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을 기다리며
수필 하영수 241017
카메라와 은박자리 챙기고 일곱시반 집을 나서서 한강가로 달려 갔다
불꽃이 잘 보이는 한강변 풀섶
잡초 덩굴로 뒤덮힌 이곳에 이날은 불꽃을 가까이서 보고 느끼려고 아침부터 사람들이 모여들어 오후가 되니 발디딜 틈업이 사람들로 들어찼다
도착해 보이는 건 벌써 자리 깔고 앉은 수많은 사람들
시간이 흐를수록 빽빽이 자리펴고 삼삼오오 앉아 있는 면적이 점점 넓어 진다
온종일 기다리는 모험과 인내로 밤이 되기를 기다려야 한다
강물과 불꽃이 잘 보이는 장소에는 발 디딜 틈도 없다
자리 깔고 앉은 사람들은 언뜻 보아도 애기를 대리고 나온 가족들, 연인들, 사진을 찍으려는 아마추어 사진가들로 붐빈다
저마다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은 애정과 우정과 가족애로 이야기를 하면서 간식을 먹으면서 기쁨의 표정을 하고 있다
돈 적게 들이고 볼거리를 만들어 주려는 가장, 남자의 심정이 보인다.
가장다운 기회를 보여줄 기회를 잡는 건 이만한 행사도 없다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전망이 좋은 곳에 삼각대를 펴놓고 자기 자리임을 증명한다.
삼각대의 위치와 자리의 위치가 일찍 오는 수고와 능력의 성적표이다
지방에서 일찍 와 좋은 자리 잡은 이는 전날 밤 11시에 왔다고 한다
나도 좋은 자리는 아니지만 숙고할 시간 없이 삼각대를 펴놓고 뒷쪽 풀섶에 사람들 사이공간에 자리를 펴놓고 소지품을 얹어 놓았다.
입장료도 없는 한강변 돈없이도 가족 연인에게 선사할 수 있는 서민들의 자연스런 모임의 장소가 된 샘이다..
오후 중반 애기를 하나씩 들쳐 안고 손에는 큰가방을 들고 온 젊은 부부가 앉을 곳을 구하지 못해 한참을 두리번거리고 서성이는 모습이 내 눈에 들어 왔다
나는 요즘처럼 결혼도 않고 애기도 안 낳으려는 풍조가 안타깝게 느끼던 터여서 선뜻 내가 펴놓은 자리에 앉으라고 권했다.
나의 관심은 강변 가까이서 불꽃이 터지는 찰나를 꽃모양 그리듯 찍히게 촬영을 잘 하여야 한다는 생각이 머리에 차있어서 앉는 자리는 연연하지 않고 이왕이면 육아에 힘든 젊은 부부에 베푼 것이 잘 했다는 심정이었다
얼마 후 애기 아빠가 과자 봉지를 하나 내게 건네며 감사함을 표하였다. 이거라도 받지 않으면 그들도 맘 편하지 않을 듯하여 받았다.
내가 베푼 작은 인정이 집에 오는 내내 보람있게 느껴졌다.
여기 나온 사람들은 일상에 답답함을 화려하고 요란하게 터지는 불꽃을 보면서 쌓인 것을 잠시나마 털어 버리고 새로운 각오로 살려는 바램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이윽고 어두워져 일성의 불꽃이 올라와 팡팡 소리가 하늘을 진동하고 와~와~하는 함성과 어우러져 황홀감으로 이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