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띠 (午) : 천복성, 여의륜행
도심 곳곳의 크리스마스 장식, 거리의 구세군 종소리와 군밤 냄새, 분주해진 사람들의 발걸음 등이 부산한 세밑풍경으로 떠오른 요즘이다. 그런가 하면 한쪽에선 성급하게 2014년 새해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 새해 일출이 가장 빠른 ‘울산 간절곶’에서는 벌써부터 말띠(甲午年)해를 맞이하는 ‘해맞이 행사’를 마련하느라 바쁘다 한다. 울산시는 12월 31일 오후 6시부터 새해 1월 1일 오전 9시까지 울주군 서생면 간절곶 일원에서 시민 등 10만여 명이 참가하는 ‘송년 제야 및 2014년 간절곶 해맞이 행사’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갑오년 말띠 해를 기념하는 조형물 설치, 일출 카운트다운 등 다채로운 행사가 진행될 예정이란다.(국민일보 12.16일자 참조)
내년 1월 1일 간절곶의 일출 시각은 오전 7시31분25초로 부산 해운대보다 17초, 포항 호미곶보다 1분, 강릉 정동진보다 7분40초 각각 빠르다 한다. 그러나 실질적인 말띠 해는 양력이 아닌, 음력 입춘이 지나고부터다. 그러니까 본격 ‘청말띠’해를 맞이하기까지는 약 40일 정도가 남아있다. 말띠 해를 맞이하는, 그리고 말띠 생生인 당신을 위해 ‘말띠의 성격’을 둘러싼 담론(당사주에 근거한)을 잠시 펼까 한다. 어디까지나 참고할 만한, 그러나 근거가 없는 것도 아닌, 말 그대로 담론임을 밝혀둔다.
도화桃花의 으뜸, 밝음의 미학, 무한 에너지 … 만 가지 재주로 꿈을 실현 (如意輪行)
말띠 오(午)는 하루 중 태양이 중천에 솟아 대지를 데우는 오전 11시∼오후 1시에 해당한다. 계절로 보면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는 음력 5월로 초목이 무성하게 다 자란 때다. 쥐띠 자(子)에서 잉태된 양기(陽氣)가 자라나 보름달처럼 충만해진 상태이지만, 동시에 곧 사그라질 극점에 이르렀음을 뜻한다. 말午에 숨겨진 천간 정(丁)은 심장과 같이 따뜻한 불(火) 기운을 뜻하나, 다르게는 일 잘하는 장정(壯丁)으로도 쓰인다.
오늘날 장정이라 하면 인력人力을 의미하지만, 노동력이 부족했던 옛날 우리 조상들에게는 이동 및 운송 수단으로서 장정의 몫 몇 배를 너끈히 해내는 말(馬)을 가리켰다. 특히 전장에서의 준마는 ‘천군만마(千軍輓馬)’에 비유될 만큼 사람과 동일한 취급을 받아왔다. 요즘에도 기업 오너나 인사 담당자들은 자신의 조직에 힘을 실어줄 준마(인재) 찾기에 총력을 기울일 만치, 인간과 말은 노동력 제공자로서의 가치를 동등하게 부여받고 있는 셈이다. 그만큼 말은 우리의 삶에서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또한 열두 띠 중에서도 인간과 교감이 가장 잘 이뤄지는 동물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 말이 가축으로서 사람들과 더불어 살게 된 것은 청동기시대 이후로 여겨진다. 중국 역사서 ‘삼국지’의 위지 동이전은 부여를 일컬어 “그 나라에 좋은 말이 난다”고 적고 있는데, 당시 말은 재물로서 교환되었음을 기록하고 있다. 또 우리 속설에 의하면 정월 첫 오일(午日)은 '상오일' 즉 '말날'이라 하여 말에게 제사 지내고 찬을 주어 위로했으며, 10월의 말날에는 팥떡을 해서 마구간 앞에 차려놓고 말의 무병건강을 빌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또 말이 죽으면 따로 무덤까지 마련해줬다 하니, 한 식구처럼 여겼음을 알 수 있다.
