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두에 먼저 밝혀두자면 제 경우에 사진 취미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DSLR을 구입한 지 이제 2년 남짓한 초보에 불과합니다. 이 글을 적는 이유도 강좌 라거나 그런 거창한 것이라기 보다는 제 자신이 배워가는 과정에서 적는 학습 노트에 더 가깝습니다. 당연히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언제라도 지적을 부탁드립니다.
아주 가끔 사진 커뮤니티에서 사진을 편집하고 보정하는 데 어도비 포토샵(Adobe Photoshop)이냐 어도비 라이트룸(Adobe Lightroom)이냐, 이런 작은 논쟁이 있는 경우를 봅니다. 개인적으로 둘 중 하나만 한다면 포토샵과 ACR(Adobe Camera Raw)이 좀 더 진지하게 접근할 대상이지만, 저와 같은 아이들을 찍는 아빠 사진사, 또 절대다수의 아마추어 취미가들은 어느 쪽이든 본인이 더 편한 쪽을 선택하면 된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업으로 사진을 하는 프로들에게는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지 좀 더 본질적이고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겠지만 말입니다.
사실 두 프로그램 자체가 사실 똑같이 어도비 사의 제품이고 라이트룸 자체가 어도비의 브릿지(Bridge)+ACR 이라는 포토샵과 함께 사용되어온 사진 RAW 편집 도구를 따로 독립시킨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유사성이 참 많습니다. 물론 서로 달라진 부분도 분명히 있습니다.
라이트룸의 현상 모드와 ACR의 편집 UI는 배치만 조금 다르고 둘 중 하나라도 써본 사람이라면 아무런 불편 없이 그대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똑같습니다. 내부의 처리 방식이라든가 색 공간의 구성 등에 차이가 있지만 아마추어 입장에서, 특히 그다지 이런 차이에 예민하게 느끼지 못하는 일반인 레벨의 눈을 가진 제게는 사실 누군가 짚어 주기 전에는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은 부분이었습니다.
브릿지와 ACR은 포토샵을 오래 써온 사람들도 사실 이 두 가지의 이름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포토샵을 주로 사진 편집 용도로 사용하지 않았다면 별도로 설치하거나 사용해볼 일이 거의 없거나 사용해 볼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사진 취미에 늦바람이 든 저도 보정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면 여전히 몰랐을 이름들이기도 합니다.
라이트룸은 바로 브릿지와 ACR, 이 두 가지의 장점을 취하여 사진 편집을 위한 툴로 별도로 독립되어 만들어진 프로그램입니다. 원래 영어로 사진 인화를 위한 암실이 다크룸(Darkroom)이므로 라이트룸은은 재미난 네이밍센스라 생각됩니다.
오늘 포스팅에서는 이를 심도 있게 다루기에는 제 내공으로는 좀 무리고, 포토샵에서의 ACR과 브릿지로 보정하는 방법에 대한 간단한 소개 정도를 해볼까 합니다.
어도비 브릿지(Adobe Bridge)
어도비 브릿지를 처음 접했을 때 직관적이고 사진들을 편리하게 볼 수 있는 뷰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름이 말해 주듯 이 프로그램은 그야말로 다른 편집프로그램과 가교 역할을 해주는 프로그램이자 사진을 관리하기 쉽게 해주는 도구입니다.
브릿지만으로도 간단하게 사진의 회전이나 별점 등급, 메타데이터 등을 설정하고 관리할 수 있습니다. 라이트룸이나 소니 캡쳐원(Sony Capture One) 같은 편집 도구의 경우 익숙해지면 정말 편리하더라도 직관적으로 이해하기에는 어렵고 접근 장벽이 좀 있는 카탈로그라는 개념이 있지만, 브릿지는 탐색기와 폴더 형태로 직관적으로 사진을 관리합니다.
어도비 포토그래피 플랜을 이용 중이라면 Creative Cloud에서 무료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습니다.
