈아 붙이고, 드레스 룸으로.
-잠옷차림 준형이 드레스룸 쪽을 힐끗 보며 욕실로.
S#34. 혜원 집 앞. 아침.
-빈 골목.
S#35. 혜원 침실.
-출근 차림 혜원, 내다보다 홱 돌아서서 침대 위의 외투를 집어들고 나가려는데,
준형 : 미안해.
혜원 : (흠칫 본다)
-파우더룸. 샤워 마친 준형이 머리를 닦으며 힐끗.
준형 : 화 내서 미안하다고.
혜원 : (사무적) 어, 뭐,
준형 : 당신한테가 아니라 나한테 화 낸 거야. 내가 부족해서 당신이 그런 수모를 당한다구 생각하니까.
혜원 : 됐어요.
준형 : (본다) 왜 갑자기 말을 높여. 사람 겁나게.
혜원 : (아차 싶어) 미안, 나두 화가 나긴 했나봐. 아침 먹어. 난 나가서 할 거야.
준형 : 누구랑.
혜원 : 영감님. 영우 문제루.
준형 : 선재 오디션에 올 수 있어?
혜원 : 아니. (나간다)
준형 : 화 풀어.
-혜원, 나가고, 준형, 수건 든 손 떨군 채 망연히 본다. 저 둘 사이...
S#36. 혜원 동네 어귀. 혜원 차 안. 아침.
-혜원, 운전하며 성마르게 통화.
혜원 : 너 뭐야? 아침 운동은 왜 걸러? 뭘 하기루 했음 꾸준히 지켜야지!
S#37. 선재 방. 아침.
-선재, 옥상 쪽에서 들어오며 통화. 한 손으로는 목에 걸린 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숨차다.
선재 : 화내셔서 피한 거예요.
S#38. 혜원 차 안.
혜원 : (부들부들) 뭘 피해! 오디션 곡은 마스터 했어? 카덴짜부터 감정 넣으믄 안된다구 말 한 거 명심하구 있니?
손열음이 대단한 건, 뜨거운 걸 냉정하게 읽어내서야. 그래야 진짜 뜨거운 게 나오지! 알아 듣니?...
뭐야, 왜 대답 안 해. 삐졌어? 아님 삐진 척 하는 거야? 너, 감히 나한테 밀당 하니?!
S#39. 선재 방.
-선재, 다락방 중간 쯤에서 통화 중.
선재 : 아니요... 손열음, 그 말씀은 알아 들었구요, 밀당, 그건,
(새삼 솟구치는 서운함. 누른다) 전 그런 거 해 본 적 없어요. 그런 말 하기두 싫어요.
S#40. 혜원 차 안. 아침.
혜원 : 연주나 잘 해! (끊고 헤드셋 빼내 던지는)
S#41. 선재 방.
-선재, 문자. ‘잘 할 거예요’ 썼다가 지우고, 전화기 침대에 던지고 내려간다.
-웃도리 벗으며 욕실로 들어가는 선재.
S#42. 욕실.
-물줄기에 손대고 있는 선재. 더운물이 나오기를 기다리면서.
혜원 소리 : 넌 내가 얼씨구나 따라 갈 줄 알았니?!!! 그게 다였어? 나더러 믿으라는 거야 지금?!!!
-선재, 정말 모르겠다. 더운 물이 나오는지, 아, 뜨거, 수도꼭지 돌려 온도 조절하고 바가지로 물을 퍼서 머리에 끼얹는다.
S#43. 식당 밀실. 아침.
-혜원이 혼자 기다린다, 핸드폰 슬쩍 보고는 묵음 설정.
-서회장이 들어온다. 혜원, 일어선다.
혜원 : 안녕히 주무셨어요.
서회장 : 어, 그래... (혜원 상처 힐끗) 괜찮냐?
혜원 : 대단치 않습니다. 제 불찰이 컸어요. 영우 성격 뻔히 알면서.
서회장 : 불찰은 무슨... 앉자.
혜원 : 네,
-종업원이 각자 앞에 죽 그릇을 놓아주고 물러난다. 죽그릇 옆에는 밤, 생고구마, 당근, 샐러리 등이 담긴 야채 접시.
-둘, 죽을 떠먹으며 이야기.
서회장 : 영우 대표직은 그대루 둬야겠지?
혜원 : (짜게 나오네. 웃음) 그럼요...
서회장 : 대신에 너 부대표루 승진 시키라구, 성숙이한테 말해뒀다.
혜원 : 감사합니다.