양기陽氣가 대지에 충만한 한 여름 대낮의 기운을 받아서일까. 말(午)띠 생들은 다른 띠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조숙하며 분주하다. 사방에 퍼지는 빛처럼 산만한 측면도 있다. 집 밖에서 활동하는 것을 좋아하고, 쉬지 않고 무언가를 찾아 헤매며 항상 뭔가에 빠져 지내는 편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은 누가 말려도 해야 한다. 변화를 즐기는 타입이며 너그럽고 낙천적인 성격이어서 곳곳에 친구들이 많다. 용이 여의주로 온갖 조화를 부리듯, 환경적응 능력 또한 탁월해서 그때그때 주어진 환경들을 곧잘 누리고 활용할 줄 안다.(如意輪行)
말띠 해에 태어난 사람들은 대체로 밝고 힘차며 쾌활하다. ‘말 가는데, 소도 간다.’는 속담이 있듯이, 무한의 에너지로 횃불처럼 앞장서서 달리기를 좋아한다. 세상이 자신의 빛으로 밝아져야만 직성이 풀린다. 그것은 가슴에 불(丁火)을 안고 태어났기 때문이다. 태양과 같은 그 에너지로 세상을 밝게 비추며, 마치 ‘여의주를 손에 쥔’ 용龍처럼 온갖 재주와 재능을 발휘하는 가운데 자기 가치와 꿈을 실현한다. 말 띠 중에 조직의 오너나 리더가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또 빛 아래서 드러나지 않는 게 없듯이, 대개의 말띠들은 음습한 것을 싫어하고 비밀 따위를 좋아하지 않는다. 자신의 감정표현에도 솔직하다. 황소 같은 고집을 지닌 그는 세상에 의해 결코 오염되지 않는다. 오히려 말띠인 그가 주변 환경을 파괴시키거나 오염시키는 일은 있을지언정, 그는 결코 주변의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이다.
낙천적 ․ 고집 ․ 게으름에도 불구하고 집안을 번성시키는 복덩이 (天福星)
그런 말띠生 특유의 고집스럽고 강단 있는 성격이 왜곡되어 나온 말이 ‘말띠 여자는 팔자가 세다’이다. 그러나 말(馬)을 상서롭게 여긴 우리 조상들의 의식에 비추어보면, 이는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 속설이다. “말띠 여자…” 어쩌고 하는 말은 조선시대까지 우리 역사 속 어느 문헌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예로부터 말띠에 태어난 사람은 남녀를 불문하고 활동적이며 모험심이 강하고 자기중심적인 성향이 두드러졌다. 그러다 보니, 가정에서 삼종지도(三從之道)를 따르던 그 옛날에는 자기 주관이 너무나 뚜렷한 이 말띠 여인이 벅찰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에 와서는 어떤가. 자기 개성이 뚜렷한 여성 리더십의 대표 격으로 대접받고 있다.
그런 말띠 생들의 또 다른 성격특성 중의 하나. 그것은 선천적으로 한없이 게으르다는 점이다. 부지런하고 일 잘하는 소띠와는 대조적으로, 말띠들은 몸을 움직여 일하는 것을 그다지 반기지 않는 편이다. 잔소리 듣는 것도 어지간히 싫어한다. 항상 꿈을 꾸며 자기 가치를 세워나가기에 바빠서, 가족 누군가가 집안일을 부탁하면 연거푸 대답만 할 뿐 행동으로 옮기는 데는 한 없이 굼뜨다. 그러면 집안일은 성질 급한 다른 사람의 몫이 된다. 그런데 말띠 생의 이 ‘게으름’이 결과적으로 그 집안을 번성시킨다. 그의 게으름을 메우기 위해 온 가족이 합심하여 부지런을 내게 되는 까닭이다. 또 하나 다행인 것은 이 말띠들이 탁월한 경제관념에 돈 버는 재주까지 갖췄다는 점. 그러니 집안의 복덩이(天福星)가 아닐 수 없다. 하여, 말띠에게 돈 관리를 맡기면 확실하고 그가 사업을 하면 거부가 된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부자가 되는 이유가 자린고비처럼 ‘돈에 연연하지 않는’ 통 큰 성격 때문이란다.
마지막으로 말띠 午火는 도화桃花의 으뜸으로서 아름다움의 절정기를 뜻한다. 식물로 보면 성장을 마친 꽃이 한창 만개한 상태이고, 사람으로 보면 청장년의 성숙한 자태가 요염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모습과 같다. 따라서 말띠 생들은 정염의 불꽃같은 기질이 있다. 심장이 뜨거운 그는 인생에 대해서도 식지 않는 열정을 품고 산다. 그러기에 기회가 오면 ‘계산 없는 사랑’에 기꺼이 자신을 내던진다. 실제로 말(馬)은 성性을 함부로 즐기지는 않는 반면, 정력의 화신으로 회자되고 있다. 이는 말띠(午)가 도화살(桃花煞)이 있으며 정력가임을 암시한다. 한량閑良처럼 화려한(?) 생활을 하는 이면에 고독이 자리 잡고 있는 말띠 생들은 때로 대책 없는 고집과 자존심으로 인해 행복과 불행의 극단을 드러낼 수도 있다.
심장이 뜨거운 말띠 생이여. 당신의 그 뜨거움으로 삶의 절정을 맞이하시기를. 당신을 구원하고, 인류와 세상을 구원하시기를. 그래서 2014년이 반드시 당신의 해가 되시기를. 치어스!
글: 봉은희(작가/ 북 코치/ 책쓰기 & 글쓰기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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