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든넷이신 할머니 학생분이 우리반에서 공부하십니다.
이제 학교에 오신지 1년 11개월이 되어갑니다.
그 분은 지금도 정정하게 생업을 가지고 일하시며 학교생활도 반듯하게 하고 있습니다
며칠 전 숙제로 내신 이 분의 일기를 읽다가 저는 한방 먹었습니다.
내용을 그대로 옮기겠습니다.
'나는 청주 친목계를 가느라고 아침에 집에서 7시40분에 버스 65번을 타고 안양역앞에 청주가는 시외버스를
8시30분에 타고 청주에 10시 30분에 내렸다.
계원을 만나서 그동안 안녕하셨나..광우병 쇠고기 때문에 나라가 시끄럽다고..
계원전체가 입을 모아 말했다.
그리고 점심 식사는 보리밥 일인분 3000원 하는데 싸고도 맛있었다.
그리고 우산이 고장나서 안양에서는 수선하는 데가 없다.
청주에서 6000원 주고 새 것같이 고쳤다........'
2008년 6월 11일 일기에서
할머니의 행동이 지지리 궁상 맞다고 볼 수도 있고 ...차라리 새것을 사는게 낫지 싶기도 하지요...
아 그런데 여기에 써 놓지는 않았지만 저는 이 일기가 이 시대에 던지는
죽비소리로 다가왔습니다.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고 치기어린 시인이 시를 썼지요^^*(안도현 시인 미안 ㅎㅎ)
한참을 생각에 잠겼습니다.
한번 인연 맺은 물건에 대한 할머니의 예의...그리고 모든 것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깨우침이 녹아 흐르고 있었습니다
모든 것을 경제로 환원해서 생각하고 판단하고...
돈이 되는 일에 모두 올인하는 이 세상에서 앞시대를 열심히 살면서 나름의 철학을 터득하셨을
할머니가 제게 던진 말..!
돈 돈 하지 좀 말아라...그 돈이 지배하는 세상이라니.... FTA도... 광우병 소도....경부운하도..새만금도...
그 잘난 경제논리가 우선이었지
이제는 전기, 물, 의료 보험도...민영화를 거들먹거리는 세상이 아닌가...
거짓말 좀 했다고 ..자녀 위해 위장전입 했다고..땅투기 좀 했다고 무에 대순가...
경제만 살리면 되지(그래서 2mb를 뽑았지요 ㅠㅠ)..내 투자한 주식도 올려주면 고맙지...
우리 지역 재개발하고 뉴타운해서 집값도
뻥뻥 튀겨주면 더더욱 고맙지...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 교육은 돈 벌려고 해서는 안됩니다.-
문해교육이 평생교육법 전부개정에 포함되는 일을 앞두고 있었던 공청회를 잊을 수 없습니다.
제일 먼저 발언한 이가 학원에서 지금까지 문해교육을 해 왔는데 지원해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열변을 토했던 사설학원 관계자였습니다.
어렴풋이 돈줄을 감지한 곳곳의 방귀깨나 끼는 지역 유지들은 너도 나도 서둘러 학력인정 학교를 세우기 위해 발벗고 나서고 있습니다
우리 단체들도 갔지만 지난 5월 교육과학부에서 마련한 문해지원 설명회에 주최측을 놀래킬 정도로 미어터지게 여러 다양한 기관에서 왔습니다.
하지만 지난 2월 경기지역 전국문해성인기초교육협의회 정기모임에는 달랑3개 단체밖에 오지 않았고 결국 4월의 전문협 총회도 초라하게 치뤘지요...
우리도 변질되어 가고 있습니다. 냉정하게 말해서...가슴 아프지만...ㅜㅜ
- 어깨에 힘 주고 남들 앞에 서서 고래고래 나를 따르라고 외치는 것이 다는 아니지요
나라도 국민도 아니 우리 문해현장도 무소불위의 이 괴물 바로 돈괴물 경제괴물 앞에 자유롭지 못하지요
그냥 안 되면 망하면 됩니다.
괜시리 신자유주의 시대에 어쩔 수 없다며...변해야 산다..무한경쟁이니 남따라가야 한다..그러지좀 맙시다
차라리 우리 그냥 망합시다.
간디의 심장에 총알이 박히는 순간, 인류의 가슴에는 지워지지 않을 간디의 사상이 박혔습니다.
지는 게 이기는 것입니다
(*앞뒤없이 판 튀는 얘기 올려서 죄송해요..더위 먹었나 봅니다^^)
첫댓글 종종 그런 생각합니다. 정말 이러다간 망하는게 낫겠다 싶은...헐..망할~ 모두가 여기저기서 돈을 좇아 공모에 매달리고 있죠.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그 세상이 되고 말았다 싶습니다.
무엇을 위해 사는가? 우린 무엇을 위해, 살고있는지? 되새기게 합니다. 종종 좋은 분들이 자신의 향기를 자신만을 위해 혹은 가까운 분들만을 위해 향기를 내는것을 봅니다. 변하지 말아야 할...소중한 가치와 의미를 아는 분들의 향이 세상을 주도하는~~~
'신자유주의'를 '시장만능주의'라고 부르자네요, 오늘 자 한겨레 신문 칼럼에서 ^^*
그러게요. 변화의 물결을 타지 못하는것인지 타지 않는것인지. 문해 현장에 대한 우리의 본질을 검토해 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다 내맘 같지 않으니 원....
차라라 망하면 된다는 각오만 있다면, 하는 일 마다 여유롭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