서회장 : 실망했냐.
혜원 : (웃음) 실망은, (본다) 맨 마지막에 하는 거죠.
서회장 : 허허허, 그렇지... 역시 너다운 대답이다... (죽그릇 들고 싹싹 긁어 떠먹고는)
너두 늘 말하다시피, 직위가 뭔 상관이냐. 니가 전결권을 행사한다는 게 중요하지.
혜원 : 잘 알구 있습니다.
서회장 : (야채 한쪽 베어문다. 우걱우걱 씹으며) 그리구 말이야,
혜원 : 네,
서회장 : 너 나하구, 구좌 하나 따루 트자.
혜원 : 무슨 말씀이신지.
서회장 : 몰라 묻냐?
혜원 : (웃음) 네...
서회장 : 성숙이 이번에 그림 몇 점 샀다지?
혜원 : 네, 쮜리히 옥션 통해서 말레비치 두 점, 윌렘 데 쿠닝 한 점,
서회장 : 거 참, 이름들이 왜 그러냐. 외기두 어렵게.
혜원 : (웃음) 잘 사신 거예요. 소장 가치, 투자 가치가 높습니다. 특히 러시아 신흥 부자들이 열광하는 작가들이라.
서회장 : (힐끗) 진품이겠지?
혜원 : (웃음)
서회장 : 영우 회사가, 이문 남기길 바라는 건 아니다. 뭐 너두 이미 알구 있겠지만.
혜원 : 네... 병행 수입 업체로 등록할 거니까, 미술품에 관심 있으시다면, 다시 말해 뭔가 다른 채널이 필요하시다면,
서회장 : 할 수 있겠냐?
혜원 : 해야죠.
서회장 : 그럼 인제 밥 먹자.
혜원 : 네, (벨 누르고)
서회장 : (차 한모금) 아침엔 밥이 젤이야. 쌀이 보약이지.
S#44. 서회장 집 침실. 아침.
-성숙의 드레스 룸.
출근 차림 성숙이 가방에 핸드폰 따위 넣고, 왕비서는 서회장 드레스 룸에서 세탁물 챙긴다.
흰 셔츠는 빨래 바구니에. 바지 주머니 뒤져 확인 뒤 화장대 걸쳐 놓고, 수트 상의 집어든다.
(세탁물 확인은 장비서나 왕비서가 한다. 도우미들이 엉뚱한 거 보게 될까봐)
성숙 : 오실장 조찬 끝나구 뭐 있지?
왕 : 서영우 대표 약속 잡혀 있습니다. 서한 어패럴 매장 시찰. 세 시쯤 사무실로 간답니다.
성숙 : 나두 그 때 쯤 나가야겠네. 백선생한테나 들렀다가... 전화 해 둬.
왕 : 알겠습니다. (상의 주머니에 손을 넣다가 멈칫)
-조심스레 손을 꺼내는 왕비서. 여자 반지. 비싸 보인다. 당황,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가 아니지, 빼내는데,
-성숙이 가방 들고 나온다.
성숙 : 뭐야, 주머니에 또 뭐 이상한 거 있어?
왕 : (주먹 쥔 손을 벌여 보이는)
성숙 : (응?!!!)
S#45. 식당 밀실.
-식사 마친 서회장과 혜원. 종업원이 서회장 윗도리 받쳐주고 나서 먼저 나가 대기하기까지,
혜원, 단정히 기다리며 서회장과 이야기.
서회장 : 성숙이, 그거 모르지?
혜원 : 네, 아직... (웃음) 그 분이 무척 맘에 드시나 봐요.
서회장 : (웃음) 어, 아주 보통 아냐. 얼음장 같았다가 장작불 같았다가, 어유...
혜원 : (욕지기 삼키며 웃음)
서회장 : 어디 델구 가서 딱 한달만 지내다 오믄 좋겠어.... 안될까?
혜원 : 길믄 밟히실텐데요.
서회장 : 그렇겠지?
S#46. 서한어패럴 매장. 낮.
-영우가 피팅 룸에서 나와 포즈 취한다. 신상 자켓 차림.
매장 매니저와 직원들, 우성이 감탄.
우성 : 오오 좋아, 자기가 모델 해두 되겠다.
영우 : (직원들에게) 그래볼까?
-혜원이 들어온다.
혜원 : 어우 벌써 오셨네요.
영우 : 아침 맛있게 먹었어?
혜원 : 덕분에요. (우성에게) 죄송합니다.
