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풍호 뱃길 따라 / 조 광 연
가슴이 탁 트이는 호수를 바라보며 청풍나루에서 장회나루까지 왕복하는 배에 오른다.
잔잔한 물살을 가르며 배가 미끄러지듯 나아간다. 하얀 물거품이 꼬리를 달고 배를 따라온다. 사방팔방에 연녹색으로 옷을 갈아입는 산들이 호수를 굽어보듯 내려다보고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웅장한 모습의 청풍대교 밑으로 지나간다. 호반에 설치된 분수가 있다는데 이 시간은 운영 시간이 아닌지 보이지 않는다. 청풍호 뱃길 중 가장 수려한 곳에 설치한 분수로 그 높이가 무려 162미터에 달하고 힘차게 뿜어 올리는 물줄기가 아름다운 곡선을 연출한다는 해설사의 설명이다. 분수 운영시간을 미리 알았더라면 그 시간에 맞춰서 올걸, 그러니까 여행하려면 미리미리 공부하고 와야 하는데 그렇게 못하고 온 것이 아쉬웠다.
배를 운항하는 사람이 뱃길 양쪽에 있는 경관 좋은 곳을 열심히 설명함에도 요란한 기관 소리와 많은 사람들이 왁자지껄 대화하는 소리에 묻혀서 잘 들리지 않는다. 그저 지도를 봐 가며 아름다운 경관을 가슴에 품고 눈에 담고 카메라에 담기 바쁘다.
조금 지나니 저만큼 청풍호 수몰 이주민들이 모여 사는 도화마을이 보인다. 농지가 부족한 지역이라 농가소득을 올릴 생각으로 비탈과 밭에 개복숭아 나무를 많이 심었다고 한다. 봄이면 온 동네가 복사꽃이 만발하고, 입소문을 타고 널리 알려져 이 꽃을 보러 오는 사람이 많아지는 바람에 개복숭아 효소를 만들어 판매하는 복숭아꽃 축제가 열리는 마을이다.
아름다운 풍광을 즐기며 얼마를 가니 빨간 아치가 멋스럽게 설치된 옥순대교가 나온다. 수산면 괴곡리에서 금수산 방향 상천리로 건너가는 다리다. 멀리 금수산의 부드러운 능선이 눈에 들어오고 계곡을 건너가는 출렁다리가 보인다. 호수 둘레길 탐방객을 위하여 설치한 것이다.
이어서 층암절벽의 옥순봉玉筍峰이 보인다. 물빛에서 솟아오른 옥빛의 대나무 순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기암괴봉이 거대한 병풍을 두른 듯한 청풍호의 최고의 절경이다. 자연이 아니고서는, 신이 아니고서는 누가 이토록 아름답고 거대한 조각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그저 자연이 만들어낸 비경에 감탄하며 취할 뿐이다.
절경의 연속이다. 옥순봉을 지나 얼마쯤 가니 이번에는 구담봉龜潭峰이 나온다. 마치 커다란 거북이 한 마리가 절벽을 오르고 있는 듯한 형상을 보이고 물속에 비친 바위가 거북 모양이라 하여 이름 붙여진 절경 중의 절경이다.
풍광이 이처럼 뛰어나다 보니 예로부터 많은 학자와 시인 묵객이 그 절경을 찬미했는데 특히 퇴계는 '중국의 소상팔경瀟湘八景이 이보다 나을 수는 없을 것'이라 극찬했다고 한다. 이런 비경에 취해 눈에 넣고 가슴에 담기에 바쁘다. 옥순봉과 구담봉이 마치 형제처럼 가까운 거리에 있으나 옥순봉은 해발 286미터로 제천시 수산면 괴곡리에 속하고 구담봉은 해발 330미터에 단양군 단성면 장회리에 있다. 봉우리 높이로 따지자면 구담봉이 형인 셈이다.
구담봉을 지나 얼마쯤 갔을까. 오른쪽으로는 바위 능선이 마치 제비가 날개를 활짝 편 모습과 같다고 하는 제비봉이 보이고 조금 지나 왼쪽으로는 산의 형세가 말의 목처럼 생겼다고 하는 말목산이 보인다. 시선이 닿는 곳 모두가 아름답기 그지없는 절경이다. 호반 양쪽으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광에 취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어느덧 배는 장회나루에 도착했다. 사람들이 내리고 타고, 배는 장회나루를 출발해서 청풍나루로 향한다.
같은 뱃길이지만 호반 양쪽으로 보이는 풍광의 맛이 다르다. 청풍나루에서 장회나루로 가는 길에 미처 보지 못했던 수려한 산세가 눈에 들어온다. 배를 타고 둘러봤으니 다음에는 산길로 이 비경을 둘러보면 좋겠다. 우리나라 그 어디를 가도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그래서 삼천리금수강산이라 하지 안 했을까. 부지런히 국내 여행을 다녀 볼 생각이다. ('24.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