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의 두바이를 일궈 낸 사람은 아랍에미리트의 부통령이자 총리였던 「셰이크 막툼 빈 라쉬드 알 막툼」이다. 지난 1월 초 두바이를 방문했을 때는 그가 호주 휴가 중 심장마비로 急逝(급서)하는 바람에 國喪(국상) 중이었다.
國喪 중이라 舞姬(무희)의 밸리댄스는 물론 모든 음악이 공공장소에서 일절 금지돼 아쉬움이 남았다. 2005년 5월에 인천-두바이 직항노선이 개설되면서 中東지역이 무척 가까워졌다. 두바이까지 갈 때 10시간, 돌아올 때는 8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두바이에서는 레바논·이란·모로코 등을 포함한 中東지역의 다양한 음식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걸프 연안의 신선한 해산물로 조리되는 中東 음식은 이탈리아·스페인 요리와 함께 유럽에서 대중적인 음식이다.
中東 음식은 야채를 主원료로 하는 건강식이라는 게 장점이다. 처음엔 호기심으로 찾다가 한두 번 접하다 보면 중독성이 있어 계속 찾게 된다. 씹을수록, 먹을수록 독특함에 매료된 中東 음식에는 순박함이 담겨 있다.
中東 음식은 물이 부족해서인지 군더더기 없이 절제된 조리과정이 돋보인다. 가까이에서 구할 수 있는 신선한 야채를 다지고 썰고 한데 섞어 살포시 버무려 내는 형식이다. 너무나 단순해 한 번의 시식만으로 그런대로 맛을 흉내 낼 수 있을 듯하다.
中東 음식에 쓰이는 향신료의 맛과 향은 강렬하다. 여름이면 50℃에 육박하는 더위로 인해 살짝 맛이 간 고기에 여러 가지 향신료를 섞어 요리를 했지 않았을까 짐작해 본다.
나는 갈비탕을 끓일 때 핏물을 제거한 갈비에 양파·대파·무 등을 큼직하게 썰어 넣고 통후추를 몇 알 넣는 나름대로의 조리법이 있다. 후추 몇 알을 솥에 떨어뜨리니 두바이의 밤과 낮, 빌딩숲과 사막이 불현듯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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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에 가면 꼭 먹어 봐야 하는 음식이 양고기다. 어딜 가나 숯불 위에 석쇠를 얹어 구워 낸다. 침이 꼴깍 넘어간다. 크리크江 위를 떠다니는 유람용 전통 木船(목선)에서까지 숯불을 피워 양고기를 굽는다. 아리비아 향신료로 맛을 낸 양고기 안심을 사각으로 썰어 구운 「케밥」, 숯불에 구운 「램 찹」이나 「램 스테이크」는 잊을 수 없는 맛이다.
아랍의 빵은 건강 빵이다. 흰 밀가루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호밀가루와 옥수수 가루를 9대 1로 혼합해 반죽한다. 차도르를 두른 중년 아낙이 어른 주먹만 한 반죽 덩어리를 공중에서 휙휙 세차게 돌리고 나면 얇은 반죽으로 변한다.
우리네 무쇠 가마솥 뚜껑 비슷한 철판에 빵 반죽을 뒤집지 않고 몇 초 만에 재빨리 구워 낸다. 노르스름하게 갓 구워진 빵은 버터나 올리브 오일이 필요 없이 맨입에 먹어도 한 장이 금세 뱃속으로 사라진다.
아랍 음식은 다양한 종류를 주문해 한 상 가득 늘어놓고 본인이 원하는 만큼 개인접시에 가져간다. 한 입 크기로 떼 낸 빵으로 여러 가지 음식을 싸서 입으로 가져간다.
「메짜」라고 불리는 대표적인 애피타이저 몇 종류를 추천해 본다.
「호무스」라는 레바논 음식은 「칙피」(콩의 일종)를 불려 삶아 곱게 갈고 참깨를 섞어 다진 마늘과 레몬즙을 첨가해 만든다. 걸쭉한 농도로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난다. 이집트 콩 「칙피」는 지중해 요리에서 빠지지 않는 재료로 프랑스에 가면 우리나라의 볶은 땅콩처럼 튀겨서 판다.