우성 : (거만) 이해합니다. 워낙 바쁘신 분이라.
영우 : 나 어때?
혜원 : 멋지세요. 워낙 황금비율이시라. (매니저에게) 같이 잠깐 앉을까요?
매니저 : 네.
-한켠 소파. 혜원, 영우, 우성, 매니저.
혜원 : 서한 어패럴에서 브랜드 독립 방식으루 설립 공고 나갈 거구요, 회계 및 실무는 신경 안쓰셔두 됩니다.
회장님께서 이미 지시 하신 걸로 알구 있어요.
영우 : (비즈 박힌 손톱 들여다보며) 한마담만 얼씬대지 않음 돼.
혜원 : (매니저에게) 남성용 아웃도어랑 컨셉 맞춰주시구요.
매니저 : 알겠습니다.
우성 : (영우에게) 씨에프 같은 건 우리가 개입해야 되지 않어?
영우 : 당연히. (혜원에게) 그래두 되는 거지?
혜원 : (미소) 뭐, 적정선이 있겠죠.
-미소 잃지 않고 설명 계속 하는 혜원,
S#47. 아트센터 복도. 오후.
-혜원, 세진에게 가방과 외투 건네고 이사장실 향하며 시계 힐끗.
S#48. 음대 소연주홀. 낮.
-선재, 피아노 앞에.
-준형은 민학장과 인서, 최강사, 교수 두엇과 나란히 앉아 있다.
-객석에 학생들 듬성듬성. 민우가 종수와 소곤소곤.
준형 : (뻐기는) 리스트를 하겠대. 스페인 광시곡.
인서 : 어이구, 신선하네요.
준형 : 재가 또 손열음 팬이라는 거 아냐.
최강사 : 교수님이 지도 하셨어요?
준형 : 내가 하지 그럼 누가 해.
인서 : (본다) 혜원이, 아니 오실장은요,
준형 : 그 친구 요즘 바쁘잖아. 그냥 관심 가져 주는 정도지 뭐. 들어보자구. 자, 이선재,
선재 : 네,
-선재, 숨을 가다듬고 눈 감는다.
-준형, 지그시 본다.
S#49. 플래시 백.
-백화점 VVIP 라운지. 혜원과 마주 앉은 선재가 웃는 모습.
-백화점 퍼스널 샤퍼 룸. 선재가 집에 가겠다 하고, 혜원이 나는 찬성,
-선재 집 앞. 당혹스레 서 있는 준형.
혜원 소리 : 일루 와 한 번 안아줄게.
선재 소리 : 제가 안아드릴게요.
S#50. 음대 연주홀.
-선재의 연주가 시작된다.
S#51. 아트센터 일각. 후미진 곳.
-혜원, 기대 서 있다.
S#52. 소연주홀.
-연주하는 선재.
S#53. 회상. 선재 집.
-이삿짐 틈에서, 상자에 앉아 연주 듣는 혜원. 서성이며 함께 듣는 선재.
S#54. 음대 소연주홀
-선재의 연주가 끝나면,
-종수와 학생들 박수. 인서도 박수 치며 선재에게 다가간다.
S#55. 음대 복도.
-준형과 인서가 앞장 서서 가고, 민우와 선재가 뒤따라.
-준형은 인서에게 선재를 자랑하기 바쁜. 속이 쓰리지만 대외적으로는 내 제자니까.
민우 : 난 오혜원 선생님이 픽업해서 조인서 교수님 소개해 주셨어. 나한테는 진짜 선생님이야.
인서교수님 미국 계실 때 가가지구, 이 학교 오실 때 나두 따라 왔지.
요즘은 자주 못만나지만 오선생님한테 가끔 팁 받는 게 진짜 좋아.
선재 : (새끼 말 드럽게 많어)
민우 : 전번 교환할래?
선재 : 아니.
민우 : (머쓱해서 웃음) 어어, 미안. (인서에게 가면서) 교수님..
선재 : (밥맛이야)
S#56. 아트센터 일각.
-혜원, 멍하니 서 있는데, 왕비서가 온다.
왕 : (나직) 뭐 해...
혜원 : (화들짝) 어어, 지금 막 가려던 참,
왕 : 비상이야.
혜원 : 응?!
S#57. 이사장실 앞.
-혜원, 왕비서, 급히 온다.
혜원 : 그런 걸 봤음 들키지 말구 나한테 알렸어야지.
왕 : 딱 걸렸다는 거 아냐...
S#58. 이사장실.