PC를 다루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탐색기 형태의 구조로 사진을 보고 간단한 편집을 하거나 ACR이나 포토샵으로 바로 연계할 수 있게 해줍니다.
브릿지에서 RAW 파일(캐논의 경우 CR2)을 더블 클릭하면 바로 포토샵이 실행되며 ACR 편집창이 뜨게 되는 방식입니다.
ACR(Adobe Camera Raw)
사실 ACR에서의 사진 보정은 라이트룸의 현상 모듈과 그 차이를 찾기가 어렵습니다.
라이트룸을 써보신 분들이라면 오른편의 메뉴가 무척 익숙할 것 같습니다. 사실 GUI의 일부 차이를 빼면 그 항목들이 라이트룸의 현상 UI와 항목들이 거의 똑같습니다. ACR에는 없는 최신 버전의 라이트룸에만 있는 기능들이 분명 존재하지만 보정을 위한 본질적인 기능이라기보다 편의성 측면에서 좀 더 편리한 부가 기능들입니다.
아래에서는 비교를 위해서 오른편에 라이트룸 메뉴를 같이 표시했는데 ACR의 항목별 메뉴를 펼쳐 놓은 것과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라이트룸을 많이 쓰는 이유가 방대한 프리셋 때문이라고도 하는데 사실 라이트룸의 프리셋을 ACR에서 사용하는 XMP 형태의 프리셋으로 변경하는 건 무척 간단하므로 프리셋을 적용하는 것에서도 큰 차이가 없습니다.
구성 자체와 용어가 똑같아서 둘 중 하나를 해본 사람이라면 따로 사용법을 배울 필요가 없을 정도입니다.
라이트룸의 장점으로 대량 일괄적용 등 대량 처리의 편리함을 이야기하는데, ACR에서도 여러 파일을 선택하고 프리셋 등을 일괄 적용할 수 있고 다단계 리사이즈나 후속 일괄 작업 역시 포토샵의 배치와 액션을 통해 대량으로 여러 작업이 가능합니다.
물론 액션이나 배치는 초심자가 접근하기에 처음에는 어렵게 느낄 수도 있는 부분들이 있지만 라이트룸도 처음 접한 사람에게 어려운 부분은 똑같이 존재한다는 생각입니다.
라이트룸과 ACR의 큰 차이는 작업하는 동안의 색 공간을 변경할 수 있느냐의 차이 같습니다. ACR의 경우 작업 색 공간을 sRGB로 설정할 수 있습니다. 종종 라이트룸에서 색 공간의 문제로 편집할 때의 사진과 실제 JPG에서의 색감의 차이점을 문제로 토로하는 경우가 있는데, 어도비 RGB로 편집해서 JPG 변환 시 sRGB로 변환하든가 처음부터 sRGB로작업하든가 선택이 가능한 점에서 ACR이 좀 더 자유롭습니다.
색 공간 문제에 대해서는 내용이 너무 길어질 것 같으니, 부족한 제 설명보다는 마루토스님의 「같은 사진인데 색이 달라 보이는 이유」를 읽어보시는 걸 권합니다.
개인적으로 포토샵과의 연계성은 ACR이 더 편합니다. 라이트룸의 RAW 편집을 포토샵으로 연계하기 위해서는 TIFF로 변환한 사본으로 연계해야 합니다. 반면에 ACR로 1차 편집 후 레이어 마스크나 합성 등의 추가 보정을 위해 포토샵으로 연계하는 것이 훨씬 자연스럽습니다.
제 경우 99%의 사진 보정이 라이트룸이나 ACR만으로 대부분 끝나고 1% 정도만 포토샵으로 연계해서 추가 보정을 하니 그 사용 빈도가 높진 않습니다. 하지만 가끔 라이트룸만으로는 부족해서 포토샵으로 후반 작업을 더 해야 할 때는 확실히 ACR을 사용할 때가 더 편리했습니다.
라이트룸? ACR과 포토샵?