숯불 바비큐한 양고기를 깍두기 모양으로 작게 썰고, 노릇노릇 구운 잣을 얹은 「호무스」가 현지에서 맛볼 만하다. 그밖에 호두나 파슬리, 맵지 않은 中東 고추가 토핑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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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 호텔. |
샐러드에 해당되는 토마토가 많이 들어간 「타블레」는 中東의 겉절이 김치라고나 할까? 토마토를 사각썰기로 조그맣게 썰고, 양파와 파슬리, 민트 잎을 다져 넣은 후 올리브 오일과 신선한 레몬즙을 넣고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한다.
좋은 레스토랑에서는 주문과 동시에 주방장이 곧바로 만들어 낸다. 삶은 완두콩이나 파인애플, 호두가 섞이는 경우도 있다.
「바바가노슈」는 올리브 오일에 가지를 코팅한 후 오븐에 구워 낸 것이다. 부드러운 가지 속살만 파낸 후 곱게 다지고 「코리엔더」와 마늘 같은 향신료를 넣어 마무리한다.
튀긴 음식으로 「시금치 파타에르」가 있는데 만두피에 시금치, 다진 양파, 잣을 넣고 삼각형으로 모양 잡아 튀겨 낸다. 우리의 군만두 같아 거부감 없이 첫 입에 반갑다.
「피그 버드」도 먹어 볼 만하다. 참새 구이 맛이 나는, 프라이팬에서 바짝 튀겨 낸 아주 작은 새 요리다. 여기에는 「석류 소스」가 제격이다.
걸프 연안에서 잡아 올린 신선한 「시푸드 모둠」을 시키면, 바닷가재와 새우·오징어·조가비 등 풍부한 해산물을 즐길 수 있다.
아라비아 향신료 기본 7가지는 정향의 꽃봉오리를 말린 「클로브」, 계피가루, 아시아 열대지역의 생강과 식물인 「카다몬」, 고수의 열매인 「코리엔더」, 커민의 열매인 「커민」, 육두구라고 하는 「넛멕」, 흰 후춧가루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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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신료만 파는 재래시장인 스파이스 수크의 상점. |
두바이에는 세계적인 주방장들이 많고, 싱싱한 고급 식자재들이 수입된다. 세계적인 레스토랑의 「맛」을 全세계에 알린 레스토랑 몇 군데를 추천한다
리츠 칼튼 호텔(04-3994000)이나 샹그릴라 호텔(04-4052703), 미나 살람(04-3666730)에서는 오후에 차 한잔의 여유를 만끽할 수 있다.
「산 에다 라운지」 「아랍의 탑」이란 뜻을 지닌 7성급 초호화 호텔인 「버즈 알 아랍」 27층에 있는 레스토랑(04-3017777)을 추천한다. 호텔에 들어서면 순금 기둥으로 장식된 화려한 로비와 수족관의 열대어가 손님을 놀라게 한다.
인공 섬 위에 요트 모양으로 세워진 이 호텔은 아랍의 왕족이나 세계 부호들이 主고객이다. 차는 물론 샌드위치와 스낵이 원하는 만큼 계속 「리필」된다.
「세계 여덟 번째 불가사의」라 불리는, 72km의 해안선을 두 배 늘리는 기상천외한 프로젝트를 하늘에서 내려다볼 수 있다.
「La Baie」(리츠 칼튼 호텔) 유럽 스타일의 음식을 맛볼 수 있다. 편안하고 안락한 분위기가 돋보인다. 재킷은 입지 않더라도 넥타이를 꼭 매야 한다.
「SUSHI」(그랜드 하얏트 두바이 04-3172222) 모던 스타일의 일식 요리를 맛볼 수 있다.
「MIYAKO」(하얏트 리젠시 두바이 04-2091234) 전통 일본요리와 데판야키를 맛볼 수 있다. 다다미 방이 있다.
「THE CHINA CLUB」(인터 컨티넨탈 두바이 04- 2057333) 北京·사천·광동식 음식을 맛볼 수 있다. 목·금·토요일엔 「딤섬 런치」가 있다. 예약이 필요하다. 카트에 실려 오는 딤섬을 종류별로 먼저 즐기고 나면 수프·누들·디저트까지 골고루 맛볼 수 있다. 따끈한 녹차도 어울리지만 더운 나라인 만큼 레몬이나 아이스 티의 달콤함과 딤섬의 어울림을 느껴 보자.
「VINTAGE」(Waif City 04-3240000) 세계 각국으로부터 들여온 120여 종류의 와인을 치즈와 함께 맛볼 수 있다.
「BLUE ELEPHANT」 (Al Bustan Rotana Hotel 04-2820000) 태국 궁중요리를 낸다. 프랑스 파리에까지 소문난 태국 음식점이다.
