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담수식물인 '나도좀개구리밥'이 전국 곳곳에 살고 있는 것으로 처음 확인됐어요. 그동안 좀개구리밥 식물은 우리나라에서는 단 한 종류만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어요. 그런데 또 다른 좀개구리밥 종의 식물이 발견된 것이죠. 나도좀개구리밥은 물속에 있는 오염 물질을 없애주고 동물의 사료나 비료로 사용할 수 있어 앞으로 유용한 생물자원이 될 거라고 해요.
그런데 이름이 조금 특이하지요? 마치 "나도 '좀개구리밥'이라고!"라고 말하는 것 같아요. 실제로 나도좀개구리밥이라는 이름은 생김새와 특징이 좀개구리밥과 비슷하다고 해서 '나도'라는 접두사를 붙여서 만든 것이라고 해요.
처음 발견된 식물의 이름을 지을 때 이렇게 '나도'나 '너도' 같은 접두사가 붙으면 기존에 있던 식물과 생김새와 특징이 비슷하다는 것을 뜻해요. 이렇게 처음 발견된 식물의 이름을 지을 때는 여러 가지 접두사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요.
◇접두사를 보면 식물의 모양 알 수 있어요
처음 발견된 식물의 이름은 그 식물을 처음 발견한 사람이 지어주게 되어 있어요. 발견된 식물이 이미 알려져 있는 식물과 비슷한 생김새와 특징을 갖고 있다면, 접두사를 붙여 이름을 지어주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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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도 한라산에 털진달래가 화사하게 피어 있어요. 높은 지대에 사는 털진달래는 어린 가지와 잎에 털이 많이 난다고 해요. /토픽 이미지
접두사를 붙일 때에는 발견된 식물의 특징을 가장 잘 드러내는 말을 붙여준답니다. 대표적으로 모양을 뜻하는 접두사들이 있어요. '왕' '큰' '말' '참' 같은 접두사가 붙어 있다면 몸집이 더 크다는 뜻이에요. 큰구슬붕이, 왕별꽃, 말참좁쌀풀 같은 것들을 예로 들 수 있죠. 하지만 이런 접두사가 붙었다고 해서 반드시 덩치가 큰 건 아니에요. 큰구슬붕이는 구슬붕이보다 더 크고, 왕별꽃은 별꽃보다 꽃이 더 크다는 상대적인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일 뿐이죠. 실제로 보면 크기가 작은 경우가 많답니다.
반대로 '좀'과 '콩' '왜' '애기' '각시' '병아리' 같은 접두사가 붙은 식물은 기존 식물보다 더 작다는 뜻이에요. 좀붓꽃은 붓꽃보다 좀 더 작게 생겼고, 왜개연꽃은 개연꽃보다 왜소하다는 걸 이름만 봐도 알 수 있겠죠? 애기고추나물과 병아리난초도 마찬가지랍니다. 슬프게도 '더 못났다'는 뜻을 가진 접두사를 얻은 식물도 있어요. 개망초, 개쑥부쟁이 등에 붙어 있는 접두사 '개'는 못났다는 뜻을 담고 있지요. 반대로 금마타리, 금붓꽃, 은난초 같은 이름들은 금색과 은색이 비친다는 고운 뜻을 담고 있어요.
◇발견된 장소나 지형도 알 수 있어요
발견된 식물이 어디에 주로 사는지를 접두사로 보여주기도 해요. 산부추와 산구절초, 두메양귀비와 두메부추는 주로 산(두메)에 산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섬초롱꽃과 섬백리향은 섬에서 살고, 골풀과 골사초는 골짜기에 많다는 걸 알 수 있고요. 벌노랑이, 벌등골나무는 확 트인 벌판에서 자란다고 해서 '벌'이라는 접두사가 붙었어요. 물매화, 물옥잠, 물질경이는 물가에서 볼 수 있는 식물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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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①금붓꽃은 붓꽃 중에서도 금빛이 난다고 해서 ‘금’이라는 단어가 접두사처럼 이름에 붙어 있답니다. ②동강할미꽃은 강원도 동강 유역에서 살아요. 이 꽃은 세계에서 오직 우리나라에만 분포하고 있답니다. ③바위채송화는 햇빛이 잘 드는 바위틈에서 잘 자란다고 해요. 건물 지붕, 옥상에서도 볼 수 있답니다. /이상선 기자·유창우 기자·연합뉴스
우리나라에서 처음 발견된 식물이라면 발견된 지역의 이름을 접두사로 쓰기도 해요. 동강을 보전시킨 동강할미꽃, 광릉숲에서 발견된 광릉요강꽃 등이 있지요. 이렇게 발견된 지역을 접두사로 붙여준 식물은 특수한 곳에 살거나 희귀하게 발견되어 기후변화나 식물의 서식 상황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근거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
외래종과 비슷한 식물이 발견된 경우에는 원산지 국가의 이름이 접두사로 붙기도 해요. 미국질경이, 멕시코돌나물, 유럽나도냉이, 서양등골나물, 브라질마편초, 카나다엉겅퀴 같은 식물은 이름만 봐도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잘 알 수 있답니다.
험한 곳에서 사는 식물에는 그 식물이 발견된 지형을 접두사로 붙여주어요. 갯가(바닷물과 강이 드나드는 곳의 물가)에 부는 소금끼 가득한 바람을 버티며 살아온 개미취와 메꽃은 시간이 흘러 갯개미취와 갯메꽃이 되었어요. 바위솔과 바위채송화는 바위에 붙어 척박하게 살아가요. 높은 산에서 억센 눈보라를 버티면서 산 잣나무와 향나무는 점점 크기가 작아져 눈잣나무와 눈향나무가 되었답니다.
◇나도밤나무는 밤나무가 아니에요
특이하게도 나도밤나무는 이름과 달리 밤나무와 전혀 다른 나무예요. 그런데도 오래전부터 이런 이름으로 불리고 있고, 이름의 정확한 유래도 알기 어렵다고 해요.
다만 나무의 이름에 대한 이야기가 사람들의 입을 통해 전해지고 있어요. 나도밤나무의 이름에는 조선시대 대학자 율곡 이이와 얽힌 이야기가 있어요.
율곡이 어렸을 때 한 스님이 "임진강 밤나무골에 밤나무 1000그루를 심지 않으면 율곡은 호랑이에게 잡혀갈 것"이라는 예언을 했어요. 율곡의 어머니인 신사임당은 이 말을 듣고 밤나무골에 밤나무 1000그루를 심은 뒤 스님을 데려왔다고 해요.
그런데 그만 밤나무 한 그루가 말라 죽어 있었어요. 이걸 본 스님이 "율곡은 호랑이에게 물려가겠구나"라고 말하자, 갑자기 옆에 서 있던 활엽수 한 그루가 "나도 밤나무요!"라고 말했다고 해요. 스님은 깜짝 놀라면서 "하늘이 낸 사람은 해칠 수가 없구나"라고 말한 뒤 호랑이로 변해 죽었다고 해요. 이후로 사람들은 이 나무를 나도밤나무라고 불렀다고 하는 이야기랍니다. 하지만 이 구전설화도 지역마다 내용이 조금씩 달라 나도밤나무라는 이름의 정확한 유래라고 할 수 없어요.
너도밤나무는 우리나라에서는 울릉도에서만 볼 수 있는 귀한 나무예요. 밤나무와 같은 참나무과이지만 종은 다르답니다. 울릉도에서도 너도밤나무의 이름에 얽힌 설화가 전해지고 있지만, 이 설화도 너도밤나무라는 이름의 정확한 유래로 보기는 어렵다고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