-성숙은 책상 앞에 앉아 있고, 혜원, 죽을 죄(직무태만)를 지었다는 듯 서 있다.
-책상 위 작은 접시에 반지.
이사장 : (미소) 상자가 없는 걸 보면, 줬다 뺏은 거 같기두 하구...
또 어찌 생각하면, 어떤 년인지 나 보라구 그런 거 같기두 하구... (혜원을 본다) 그림이 잘 안그려지네?
혜원 : 죄송합니다.
성숙 : 몰랐어?
혜원 : 네, 전혀,
성숙 : 직무태만이다, 그치??
혜원 : 인정합니다.
성숙 : 혹시 나한테 불만 있니? 영우, 회사 차리는 틈에 대표 자리 예상했다가 고작 부대표라서?
혜원 : 그럴 리가요. 그건 회장님께두 분명히 말씀 드렸습니다.
성숙 : 내가 생각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영우가 지 아부지한테 딴 여자 들이 밀구, 그걸 니가 돕는 거야.
넌 충분히 그러구두 남을 애니까.
혜원 : 서운합니다.
성숙 : 그렇담 이번 기회에 증명해 줘. (인터폰) 나 좀 쉴 거야. 회장님 전화두 연결하지 마. (끊고 일어선다) 깨끗이 처리해라.
혜원 : 알겠습니다.
-밀실 통로 지나는 성숙, 물끄러미 눈 앞을 보는 혜원.
S#59. 혜원 사무실.
세진 : (전화 끊으며) 발신전용이래요. 대포폰.
혜원 : (두 손으로 관자노리 누르며) 그러시겠지.
왕 : 그럼 영감님이랑 연락을 어떻게 했지?
세진 : 혹시 살림 차려 주신 거 아닐까요? 식당두 관뒀다는데.
왕 : 쎄다.
세진 : 그러게요.
혜원 : (가방 챙겨 나가는) 입조심들 해.
세진 : 네.
왕 : 어디 가.
혜원 : 발품 팔아야지.
세진 : 제가 같이,
혜원 : 넌 내일 장학 증서 전달식 준비 해야지!
세진 : 아,
왕 : 그럼 나라두,
혜원 : (팩) 이사장실이나 지켜.
-찬바람 내며 나가는 혜원.
왕 : 어머? (세진을 보면)
세진 : 요즘 좀,
왕 : 맞어, 너두 느끼지?
세진 : (끄덕)
S#60. 선재 집. 밤.
-굳은 표정 선재, 빨래 털어 널고, 내일 입고 나갈 옷 챙겨 따로 걸어놓는다.
-발소리. 선재, 순간 기대.
선재 : 누구세요...
다미 소리 : 나...
선재 : (실망) 어,
-문간에 마주 선 선재와, 막대 사탕 문 다미.
다미 : (사탕 문 채) 오늘 잘 했어?
선재 : (웃지 않는다) 어, 열라 꿀꿀하게.
다미 : 왜?
선재 : 몰라.
다미 : (사탕 뺀다) 나 들어오라구 하지 마. 얼굴만 보구 갈 거야. 너 대학생된다니까 나두 좀 쿨해보자. (돌아서려)
선재 : (픽 웃음) 또 와.
다미 : 뭐?
선재 : 또 오라고...
다미 : 뭐래냐?
선재 : 너나 장호를 안 보믄, 내가 내 주제를 까먹을지두 몰라. 원래부터 잘난 놈인줄 알구.
다미 : 알믄 됐네. 부광실고에, 퀵 배달 출신인 거 까먹으믄 내 손에 죽는다. (사탕 오도독)
선재 : 근데, 올 때 전화 하구 와.
다미 : 뭐?
선재 : (더듬지 않는다) 누가, 아니, 선생님이 와 계실 수두 있어.
다미 : 교수가 집에까지 와서 가르쳐 줘?
선재 : 교수 말구.
다미 : 선생이 따루 있어?
선재 : (말을 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암튼 달라.
다미 : (쳇) 알았어. 자라. (간다)
선재 : (내다 본다) 조심해서 가...
-한참 서 있다가 발소리 사라지자 선재, 문 닫는다.
-명화 침대에 걸터 앉아 있는 선재. 나 뭐지? 혜원에게 존재를 부인당한 것만 같고, 자의식이 꿈틀댄다.
S#61. 허름한 까페. 늦은 밤.
-혜원이 앉아 있다. 앞에는 물잔. 상념. 이렇게 계속 살아서, 내게 남는 게 뭘까.