「HOI AN」(샹그릴라 두바이) 제대로 된 고급 베트남 음식의 정수를 맛볼 수 있다.
「Mays El-Reem」(JW 메리어트 두바이 04-6077977) 레바논 음식으로 유명하다. 한 사람이 와서 한상 가득 요리를 주문해 놓고 식사하는 모습이 가끔 목격된다. 그만큼 놓치기 싫은 음식들이 다양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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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이외에 놓쳐서는 안 될 볼거리들이 있다. 두바이가 첫 방문인 사람이 꼭 들러야 할 곳을 소개한다.
「스노 월드」 사막에서 즐기는 스키 슬로프! 세계에서 세 번째로 긴 400m 길이 슬로프를 포함 5개의 다양한 슬로프가 있다. 초보자를 위한 스키 스쿨의 강습은 물론 스키 렌털 외에도 스키복 렌털까지 가능하니 스키 용품을 여행가방에 따로 챙길 필요는 없다.
어른들이 슬로프 頂上 카페에서 쉬는 동안 아이들은 눈사람을 만들고 눈싸움을 즐길 수 있는 스노 파크 등 가족을 배려한 테마 구성이 돋보인다.
「Mall of the Emirates」 스노 월드 스키장을 포함해 명품 매장과 일반 상점, 다양한 식음료 매장과 카페가 가득하다. 주머니 사정에 맞는 쇼핑이 가능하다. 프랑스 유명 브랑제리(빵집)의 빵이 현지 맛 그대로 재현되어 있고, 스타벅스 등 프랜차이즈 숍도 어딜 가나 쉽게 찾을 수 있다.
「골드 수크」 데이라 시티센터의 골드 수크는 금은 세공품 전문으로 아라비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우리나라에서의 구입가보다 30% 또는 그 이상 싸게 살 수 있다고 한다.
「스파이스 수크」 골드 수크 근처에 있다. 두바이에서는 크게 몰(mall)과 수크(souk)로 분류된다. 몰은 현대적 감각의 쇼핑센터를, 수크는 전형적인 재래시장을 얘기한다. 좁은 골목 사이로 늘어선 상점들은 이름처럼 향신료만 파는 시장이다.
향신료 상점을 비롯해 헤나·향료·일반 생활용품이나 공예품·서민용 카펫 등을 구경할 수 있는 시끌벅적한 재래시장이다. 커다란 종이봉투에 가득 담긴 수많은 향신료들이 상점 밖 골목골목에도 쌓여 있어 코를 자극한다.
사막 투어 사막 여행을 하지 않으면 사막에 온 걸 느낄 수 없는 게 두바이다. 꼭 사막 투어에 나서 보길 바란다. 투어를 신청하면 머무는 호텔로 오후 3시쯤 픽업하러 온다.
4륜 구동 지프 차량을 이용해 사막을 오르내리며 모래 속에 파묻힐 것 같은 스릴을 즐기다 보면 어느새 사막으로 떨어지는 석양을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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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에 온 걸 느낄 수 있는 사막 투어. |
해가 지면 베두인 마을에서 저녁식사를 한다. 음식이 준비되는 동안 낙타 등에 올라 유유히 어둠 속을 거닐 수도 있고, 모래언덕에서 모래썰매를 즐길 수도 있다.
여성 관광객이라면 2주간 색이 지워지지 않는 천연 염료인 「헤나」로 자신이 원하는 그림을 몸에 그릴 수 있다. 전통 아라비안 복장을 하고 사진촬영하다 보면 맛있는 식사가 나온다.
사막에서의 저녁식사는 밸리댄스와 함께 분위기가 한껏 무르익는다는데, 國喪 기간이어서 조용히 모래 위 카펫에서 저녁을 먹었다. 유난히 총총한 밤 하늘의 별들을 헤아려 봤다.
사막의 수줍은 듯한 어둠과 어우러져 소녀적 시절로 되돌아간 느낌이었다. 해 진 후의 기온은 꽤 쌀쌀하다. 긴 소매 상의를 꼭 준비해 가야 한다. 신발 속으로 밀려 들어오는 밀가루보다 더 고운 부드러운 모래가 한 번 살갗에 묻으면 잘 떨어지지 않는다. 샌들을 준비하는 게 좋다.
두바이는 일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일을 하므로 금요일에 상점이 휴점한다. 토요일에는 융통성 있게 운영된다. 금요일에 사막 투어를 나서라는 게 호텔 사람들의 조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