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 생각뿐
- 김용호 /
삼삼그리면 눈을 부비어보고
하두 보고프면 쩔래 쩔래 머리를 뒤흔들어도 보고
못 이루는 사랑일 바엔 아예 지우고 잊어버리자
하고, 어제도 오늘도 너 생각뿐
<감상> 지금 생존해 계시다면 97세가 되시니 문단의 대선배이고 한국현대시단의 개척자의 한분이시다. 그러나 그 시를 볼진대 마치 요새 사춘기 소년과 무엇이 다르랴. 이렇게 시는 한 시인의 젊음을, 그 젊음의 향기를 오래오래 후세에 전해주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개인의 역사를 전해줄 뿐만 아니라 그 개인의 사상과 정서까지도 고스란히 전해져 후세 사람과 교류하게 하고 공감하게 하는 것이니 한 편의 짤막한 시가 긴 역사를 관통하여 민족의 동질성을 확인하고 공감하게 하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눈에 삼삼하게 어리면 눈을 부비어보고 하두 보고 싶으면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어도 보고 이루지 못할 사랑일 바엔 아예 잊어버리자 하고 마음을 먹으면서도 또 사랑하는 사람 생각에 빠지고 마는 일은 비단 이 시인만의 정서가 아니다. 또 이 시인이 살았던 시대의 사랑의 속성도 아닌 것이며 어느 한 지역의 정서적 특성도 아니다. 그것은 역사와 시대와 지역을 통털어 인류 보편적 사랑의 정서이고 현상인 것이다. 그래 한 편의 시를 읽고도 우리는 시공을 뛰어넘어 수많은 사람과 정서적 공감을 체험하고 상호 이해와 동질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김용호(1912~1973) 경남 마산 출생, 단국대학교 문과대 학장 역임.
*최일화: 인천 선인고 교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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