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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료 지원중단 통보로 멘붕에 빠지다
서울시에서 임대료 지원 사업을 중단한다는 통보를 받고 고민에 빠졌습니다. ‘임대료 중단은 무슨 의미일까?’ 지원중단 통보는 우리를 위축 들게 했습니다. ‘사업을 잘못한 게 아닌가?’ 과거 휴카페에서 탈락되었던 트라우마가 올라오고 ‘작공을 그만하라는 신의 뜻이구나’하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추운데 갈 곳이 없다며 꿈나무도서관을 찾아온 아이들과의 시작으로 하루는 서럽게 울다 다음날은 ‘이 일 시작하길 정말 잘했다’ 행복해 하면서 보낸 5년의 시간들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남을 배려하는 일에 익숙지 않아 어디를 가도 민폐였습니다. 열린사회 은평시민회 공간 ‘즐거운 소통’에서 검정고시 공부를 하고, 은평구평생학습관에서 영상동아리활동을 하고, 마을n카페에서 잊을 수 없는 맛의 돼지불백을 먹으면서 주민들의 관심과 지원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거칠고 소란스러운 아이들 때문에 어디에도 오래 머물 수 없었습니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이야기를 나누기 위한 떠돌이 생활이 이어졌습니다. 안정된 공간이 없어서인지 아이들이 더 산만하게 느껴졌습니다. 이런 현실을 알고 찾아온 서울시 학교밖지원센터 덕에 2011년 8월 역촌 중앙시장에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공간이 생겼다는 기쁨은 잠깐, 몰려드는 3,40명의 아이들을 품기에 시장통의 6평은 너무나 작았습니다. 2012년 보증금 증액으로 현재의 길마공원 앞으로 옮길 수 있었습니다.
공원 앞 청소년도서관은 늘 꿈꾸던 일이었습니다. 두꺼비하우징의 도움으로 노란 작공이 만들어지고 참 많이 행복했습니다. 인건비도 부족하고 아이들과 만나기 위해 1년에 10개가 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도 아이들의 변화를 확인하는 시간들은 ‘이것이 내 천직이구나’ 라며 꿈을 이루며 사는 사람으로의 기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런 작공에 임대료 지원이 중단된다는 통보가 온 것입니다.
첫번째 격려는 은평지역사회네트워크였습니다. 지역 곳곳에서 기꺼이 내어준 물품들로 아름다운가게에서 아름다운 하루를 함께 진행하고 그 수익금을 받게 되었습니다. 월임대료로 사용하고 싶었지만 지원 규정상 어려웠습니다. 칸막이 공사로 답답했던 작공을 바꾸는 비용으로 사용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왜?’라고 물었을 때 ‘권리금이라도 받아 볼려고’ 했었습니다. 권리금을 받아 작은 공간이나 지하공간을 찾아갈 볼까라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지난 11월25일 재계약 건으로 학교밖지원센터를 찾아갔을 때 확인하게 된 건 지원중단이 아니라 임대료 환수! 멘붕이었습니다. 긴급회의를 하자며 찾아온 고은경샘, 김다현샘과 신협을 찾아갔습니다. ‘대출을 받자!!’ 그러나 대출은 불가능했습니다. 6,000만원이었던 보증금을 건물주와 조정하고 100만원을 차입해줄 25명을 모아보자 했습니다. 그것도 쉽지 않겠지만 은평구 사람들이 후원할 경제적 여력이 있겠느냐는 생각이 깔려있었던 거지요.
손길을 내밀어 준 은평의 이웃들에게 감사
“왜 그걸 혼자 해결하려하느냐, 같이하자” 신나는애프터센터 선생님들과 열린사회은평시민회 활동가들의 지지가 들어오자 힘을 얻었습니다. ‘반지하라도 공간을 마련해보자’ 했던 생각이 ‘공간을 유지할 수도?’라고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은평시민신문을 통해 기사가 실리자 연락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일일이 거명할 수 없는 수많은 지역의 이웃들, 선생님들, 활동가들, 친구들, 친구의 친구들까지……
만원부터 백만원, 그 넘어까지 다양한 후원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교회와 주민자치위원회, 작공이 속해 있는 갈현 2동 네트워크, 어떻게 소식을 들었는지 손길을 내밀어준 은평지역의 이웃들…… 지금 떠올려도 가슴 벅차오르는 감동의 순간이었습니다. 후원 통장엔 ‘처음부터 내 돈 아님’ 등 익명의 후원자들이 마음을 담은 기부가 이어졌습니다. 한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천만원을 기부하겠다는 연락이었습니다. 작공이 이렇게 관심과 애정을 받고 있는 곳이라는 사실에 아이들도 우리도 입을 다물 수 없었습니다. 2014년 12월30일, 재계약을 하고 서울시에 2,500만원을 보냈습니다.
정말 많은 분들이 마음을 모아주셨습니다. 2,500만원을 서울시에 보내면서 지역 힘으로 자립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격했습니다. 대부분 가정과 사회의 피해자이지만 때로는 가해자가 되어 사람들의 걱정과 근심, 그리고 손가락질을 받았던 아이들, 그러나 이 아이들이 우리 사회의 미래라는 사실에, 이 아이들이 잘 크는 것이 우리 사회의 건강함의 척도라는 사실을 알기에 정말 누구나 어려운 경제적 현실 속에서도 마음을 열어주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마음이 고맙고 고마웠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힘들게 아이들을 만나온 우리들은 엄청난 지지를 받았습니다. 내가 좋아서 한 일이라 누구한테 아쉬운 소리도, 힘들다는 소리도 못하고 해온 일들이었는데 엄청난 지원군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만큼의 책임감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지난 연말부터 시민회 후원회에서, 은평시민신문 후원행사에서도 느낀 것이지만 은평에서 나의 삶은 안전하구나, 같이 살아갈 수 있구나, 난 든든한 이웃이 있구나 하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되었습니다.
고맙고 행복합니다.
작공재계약, 가능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던 일이었는데 무사히 재계약을 하고 공간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많은 분들의 지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올해에도 건강하시고 좋은 자리에서 뵙길 희망합니다. 작공의 이미경, 문선미, 최시온, 장보성, 한지엽 (작공후원 신협 131-016-365825) |
이미경 / 청소년도서관 작공대표 2201mk6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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