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뉴스1) 이재춘·김종현 기자 = 홍수 때 마다 낙동강 보의 안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보의 곳곳에 균열이 생기고 강바닥이 파였다. 가뭄 때는 강물이 물감을 풀어놓은 듯 파랗게 변하는 녹조현상이 발생했고 물고기 수만마리가 죽은채 떠올랐다. 겨울에는 낙동강으로 몰려든 철새들이 굶어죽기 직전 상태에 처했다.
2008년부터 현 정부가 추진한 한국형 녹색 뉴딜사업인 4대강 정비사업(이하 4대강사업) 이전에는 없던 일이다. 4대강 사업을 둘러싼 우려와 지적이 17일 감사원 발표 결과 상당수 사실로 확인되자 대구·경북지역 환경단체는 "예상했던 일"이라며 "지금이라도 강을 원래대로 되돌려 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재혁 대구경북녹색연합 운영위원장은 "낙동강은 다른 강과 달리 산업단지에서 미량의 유해물질이 많이 나온다"며 "다른 곳에서는 일반적인 수질 오염문제가 발생할 수 있지만 낙동강은 식수원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일반 수질 문제와는 질적으로 다르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보의 구조적인 문제를 떠나 유해물질이 축적되면 나중에 어떤 문제가 생길지 아무도 모른다"며 "물고기 떼죽음은 앞으로 발생할 문제의 전조현상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여름 가뭄 때 낙동강을 뒤덮었던 녹조/뉴스1 자료사진© News1
◇녹조대란
4대강사업을 준공하자마자 낙동강에서 녹조대란이 발생했다. '녹차라떼', '녹조곤죽'이라고 불릴 만큼 심각한 녹조현상이 낙동강 전역으로 퍼져 4대강사업의 목적 중 하나인 수질개선이란 말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녹조대란으로 고도정수처리시설 보강 등 추가 수질개선 비용이 더 들어가게 생겨 22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혈세를 투입해 추진한 4대강사업에 대한 실효성을 놓고 논란이 증폭됐다.
보의 균열로 누수가 발생한 낙동강 구미보/뉴스1 자료사진© News1
◇보 누수, 세굴, 파이핑 현상
2011년 겨울부터 시작된 4대강 보의 누수 현상이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국토부가 보강공사를 했지만 수문을 통과한 강물의 강력한 힘에 의한 강바닥 세굴현상을 막지는 못했다.
함안보에서는 무려 26m의 협곡이 생길 만큼 심각했고 상주보와 칠곡보에서는 물받이공으로 불리는 보의 콘크리트 바닥이 갈라지고 주저앉았다.
환경단체는 "파이핑현상으로 물받이공 아래 모래가 유실되면서 위의 콘크리트 바닥이 주저앉게 되면 보의 안전에도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종 홍수피해 속출
홍수피해를 막기 위해 벌인 4대강사업으로 '신종' 홍수피해가 속출했다. 장마 때 4대강 보로 막힌 낙동강 본류의 강물이 신속히 빠지지 않아 지천의 강물이 역류해 지천 제방이 붕괴되면서 홍수피해를 입혔다. 경북 고령, 성주, 김천 등지에서 이런 신종 홍수피해가 크게 발생했다.
지천의 역행침식 현상으로 구미천에서는 강바닥에 깔려있던 송수관로가 드러나 자칫 '제3차 단수사태'가 날 뻔했고, 달성군에서는 역행침식으로 용호천이 침식해 5번 국도를 연결하는 교량인 사촌교의 안전에 비상이 걸렸다.
◇생태공원이 사막공원
4대강사업의 주목적 중 하나가 바로 생태공원조성 사업이다. 낙동강에서만 95개의 생태공원이 조성됐다. 많은 예산을 투입해 만든 생태공원이 한여름에는 망초로 뒤덮여 망초공원으로 변했고, 가을에는 생태공원에 있는 나무 대부분이 고사해버렸다. 강변 둔치에 강에서 퍼낸 준설토를 2~5m 높이로 쌓아 심은 나무가 대부분 말라죽은 것이다. 복토한 땅에서 나무들이 지하수를 빨아들이지 못해 발생한 일이다.
지난해 10월 말 낙동강 중류에서 물고기 수만마리가 죽은채 떠올랐다/뉴스1 자료사진/© News1
◇물고기 떼죽음
지난해 10월 말 낙동강에서 물고기 수십만 마리가 떼죽음 당했다. 1991년 페놀사태 때도 일어나지 않았던 물고기 떼죽음의 원인으로 환경단체에서는 '4대강사업'을 꼽았다. 보로 강물이 막혔고, 수심이 평균 1m도 안되던 강이 평균 10여m 깊이의 호수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결국 물길이 막혀 호수로 변한 강의 환경변화가 물고기를 떼죽음으로 몰아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환경당국은 "4대강 사업과는 무관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취수원 위 자전거도로 건설
수자원공사는 낙동강에 4대강 자전거길을 조성하면서 강정고령보를 통과하는 구간을 취수원 위로 설계했고, 이를 대구시가 시공해 대구 취수원 오염 우려 논란을 낳고 있다. 이곳은 원래 산지절벽 구간으로 길이 없는 곳이다. 그래서 사람도 차도 모두 우회길로 다니고 있다. 그런데도 취수구 바로 앞에 자전거길을 만드는 것에 대해 비난이 쏟아졌다.
◇영주댐 공사로 망가지는 내성천
4대강사업에 따른 후속 공사로 진행되고 있는 영주댐 공사로 영주시 이산면과 평은면의 511세대가 수몰되고, 400년 전통마을인 금강마을이 사라지게 됐다.
환경단체에서는 "영주댐은 4대강사업이 아니면 절대 필요 없는 공사"라고 주장했다.
이재혁 대구경북녹색연합 운영위원장은 "낙동강에 대한 안전대책이 전무하다. 관계기관에서도 그렇게 말하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 빨리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당초 4대강 사업을 할 때 낙동강의 수질문제에 대해 '물의 양으로 조절하겠다' '농도를 희석시키겠다'고 했는데,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낙동강 주변에 있는 30~40개의 산업단지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이 가장 큰 문제"라고 했다.
그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오픈돼 그나마 다행"이라며 "앞으로 비리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도 확실히 밝혀 국민적 의혹을 한점도 남기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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