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설계 사무소와 건축업자
전원주택을 짓다가 골치를 썩히는 건축주들이 많다.
자금 결제를 했는데 중간에 공사를 중단하고 만나주지도 않거나 아예 도피하는 업자도 있다.
설계 변경이 잦아 추가 비용이 많이 드는 경우도 적지 않다.
말이 설계이지 사실은 구두로 어떻게 짓는다는 어설픈 약속 때문에 빚어지는 실수다.
우리 동네 앞 집도 싸게 짓는다는 말에 넘어가 공사를 맡겼다가 오히려 공사비가 당초 예상을 크게 뛰어 넘는 결과를 당했다고 푸념하곤 한다.
집이 완공된 후에도 마음에 들지 않아 두 번을 더 추가 공사를 했으니 오죽할까?
대개는 설계없이 건축업자 말만 믿고 집을 짓다가 당하는 사례들이다.
결국 어떤 업자를 선택하느냐에 달렸다.
고급 주택을 짓는다면 굳이 현지 업체가 아니더라도 믿을 만한 업체나 설계 사무소를 이용하면 편하다.
그러나 보통의 전원주택은 굳이 서울 업체가 아니더라도 시공 능력이 있다.
오히려 현지 업체가 유리한 경우가 많다.
그런데 전원주택을 지을 때 설계없이 건축업자에게만 맡기는 경우가 적지않다.
대개는 흔히 알려진 표준 설계도나 건축업자가 지어 본 모형을 따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성있는 집을 짓거나 내실있게 지으려면 설계사무소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인허가 문제도 훨씬 수월하고 집을 짓는 과정에서 감리가 가능해진다.
나는 주택 모형을 내 취향대로 만들어 설계에 반영토록 했다.
독특한 외양은 싸구려 조립식 건물로 보이지 않는다.
특히 설계 과정에서 현실적인 조언도 적지 않았다.
예를들면 데크를 만드는데 바닥은 방부목이 아닌 대리석을 쓴 것이다.
방부목의 경우 비가 오면 데크 바닥이 더러워지고 청소도 자주 해야 한다.
그러나 대리석으로 바닥을 까니 흙 발로 돌아다녀도 쉽게 청소가 된다.
또 아무리 방부목이라 해도 내구성에서 대리석만 하겠는가?
기초 공사에서는 얼마나 시멘트 작업과 철근을 넣느냐가 관건이다.
이 때 건축주는 보고도 잘 모른다.
설계사무소에서 직접 감리토록 하면 아예 건축업자가 속일 생각을 포기한다.
거기에 귀동냥으로 들었던 스티로폼의 밀도를 2.0으로 못박아 설계에 반영했더니
나중에 건축업자가 품질보증서를 받아왔다.
즉 밀도가 2.0 이상이면 두께가 100T 라 하더라도 단열 효과가 충분했던 것이다.
또 하나 챙겨야 할 것은 정화조였다.
땅 속에 파묻는 것이라 정품을 쓰지 않는 경우가 걱정이었다.
설계에 반영했더니 건축주가 확인시켜주었다.
물론 설계사무소 못지 않게 건축업자를 잘 만나야 한다.
설계 사무소에 의뢰하여 복수의 건축업자를 추천받아 그 중에서 업자를 선택했다.
오히려 견적 단가가 높았지만 자체 중장비를 갖고 있어
집 주변의 배수로나 조경에 필요한 흙일을 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건축업자를 잘 만나 내가 간과한 부분을 스스로 비용이 추가되어도 자기 작품처럼 공을 들였다.
당초 설계에 따르면 단층으로 짓기로 했기 때문에 집이 낮아 보이기 쉬웠다.
건축업자는 나와 먼저 상의했지만 추가 비용없이 집의 높이를 약 30cm 정도 높혀서 지었다.
자연히 자재 값이 더 들었을 것은 분명했다.
훗날 집이 완공되고 보니 역시 높혀 짓기를 잘 했다는 판단이 섰다.
나 역시 보답으로 추가 보너스를 지급했다.
첫댓글 한페지 한페지 교과서 처럼 정독하고 있읍니다.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