-아지매가 주방 쪽에서 손을 닦으며 나와 살핀다.
혜원, 일어서서 상냥하게 인사.
혜원 : 안녕하셨어요... 그동안 직장을 옮기셨네요...
아지매 : (좀 보다가) 어쩐 일이심까... 저는 볼일이 없는데.
혜원 : 우선 좀 앉으세요. 영업 시간인 줄 알지만 여기 사장님께 양해를 구했습니다.
아지매 : (앉고)
혜원 : (앉으며) 건강 하시죠?
아지매 : 용건 말씀하십시오.
혜원 : 네, 그래야죠. 맥주라두 한잔 하시면서,
아지매 : 맥주 안합니다. 독주로 시켜 주십시오.
혜원 : 아, 네, 그러세요. (부른다) 여기,
-조금 후, 맥주 원샷 마시며 슬쩍 살피는 혜원.
아지매, 양주를 털어넣고 대구포 집으며 곁에 놓인 흰 봉투 힐끗. 피식 웃는다.
아지매 : 할 얘기 없으니 이거 집어넣고 그냥 가십시오. (대구포 이빨로 찢는다)
혜원 : 성품이 무척 곧으신 것 같네요. 멋지세요. 그래서 저희 회장님이 좋아하셨나봐요.
실례가 안된다면 선배님이라구 부르구 싶어요.
아지매 : 그러든지 말든지.
혜원 : 저는 옳다 그르다, 그런 거 판단 하러 온 게 아니랍니다. 가족들과 떨어져 사시다 보면,
어딘가 의지하구 싶은 건 인지상정이죠.
아지매 : (대구포 씹으며 술병 집어든다)
혜원 : (짐짓 황황히) 제가,
아지매 : (그냥 따른다)
혜원 : (머쓱)
아지매 : (또 원샷)
-혜원이 가방을 연다.
-반지를 냅킨에 받쳐 보여준다. 최대한 예의를 갖추고 있다는.
혜원 : 혹시 이거, 본 적 있으신지...
아지매 : (잠깐 들여다보고는 외면) 있지요.
혜원 : 그러시구나... 드시면서 천천히 말씀하세요...
아지매 : 천천히 할 거 뭐 있겠슴까. 바로 말 하지요. 회장님인지, 그 영감이 끼워 주고는 하도 사람을 귀찮게 하길래,
내빼다시피 나오면서 주머니에 집어 넣었지요.
혜원 : (응?!)
아지매 : 그 영감이 그걸로 마누라한테 꼬투리가 잡힌 모양인데, 가서 내 말 고대로 이르십시오.
영감탱이 딱 두 번 살 섞어보고 맛대가리가 하도 없어서 내가 차버렸다고. 그러니 걱정 말라고.
혜원 : 무슨 말씀이신지.
아지매 : 무슨 말이기는! 더 만날 생각 없다니까 그걸(반지) 사들고 와가지고 오만 주책을 다 떨길래,
내가 직장도 바꾸고 번호도 바꾸고 했다는 거 아니요 지금. 하도 염증이 나서.
혜원 : (이거 무슨 상황?)
아지매 : 댁에 같은 사람들은 나를 어찌 볼지 모르지만, 나 이래봬도 모택동 주석이 대문호 루쉰을 기리기 위해 세운 학교 다녔고,
만 인민이 다 평등하다, 내가 내 주인이다, 그렇게 배운 사람이요. 안할 말로 내 맘에 들믄 내 돈 주고도 함다.
사내가 돈 좀 있다고 해서 내 맘에 들지도 않는데 아양 떨고 하는 거, 그런 짓은 죽어도 못한다 말입니다.
혜원 : (벙하니 듣다가 정신 차리고 미소. 반지를 집어넣으며) 무슨 말씀인지 알겠어요.
그런데, 저는 심부름 하는 입장이라, 뭔가 확실한 답을, 다시 말해서, 앞으루 또 연락이 온다 해도 만나시지 않겠다는,
아지매 : 야!
혜원 : 네?
아지매 : 내가 싫어가지고 찼다지 않나, 엉?! 거기 대고 확답을 하라니,
최고 멋쟁이로 차려입고 앉아서는 남의 말은 영 귓등으로 듣나?!
혜원 : (밀리면 안된다 싶어 새삼 미소) 저걸 받아 주시면 확답으로 알겠습니다만,
아지매 : 뭐 이런 년이 다 있어.
-일어서며 혜원의 맥주잔 집어 끼얹는다.
-혜원, 흡...
