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조리사협회(WACS) 회장 Mr. Gissur Gudmundsson |
전 세계 셰프들의 권익을 위해 선봉에 서다
지난 LG글로벌 아마추어 요리대회의 심사위원으로 위촉된 세계조리사협회(World Association of Chefs Societies; 이하 WACS)의 수장, 기셔 거드문슨(Gi ssur Gudmundsson)이 한국을 찾았다. 특히 2012년 한국에서 개최되는 WACS 총회를 앞두고 한국의 조리업계의 분위기는 그 어느 때 보다도 뜨거운 열기로 고조되어 있어, 그의 행보에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일 년 365일 중 250일을 전 세계를 순회하며 조리사들의 일에 팔을 걷어붙이는 그를 통해 WACS의 행보와 한국 조리업계의 전망을 들었다.
취재 노혜영 기자·사진 김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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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WACS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한다면? 세계조리사협회로서 1903년 프랑스에서 최초로 창설되었다. 현재는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93개 회원국 1천만 명의 조리사가 WACS에 속해 있다. 주요 활동으로는 조리사 교육, 요리대회, 네트워킹 등을 교류하며 인도주의적 원정을 하고 있는 단체이다. 또한 2년에 한번씩 WACS 총회가 전 세계 회원국을 돌아가며 개최되는데 오는 2012년에 열리는 WACS 총회는 한국으로 최종 결정 되었다.
Q. WACS 회장으로 재임하기 전에는 무슨 일을 했나? 회장이 되기 전에 나 역시 셰프의 삶을 오랫동안 살아왔다. 고향인 아이슬란드와 노르웨이에 레스토랑 두 곳을 경영하며 오너 셰프로 활동해왔다. 회장의 직분을 맡고 보니, 레스토랑에 자주 들러 관리할 수 없어서 지금은 레스토랑을 정리하고 WACS 일에 혼신을 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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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방문 세 번째…한식 메뉴의 변화 느껴
Q. 한국 방문은 처음이 아니라고 들었는데? 한국은 월드컵이 개최되던 2002년에 처음 찾았고 앞서 언급했던 WACS 총회를 앞두고 지난달 초 대전에서 세계요리대회와 포럼이 열려 한국을 두 번째 방문했으며, LG 글로벌 아마추어 요리대회의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한국은 이번이 세 번째다.
Q. 처음 방문했을 당시인 2002년과 지금을 비교했을 때 한국의 미식 경험치가 달라졌는가? 물론 많은 부분에서 달라졌지만 그 중 하나를 꼽자면 한식메뉴의 변화이다. 당시에는 전통적인 한국 레스토랑들이 많아 외국인으로서 처음 접하는 전통 한식이 낯설게 느껴졌는데, 최근에는 한식의 정체성을 유지하되 외형적인 변형을 추구한 한식들이 많이 선보여 지면서 외국인들에게 좀 더 친근하게 다가오고 있는 것 같다. 예를 들면, 이번 G20 만찬 제안 메뉴에서 한식재료를 사용해 서구적인 담음새로 표현한 에드워드 권의 요리가 그렇다.
Q. 이번 대회에서 맛 본 음식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메뉴는? 단연 김치가 아닐까? 만찬 메뉴에서는 육류요리와 곁들여 먹는 김치의 궁합이 좋았다. 김치는 한국음식의 핵심이라고 할 만큼 한식을 대표할만한 음식이다. 특히 세계적으로 발효음식이 대세인 이 시점에서 김치의 가능성을 끌어올리는 것이 필요하다.
Q. 현재 우리나라는 한식세계화가 화두이다. 어떻게 풀어가야 한다고 보는가? 세계화에는 우선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아는 작업이 수반되어야 한다. 이제 음식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한 나라의 이미지를 전달하는 문화의 매개체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세계를 돌아다녀 보면 한국뿐만 아니라 많은 나라에서 자국의 음식을 세계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와 같은 세계화의 경쟁에서 그들에게 한국음식을 어필하기 위해서는 고객이 원하는 방식에 맞춘 약간의 조절이 필요하다. 하지만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그 나라만의 고유성, 독창성,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불고기와 김치를 보고 ‘아, 한식이구나’라고 느낄 수 있게끔 말이다. 더불어 고려해야하는 것이 명확한 방향 설정이다. 어떤 사람들이, 어떤 음식을 먹기를 원하는지 타깃을 분명히 하고 시장을 세분화 시키는 작업이다. 이러한 작업은 수용하는 입장에 서서 충분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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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식열기 놀랍고, 요리대회 수준도 점점 높아져
Q. 전 세계를 순회하면서 많은 나라의 요리도 경험 했을 텐데, 어느 나라의 요리가 가장 세계화 되었다고 보는가? 앞서 언급했듯이 모든 나라가 음식의 세계화에서 1위를 차지하고 싶어 하므로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조금 범위를 좁히자면, 최고급 음식들로 정평이 나있는 자부심 강한 프랑스냐, 음식의 저변화가 잘 되어 있는 이탈리아를 들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는 미식의 근원지라고 볼 수 있는 프랑스에 한 표를 주고 싶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와 같은 노력들이 결국 넓게 보면 음식문화의 발달을 가져올 것이라는 점이다.
Q. 아이슬란드의 음식은 어떤지? 아이슬란드는 음식은 아시아와 프랑스 영향을 받았지만 아이슬란드 방식으로 풀어낸 것들이 많다. 특히 식품의 안전성은 매우 엄격하게 지켜지고 있어 식품 사고가 많지 않다. 아이슬란드는 지중해의 영향으로 해산물요리가 발달되어 있다. 어디서든 씨푸드 레스토랑을 찾기 쉽고 고품질의 해산물 요리를 맛볼 수 있다. 그중에 하나를 꼽으라면 오븐에 구운 대구요리인데 아이슬란드에 방문한 여행자들은 꼭 이 해산물 요리를 맛보고 싶어 한다.
Q. LG 글로벌 아마추어 요리대회나 서울 고메 2010 등 지금 한국은 미식의 열기로 꽉 차있다. 얼마 전 WACS가 인정하는 국제요리대회도 대전에서 개최되었는데 한국의 미식 열기를 실감하는가? 물론 요리대회를 통해서도 느낄 수 있었다. 한국 참가자들의 높은 실력을 확인할 수 있었고 높은 스탠더드를 적용해 심사를 했다. 특히 작업장소와 주방의 완성도가 훌륭했다. 내년에도 전 세계의 조리사들이 한국에 모여 실력을 겨루게 되는데 많은 참여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도 한국조리사회중앙회와 더불어 대회 지원과 홍보에 WACS가 적극 지원하겠다.
Epilogue...........................................................................................
WACS 총회가 2년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해부터 조리업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WACS총회의 한국 유치가 확정되고 그로부터 얼마 후 대전에서 국제요리대회가 개최되었으며, 2012년 총회와 함께 전세계 조리사들의 경합이 이곳 한국에서 벌어지게 된다. 한국의 미식 수준이 높아지고 셰프들의 기량도 수준을 더해감에 따라 세계에서 바라보는 한국도 예전과는 다르다. 이번 기셔 거드문슨 회장의 방한이 갖는 의미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하겠다. 한식의 세계화에 앞서 세계 음식의 현지화는 지금 한국이 미식 강국으로 뻗어나가기 위한 촉매제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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