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상담원이다!!
스펀지
일요일 저녁 5시만 되면, 나의 손놀림은 바빠진다. 리모콘을 절대 가족에게 뺏기지 않고 사수해야만 한다. 왜냐하면, 1박2일을 보고 <<나는 가수다>>도 봐야 하는 나의 욕구을 채워야 하기 때문이다. 원래 이 프로그램에 관심이 없었고, 탈락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시끌벅적했던 때 ‘이런 일도 있구나~’라고 관망하던 내가 한 달 여 만에 다시 방송한다고 했을 때 새로운 출연진들에 대한 소식을 들은 순간 꼭 챙겨봐야 겠다는 마음을 먹게 된 것이다. 그 이유는 임재범 아저씨와 김연우 아저씨다. 이 아저씨들의 열성팬도 아니요~ 한결같은 팬도 아니요~ 지만, 학창시절 들었던 그들의 노래에 대해 좋은 느낌을 간직하고 있었기에 세월이 흐른 지금도 그 느낌을 느낄 수 있을지가 궁금했다. 그때 이후로는 그들의 노래를 접할 기회들이 없었기에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내가 말하는 좋은 느낌은 시원한 바람을 맞는 것과 같은 싱그러운 느낌이다.) 이리하여 예전의 그 느낌을 다시 한 번 느끼고 싶은 마음이 날 TV 앞으로 끌어 들이게 되었던 것이다. 첫 출연에서 자신들의 대표곡을 불렀을 때 정말 와우~!! 예전과 같은 느낌이 내 마음을 확 휩쓸고 지나갔다. 변하지 않았다!!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나를 무척 신나게 했다. 학생인 나를 추억하게 해주어서가 아니라 그 느낌 그대로를 다시 느낄 수 있어서 정말 신났다. 그것도 라이브로... 요즘에 나는 신나는 일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이 지루한 삶을 살고 있었는데, 노래 하나로 나의 마음에 촉촉한 단비가 내린 것 같았다.
10여년이 지난 지금도 똑같은 감동을 줄 수 있는 그들이 참 대단해 보였다. 노래 하나로 사람에게 요로코롬 감동을 주다니... 다른 사람들이 눈물까지 보이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첫 번째 궁금증은 풀리고 나니 두 번째로 모든 사람들에게 얼마나 감동을 주었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감동을 주었는지가 궁금해졌다. 물론 노래로 감동을 주었지만, 그 가수의 어떤 모습이 노래의 어떤 부분들이 내가 느낀 부분과 다른 사람이 느낀 부분이 같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어떻게 ‘감동’이라는 카테고리 안에 모든 사람들을 하나로 묶었는지가 궁금해진 것이다.
요리조리 생각의 나래를 펼치며, 딱 하나 생각난 단어가 ‘진심’이었다. ‘진심’을 다해 노래를 불렀기에 통한 것이 아닐까? ‘진심은 통한다.’는 말이 있듯이 말이다. 그렇다면, 나도 그 ‘진심’을 더 들어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전에는 사람들에게 ‘진심’이 없었나를 생각한다면, 그건 아니였다. 나름의 ‘진심’을 내고 있었다. 다만 내가 그렇게 하고 싶을 때와 그렇게 하고 싶지 않을 때를 스스로 구별하여 드러냈을 뿐이었다. 상대방이 모를 것이라는 착각하에... 나의 마음처럼 상대방이 따라오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에 대한 답을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찾을 수 있었다.
일반인 나의 ‘진심’은 내 마음대로여도 괜찮지만, 상담원 나는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다. 자신의 문제로 도움을 받으러 오는 사람들에게 내 호불호의 들이대는 것은 상담원으로써 전문적이지 못한 것 같다. 내담자는 나를 만나러 온 것이 아니라 상담원을 만나러 온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상담원인 나로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으면 될까?를 고민해보니 답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었다. 상담매뉴얼에 따라 이끌어 나가면서 내담자의 문제해결과 행복을 바라는 ‘진심’ 한 스푼을 더 하는 것. 그들이 나에게 감동 받아 문제해결을 위해 조금 더 힘을 낼 수 있다면 참 기쁘고 보람될 것 같다. 그 ‘진심’을 내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몰랑몰랑한 사람이 되어야 할 것이다.(몰랑몰랑하다는 건 여유가 있다는 말이다.) 빨리 빨리 몰랑몰랑해졌으면 좋겠다. 나의 바램을 이루어지길 기도하며... 오늘도 Cheer 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