아지매 : 왜 자꾸 같은 말 하게 만드나. 있는 놈들 심부름이나마 해서 먹고 산다믄 말귀 하나는 제대로 뚫려 있어야지!
(간다) 두 번 볼까 치가 다 떨리네.
-흠뻑 젖어 멍하니 앉아 있다가, 냅킨 집어드는 혜원, 손이 덜덜.
S#62. 부근 주차장. 밤.
-간신히 수습하고 전화 하는 혜원.
혜원 : 걱정, 안하셔두 될 것 같아요... 네... (자조의 웃음) 네...
어, 참, 내일 오후 한 시에 장학 증서 전달식 있습니다... 네, 이선재... 네...안녕히 주무세요...
-끊는데 눈물이 후두둑. 한손으로 눈물 닦으며 시동 건다.
S#63. 서회장 침실. 밤.
-성숙이 다관 세트 곁에 앉아 기타 치며 릴리 마를렌을 부르고, 겁먹은 듯 바라보는 서회장.
서회장 : 왜 그래...
-성숙, 노래 계속하면서 기타를 놓고 일어선다,
벙하니 보는 서회장에게 다가가 손 잡아 올리며 노래에 맞춰 부드럽게 춤을...
성숙 : 여보, 당신 나한테 선물 하나 해 줘.
서회장 : 서, 선물, 뭘 갖구 싶은데.
성숙 : 정관 수술. 응?
서회장 : 뭐?
성숙 : 아니믄 이거, (샅을 올려차는)
서회장 : 억!
S#64. 아트센터 외경. 다음 날 아침.
S#65. 이사장실.
성숙 : 어제 니 덕에 아주 재밌었어... 이렇게 해서 신뢰가 회복되는 거지?
혜원 : (애써 미소) 감사합니다.
-노크 소리.
성숙 : 어.
-왕비서가 들여다 본다.
왕 : 민학장님 오셨습니다.
혜원 : (얼핏 당황. 선재가 오는구나)
-민학장과 준형, 선재(가방 멘), 그 뒤로 세진과 카메라를 든 홍보실 직원.
-성숙이 화사하게 웃으며 마주 다가가 맞이하고,
-준형 뒤의 선재, 혜원을 보지만 혜원은 눈 맞추지 않고 누구에게랄 것도 없이 목례.
성숙 : 어서들 오세요...
준형 : 오랜만입니다 이사장님.
성숙 : 오오, 이 친구야?
민학장 : 어, 이선재, 인사드려. 서한 예술 재단 한성숙 이사장님.
선재 : (꾸벅)
성숙 : 얘기 많이 들었어. 연주두 들어봤구. 기대가 크다.
선재 : (또 꾸벅)
준형 : 이사장님 아니었으면 그냥 흙속에 파묻힐 뻔 했죠...
혜원 : (미소만)
성숙 : 뭘,
민학장 : 자, 요식행위부터 해치우구 얘기 하자구. 오실장.
혜원 : 네, (책상 위에 놓인 장학증서를 집으며 홍보실 직원에게) 준비 되셨죠?
직원 : 네,
세진 : 선재학생 이리루,
준형 : 어, 그래, (선재의 등을 가볍게 밀고)
-성숙 앞에 서는 선재.
-혜원이 성숙 옆에서 장학증서를 읽는다.
혜원 : 장학증서. 이 선재. 위 사람은...
-선재, 이 모든 게 다 어색한데, 홍보실 직원의 셔터 소리 차륵차륵...
-준형이 흐뭇하게 바라보고,
-장학증서를 펼쳐든 선재와 성숙, 준형, 민학장이 나란히 선다.
선재, 혜원을 보는데,
직원 : 선재 학생 여기 보시구요,
선재 : (얼른 시선 돌리고)
-혜원, 애써 담담하게 바라본다. 그 곁의 세진, 웃으며 혜원을 본다.
세진 : (작게) 이쁘시죠.
혜원 : (끄덕여보이고)
-사진 연속 더 찍는데, 영우가 들어온다.
-다들 돌아보면,
영우 : 뭐야?...
민학장 : 어, 서대표두 일루 와.
성숙 : 그래. 같이 찍자. 재단 소관이라 굳이 안 알렸는데.
혜원 : 장학증서 전달식 마치구 홍보용 사진 활영 중이예요.
영우 : 폼나는 건 자기네끼리 다하지.
민학장 : (다가가 팔을 잡아끈다) 왜 그래, 또,
준형 : 소개할게. 여기, 이선재.