사진 보정의 역사가 긴 고수의 경우 하나만 배워야 한다면 라이트룸보다 ACR과 포토샵을 배우라고 조언합니다. 사실상 현재 기준으로 ACR과 포토샵 연계 작업은 사진 보정, 편집, 합성 등 못 할 것이 없는 조합입니다.
라이트룸 만으로는 분명 한계가 있는 부분이 존재하지만, 대부분의 사진 편집을 포토샵까지 가져가야 할 일이 거의 없다면 라이트룸 만으로도 충분히 대부분의 사진을 보정하고 즐길 수 있습니다.
직접 느낀 라이트룸과 포토샵 ACR의 차이점은 기존에 흔히 많이 거론된 차이점과는 거리가 좀 있었습니다. 사실 각 툴의 버전이 업그레이드되고 시대가 변하면서 과거의 차이점이 사라거나 변화된 부분도 있습니다.
라이트룸이 포토샵 ACR 보다 대량 작업에 편리하고 좋다
포토샵은 사진 몇 장을 편집할 때, 라이트룸은 대량 편집할 때 좋다는 예를 많이 드는데 이는 ACR 없이 또는 ACR을 포토샵에 RAW를 불러오는 용도로만 쓰면서 생긴 오해가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실제로는 여러 장의 사진에 프리셋 동시 적용 같은 대량 작업의 이점에는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오히려 포토샵의 배치나 액션의 경우 좀 더 자신에 최적화된 후반부 작업의 자동화까지 가능합니다.
라이트룸이 사진 관리에 더 편리하고 좋다
개인적으로 DPP를 쓰다가 라이트룸을 사용하기 시작할 때 가장 큰 장벽이 오히려 직관적으로 와 닿지 않는 카탈로그를 통한 사진 관리 개념이었습니다. 브릿지의 탐색기 형태의 관리 체계가 제게는 더 직관적이고 이해하기 좋았습니다. 평소 폴더별로 사진을 잘 정리하던 사람이라면 브릿지와 ACR만으로도 사진 관리에도 전혀 불편함이 없었습니다.
라이트룸은 저렴한 데 비해 기능이 충실하고 가성비가 높다
최근에는 월/년 단위의 정액제 포토그래피 플랜 등으로 월 1만 원 정도에 라이트룸과 포토샵 CC를 같이 제공합니다. 저렴한 가격 때문에 라이트룸만 구입하는 경우의 이점은 많이 줄어들었다고 생각합니다.
포토샵보다 라이트룸이 배우기 쉽다
보정을 이전에 해본 적이 없고 이제 시작하려는 초심자에게 라이트룸의 카탈로그 개념과 UI는 결코 쉽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처음 보정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을 때 포토샵 ACR이나 라이트룸이나 둘 다 어렵게 느껴지기는 매한가지였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그럼에도 라이트룸이 훨씬 대중적이고 널리 쓰이는 이유는 제 생각에는 다음의 이유 때문인 것 같습니다.
- 과거에는 확실히 저렴한 가격으로 사진편집 기능만을 원하는 사진가들에게 라이트룸이 더 경제적이었다.
- 비록 ACR 프리셋으로의 변환이 간단하긴 하지만 변환할 필요 없이 바로 쓸 수 있는 방대한 라이트룸 프리셋이 존재한다.
- 포토샵, ACR, 브릿지 조합의 경우 일부 별개의 설치가 필요하고 이 연계를 처음부터 바로 이해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한 번에 모든 기능이 포괄된 프로그램으로 설치되는 라이트룸에 비해 실제보다 훨씬 더 어렵게 느껴진다.
게다가 앞서도 언급한 라이트룸의 작업 색 공간 문제 같은 부분들은 의외로 크게 와 닿지 않는 부분입니다. 그다지 색감에 예민하지 못한 데다가 보정하는 기준이 특정한 색감보다는 밝기, 샤픈이나 비네팅, 수평, 아웃포커싱 같은 효과적인 측면에 더 치우쳐 있어서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그 외에도 SW들은 항상 그 성능이나 기능이 좋다고 해서 가장 많이 쓰이는 프로그램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걸 우리는 PC의 역사를 통해 배워 왔습니다. 도스가 그랬고, 윈도우즈도 PC 환경에서 가장 뛰어난 성능을 보여주는 OS는 아니었음에도 대중적으로 성공한 OS가 되었습니다.
