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라의 시詩꽃 . 마음꽃 하나 19회] 갑자기 겨울비
겨울비는 묵묵히 나를 바라본다
갑자기 겨울비
어두운 침묵의 색 두툼한 옷들로
부풀어 터지는 겨울 지하철
간간이 참는 기침소리 못 들은 척
입을 꼭 다문 채 멈춰진 영상처럼
전화기에 못 박힌 시선들
고단한 다리를 유혹하는
핑크색 자리는 비워두고
흔들리는 손잡이에 몸을 맡기며
언젠가 도착할 따뜻한 창을 생각하는
초점 없는 눈빛들
쉼 없이 달리는 시간 열차에서
파도처럼 밀려 나온 바깥세상
어디에도 머물지 못한 바람 같은 나를
기다렸다는 듯
오늘따라
우산 파는 이 없는
마중 나온 이도 없는 손 시린 지하철 입구
잔뜩 찌푸린 검은 하늘은 말없이
숨 가쁜 나의 갈 길을 잠시 멈추게 하는
겨울비
詩作 노트
퇴근길, 하루는 언제나처럼 쉼 없이 흘러갔다.
반복되는 일과, 쉴 자리를 찾기 어려운 지하철,
지하철 속 수많은 침묵은 무거운 겨울옷처럼
날 짓눌렀다.
얼굴 없는 군상들, 초점 없는 눈빛들, 비좁은
공간에 수백의 사연들이 모였지만, 모두가 핸드폰에
고개를 숙이고 저마다의 세계에 갇혀 있었다.
모두 흐릿한 풍경이 되어 바람처럼 지나가는
시간 속에 실려 가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의
열차는 사람들을 실어 나르고, 나도 그 안에 서
있었다.
간혹 멈추고 싶은 순간이 있지만, 삶은 파도처럼
밀려 나를 바깥으로 쏟아냈다. 하루의 끝에
겨울비가 내리고 있었다. 손 시린 지하철 입구에
서니 우산도 없고 나를 기다리는 사람도 없었다.
비는 묵묵히 나를 바라보고 하늘은 어딘가
서글프고도 단호한 표정으로 나의 모든 고단함을
꿰뚫는 듯했다. 퇴근길의 겨울비는 무언가 다른
의미를 던져주는 듯했다.
쉼 없이 흘러가는 인생의 파도 속에서 잠시
발걸음을 늦추게 하는 이 겨울비는 삶의 틈에서
흘러들어온 잠깐의 숨결 같았다. 내게 작은 쉼을
허락했다. 그리고 그 쉼은 또 다른 시작을 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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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라의 시詩꽃ㆍ마음꽃 하나 19회] 갑자기 겨울비 - 골프타임즈
갑자기 겨울비어두운 침묵의 색 두툼한 옷들로부풀어 터지는 겨울 지하철간간이 참는 기침소리 못 들은 척입을 꼭 다문 채 멈춰진 영상처럼전화기에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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