영우 : (뿌리치며 선재를 힐끗 보고는 굳이 혜원에게) 그 때 걔구나?
혜원 : 네.
영우 : 지켜볼게. 이런 식으루 또 얼마나 많은 비리를 덮으시는지.
혜원 : (속수무책. 미소 뿐)
성숙 : (달래듯) 서대표...
영우 : 내가 뭐 틀린 말했나요? (혜원에게) 어젠 정말 뭐야? 부대표루 승진시켜줬음 이사장 개인적인 심부름은 그만 하시지?
성숙 : 뭐?
준형 : 거 참,
민학장 : (실실)
-세진, 얼른 선재 팔을 잡아당겨 데리고 나간다.
세진 : 서류 몇 가지, 서명할 게 있어요.
선재 : (나가면서 영우를 뚫어지게 본다)
영우 : 우리 회사 일까지 맡아놓구 왜 꼭 그래야만 하니?
혜원 : 그만 하시죠, 서대표님.
S#66. 혜원 사무실.
-선재가 소파에 앉아 있고, 세진이 서류들 들고와 선재 앞에 펼쳐 놓으며,
세진 : 좀 놀랐을 거예요. 여기 높으신 분들은 다 개성이 강하시죠.
선재 : (꿀꺽 삼키는)
세진 : (서명 자리 짚어준다) 표시된 데 다 서명하면되구요, 장학금은 학교 통해서 나가니까,
이거 제출하면 신종수 조교가 카드랑 다 발급해줄 거예요.
선재 : (서명한다)
S#67. 동 앞.
-선재가 나와서 머뭇, 둘러보는데, 혜원이 온다.
선재 : (본다)
혜원 : 끝났음 가 봐.
선재 : (본다. 싫어요)
혜원 : 가 보라구.
선재 : 아까 그 여자, 뭐예요?
혜원 : (미간 파르르 떨린다) 못들었니? 아트센터 대표.
선재 : 선생님한테 왜 그러는데요?
-모퉁이. 준형이 혜원 방쪽으로 접어들려다 멈칫, 물러선다.
-혜원 방 앞.
혜원 : 알 거 없어.
선재 : (알아야겠어요)
혜원 : 세상 이치 배운다 생각해.
선재 : 어제까지 선생님한테 서운 했던 거, 싹 다 뭉개졌어요. 대신에 지금, 무지 핏대 나구 열 받아요.
혜원 : 가, 좀!!!
-혜원, 선재를 거칠게 밀어내고 들어가 문 쾅.
S#68. 혜원 사무실.
-혜원이 문 닫고 거친 호흡.
세진 : 왜 그러세요?!
S#69. 혜원 사무실 앞.
-선재, 문을 노려보며 서 있는데, 준형 웃으며 다가온다.
준형 : 가자. 학교 가서 쯩두 받구... 나두 너 줄 거 있다.
선재 : 네. (혜원 방 돌아보는)
S#70. 아트센터 주차장
-준형이 차를 향해 가고, 선재 뒤따른다.
준형, 저 놈 옆에 태우고 뭔가 좀 캐봐야지...
-선재, 당신 오혜원 남편 맞아? 겨우 그렇게 밖에 못해? 같이 가기 싫다.
선재 : 저기,
준형 : (돌아보며 활짝 웃음) 어,
선재 : 죄송한데요, 저는 따로 가야겠습니다. 급히 처리할 일이 있어서, 집안 일,
준형 : (얼결) 어어, 그럴래?
선재 : (꾸벅) 좀 이따 뵙겠습니다.
-선재 가고, 준형, 기습에 당한 기분.
S#71. 혜원 사무실. 오후.
-혜원, 소파에 누워 있고,
세진 : (조심스레) 저, 기악과 김인주 교수가 황당한 소리 하는데 어떻게 정리하죠?
혜원 : (맥없이) 이상한 소리 뭐...
세진 : 학생한테 악기 소개 하면서 중개상을 아트센터 전속이라고 했대요.
혜원 : 아니라구 말 해야지...
세진 : 전화는 했죠...
혜원 : 이딴 소리 좀 안듣구 살믄 좋겠다...
세진 : 담요 덮어 드려요?
혜원 : 어...
S#72. 김인주 방.
인주 : 너 학교 관두구 싶어? 따지랜다구 진짜 가서 떠벌이니? 혼자두 아니구 남의 꽈 조교까지 끼구 말이야.