분명 라이트룸이 포토샵에 비해 저렴해서 더 많이 배포되고 사용되었던 영향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기능적인 측면에서나 이후의 보정 영역의 확장을 고려해도 브릿지, ACR, 포토샵 조합이 기능적으로 훨씬 뛰어난 것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라이트룸 역시 독립적으로 발전해 오며 많은 발전을 하고 있는 사진 보정 툴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현재도 많은 사진가들이 라이트룸을 사용하고 있을 리는 없을 것입니다.
제 경우에는 가끔 ACR을 써서 현상할 때도 있지만 대개 라이트룸으로만 JPG 변환 작업을 끝냅니다. 그 이유는 사실 따져 보면 ACR에도 있는 아주 사소한 기능 몇 가지가 라이트룸에서 사용할 때 더 익숙하고 편하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생각해 보면 주요한 보정 기능이 아닌 다소 마이너한 기능들인데도 어떤 툴을 쓰느냐에 영향을 주는 걸 보면 사람이란 익숙해진 것을 더 선호하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이처럼 라이트룸과 ACR은 따지고 보면 같은 부모 아래의 형제로 비유되는 도구들이기 때문에 그 차이점이 크지는 않습니다. 아마추어 사진 취미가에게는 ‘무엇이 더 자신에게 익숙하고 더 편하게 느껴지는가?’ 이 부분이 기준이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보정을 해보고는 싶은데 어려워 보인다는 선입견으로 아예 시도도 안 해보는 것보다는 어떤 툴을 사용하든 시도해보는 게 낫지 않을까요.
제 경우에 보정을 시작한 경력이 적어서, 다소 목적 지향적인 성향 때문인지 주로 보정에 라이트룸을 쓰지만 어떤 때는 DPP로 카메라 픽쳐스타일을 살릴 때도 있고, ACR과 포토샵을 쓸 때도, 포토매틱스로 HDR 효과를 주거나 아무래도 원하는 느낌이 안 나올 때는 캡쳐원에서도 불러보고, 체계가 잡히지 않은 다소 중구난방 상태이긴 합니다. 아마 현재 저는 보정 프로세스의 과도기이고 시간이 흐르면 제 워크플로우도 한 가지 방향으로 자리 잡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참고 – 라이트룸 프리셋을 ACR 프리셋으로 변환하기
추가로 라이트룸 프리셋을 ACR 프리셋으로 변환하는 방법을 첨부해 봅니다. 사실 사진 커뮤니티 등에서 많은 고수분들이 언급하셨지만 저를 포함한 초보에게는 아무래도 스크린샷이 있는 편이 좀 더 이해하기 쉬울 것 같아 사족을 달아 봅니다.
우선 라이트룸에서 사용하던 프리셋을 적용한 RAW 파일을 DNG로 내보내기를 합니다.
이 DNG 파일을 ACR에서 불러옵니다.
ACR에서 사전 설정 메뉴에서 설정 저장을 선택합니다.
저장 화면에서 프리셋으로 설정을 일괄 저장할 항목들만 선택합니다.
XMP 파일로 이 설정을 저장하면 끝입니다.
다른 RAW 파일들을 불러왔을 때도 라이트룸에서 쓰던 프리셋을 그대로 적용할 수 있습니다.
원문: 지후대디의 Favorite
결제 관련 서버 프로그램 개발자. 두 아이의 아빠이며 여느 직장인들 처럼 대출과 노후를 걱정하는 평범한 회사원. 특히 40대 개발자가 된 이후 야근하는 척, 일하는 척, 죽은 척 하는데 능해진 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