시은 : 그건 절대 아니구요, 소리를 아무리 만들어두 안나오길래, 답답해 가지구요, 아트센터 그 언니가 기악과 선배라 그래서,
인주 : 아주 끼리끼리 놀아요. 걔두 너랑 하는 짓이 똑 같았어. 그러니까 시간 강사두 못하구 결국 포기한 거야.
너두 앞날 뻔해. 당장 지도교수 바꿔. 너 같은 애 가르치구 싶지 않어.
시은 : 교수님,
-유라가 들여다 본다.
유라 : 저 왔는데요,
인주 : 오오, 유라야, 복수전공 결정 했지?
유라 : 네, 뭐, 할 수 없이,
인주 : 들어와. 너한테 딱 맞는 거 하나 골라 놨어. (시은에게) 넌 나가구!
-유라는 들어오고, 시은, 눈물 닦으며 나간다.
-한 켠에 첼로.
유라 : 얼마 짜리예요?
인주 : 그건 너희 엄마랑 얘기하믄 되구, 일단 소리 한 번 내 봐.
유라 : 저는 짝퉁 싫은데,
인주 : 어머? 얘 말하는 것 좀 봐?
S#73. 음대 준형 방. 오후.
-준형, 등 돌리고 앉아 있다. 내가 지금 기분이 매우 나쁘거든?
-노크 소리.
준형 : 어.
-문 열리고,
준형 : 이선재한테 전화 좀 해 봐라. 왜 안오나.
선재 : 저, 왔습니다.
-준형, 뭐야, 이거. 의자 돌리며 활짝 웃음.
준형 : 어, 너구나. 난 또 신종순줄 알구,
선재 : 만났습니다.
준형 : 이거 저거 다 챙겨 받았어?
선재 : 네.
준형 : 학생 카드 잃어버리지 말구 최대한 활용해. 작년부터 체크 카드 겸용이라 공연장까지 다 할인이 돼요.
선재 : 저, 수업 시간 여쭤 보라구 하던데요.
준형 : 그래 학기 중 입학이라 다음 개강 전까지는 나한테 실기 레슨만 받으면 된다. 일주일에 세 번. 월수금 한 시.
내가 바쁘믄 최강사가 해줄 거야.
선재 : 네...
준형 : 그리구, 그 책들 갖구 가라. 그거 줄려구 오라 그랬지.
선재 : (얼핏 보면)
-책상 한켠, 대여섯권의 책. 미학, 음악사, 예술사 관련.
준형 : 2학기부터 정식 수강을 하게 되면 예술사 음악사 등등 교양 쪽이 많이 딸릴 거야. 니가 렉쳐가 워낙 빈약해요. 알지?
선재 : (그렇다 치고요)
준형 : 그러니까 여기 이거 다 열심히 읽어 둬. 음악두 결국 인문학이야. 그게 왜 중요한가 하면, 자신을, 혹은 세상을
객관적으루 보게 해 주거든. 너희 때는 흔히들 순간적인 혈기를 순수라구 착각하기 쉬운데, 그래가지구는 음악이든 뭐든
다 제대루 읽어낼 수가 없지.
선재 : 알겠습니다. (책들 가방에 넣는다)
준형 : 어 참, 주말엔 집에 와서 체크 받아라.
선재 : (네?)
준형 : 내가 스케줄 정해서 오선생한테 넘겨 줄 테니까, 착실히 해서 인제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지.
선재 : (본다)
준형 : 왜, 뭐 의문점 있냐?
선재 : 아니요. (마저 넣고 가방 닫는다)
준형 : (보면서 소리없이 한숨)
선재 : 그럼 가보겠습니다.
준형 : 그래, 수업날 보자.
-선재, 나간다.... 준형, 나직히 내뱉는다.
준형 : 쌔끼, 태도가, (쯧)
S#74. 혜원집 준형 서재. 밤.
-준형, 서성인다.
S#75. 준형 방.
-책상에 두 손 짚고 후우...
S#76. 선재 방. 밤.
-선재, 피아노 끝에 한 손 짚고 서서, 주먹으로 건반 지그시 누르고, 또 누른다. 어디를 향해야 할지 모르겠는 분노.
S#77. 사무실. 밤.
-어두운데, 소파의 혜원, 하염없이 눈물... 내게 이런 순간 오지 않을 줄 알았다.
나한테서 이렇게 부끄럽고 서러운 감정이 삐져 나올 줄은.
-헉...헉...낮은 울음 토하며 일어나 앉는 혜원. 발끝 더듬어 구두 신다가 크게 북받치며 소리내어 울음.
7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