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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안양K산악회 원문보기 글쓴이: 해초롱
바쁜 일상에 쫓기다보면 우리는 정작 자신이 자기자신과 가족을 위해 일한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정작 가족에게는 소흘해지기 쉽상이지요. 또는 휴일을 그저 보낼 수 없다하여 여가생활을 즐기려 큰맘먹고 밖으로 나섰던 게, 결국엔 공기 탁한 영화관에 가서 영화나 보며 팝콘에 콜라를 먹다 혹시라도 영화선택을 잘못하여 재미없기라도 하면 꾸벅꾸벅 졸다오는 것으로 마무리하는 경우도 왕왕 있구요. ^^
그런 무미건조한 시간들이 정말 짜증나는 분들이시라면 서귀포시 월드컵경기장 내에 위치한 닥종이인형관에 한번 들르시라 권하고 싶습니다. 나도 모르게 편하고 행복한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장소거든요. 서귀포 월드컵경기장 내 위치한 닥종이인형관 옆에는 롯데시네마가 입점해 있습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입장료 6천원의 닥종이 인형관은 그냥 지나치고 입장료 8천원의 영화 한 편을 보기 위하여 줄을 서기 일쑤입니다. 그러나 저같으면 당연히 영화보다는 닥종이인형박물관을 선택하겠습니다. 자, 그럼 닥종이인형박물관에 한번 들어가 볼까요?
박물관에 들어서자 초입에 거의 사람과 개의 실물과 같은 크기의 정교한 닥종이인형이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그리고 한쪽 벽면에 글귀와 함께 닥종이인형박물관에 전시된 작품들의 참여작가 이름이 나열되어 있군요.
정교한 닥종이 인형들이 각설이 타령을 하고 있습니다. 그 다이나믹하고 해학적인 몸짓하며 생생한 표정이 참 재미있습니다.
한데 닥종이인형이란 이름에서 '닥종이'는 과연 어떤 종이를 말할까요? 문득 궁금해져서 국어사전을 검색해보니 '닥나무 껍질을 이용해서만든 종이'라고 나오네요. '닥나무'는 순수한 우리 한글이름으로 한지를 만드는 원료가 되는 나무입니다. 그리고 우리 한지는 닥나무 껍질을 원료로 해서 만들어집니다. 결국 닥종이는 우리 한지(韓紙)를 일컫는 순수한 우리말이었네요.
그럼 이왕 말이 나온김에 우리나라 종이인 한지(韓紙)에 대하여 공부해 볼까요? 우리나라 종이인 한지(韓紙)는 이미 오래전부터 주변국가에 널리 알려져 있었다 합니다. 한지는 '닥'을 주 원료로 하여 만들어졌기에 순우리말로 '닥종이'라고 불리워졌지요. 닥종이(韓紙)가 언제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하였는지는 전하여지지 않지만, 기원전 2세기무렵 제작된 방마탄에서 출토된 종이가 지금까지 발견된 가장 오래된 종이이니, 그 무렵 즈음에 우리나라에도 종이생산기술이 전해졌으리라 추측된답니다. 이미 신라시대에 중국으로 희고 곱게 다듬은 우리 종이를 수출한 것으로 미루어 보아, 서기 105년 중국 후한 때 채륜이 종이를 개량한 시기와 비슷하게 우리 선조들도 나름대로 독창적인 방법으로 종이생산에 힘써왔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경남 의령군에는 천년 전 신라시대에 닥나무를 이용하여 종이를 만들게 된 설화까지 내려오고 있지요. 고려시대 들어서는 수공업의 전문화와 인쇄술, 제지술이 발달하면서 더욱 질 좋은 종이를 개발하여 수출하게 됩니다. 한지는 중국의 걸러뜨는 방식과 달리 외발이라는 도구를 이용하여 뜨는 방식을 사용함으로써, 희고 광택이 있으며 질긴 종이를 생산할 수 있었고, 이렇게 생산된 질좋은 한지는 중국뿐만 아니라 인접 국가에까지 수출되어 세계 최고의 명품 종이로 인정받았지요. 이런 유구한 역사 덕택에 우리나라에서는 한지가 글과 글씨를 쓰기위한 용도 외에도 이를 이용한 다양한 공예기법들까지 발전하게 됩니다.
그럼 이왕 시작한김에 한지를 이용한 공예들의 종류도 한번 알아볼까요?
* 지승공예(紙繩工藝)
* 지화공예(紙花工藝)
* 지장공예(紙粧工藝)
그러나 시대가 급변하여 서양인쇄기술이 들어오고 붓글씨 대신 펜글씨가 쓰이게 되면서 한지산업은 사양길에 접어들게 되었고, 이제는 겨우 그 명맥만을 유지하게 되었습니다. 한지보다 질이 떨어진다는 일본전통종이인 화지가 다양한 공예와 예술작품 등을 통해서 세계 최고급 종이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것과 참 대조되는 면이 있어 안타깝기 이를데 없습니다. 이런면에서 생각해보면, 닥종이인형은 단순히 아름다운 인형일 뿐만아니라 우리 한지공예의 전통 계승 및 전통공예의 확장, 그리고 한지 이용의 새로운 영역 개척이라는 점에서 매우 의의있는 공예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버지와 연을 만들고 있는 아이, 술레잡기 하는 아이, 쥐불놀이 하는 아이, 팽이치기 하는 아이 등 전통놀이를 하고 있는 인형들의 모습에서 이젠 아련한 기억으로만 남아있는 어릴적 추억들이 솔솔 떠오릅니다. 제 아버지는 풀빵 하나, 핫도그 하나, 혹은 군고구마 하나 사오신적 없는 참 무뚝뚝하신 양반이었는데, 놀이기구만은 종종 만들어 주셨답니다. 설날이 오기 전엔 꼭 만들어주신 것들 중 하나가 방패연과 팽이, 그리고 팽이채였지요. 아버지가 만든 방패연은 단연 인근에서 가장 높게 날았을 뿐더러 색깔까지 예쁘게 칠해 주셔서 가장 예뻤더랬지요. 그리고 아버지께서 직접 만들어주신 팽이와 팽이채는 인근에서 가장 고급스럽고 잘 만들어진 팽이라서 아이들은 호시탐탐 내 팽이를 노리곤 했고, 어리석은 저는 내기에서 져서 종종 팽이를 잃곤 했지요. 그럼 아버지는 군말없이 또하나의 팽이를 만들어 주시곤 했구요. 그때 당시엔 방패연이나 팽이야 잘 만들던 못만들던 내가 직접 만들면 되니 풀빵하나라도 사다주시지 않는 아버지가 못내 미웠지만, 이제와 생각해보니 그냥 풀빵 하나로 떼우면 될 것을 그리고 문방구에서 팽이하나 사다주시면 될것을 손많이 가는 방패연이나 팽이를 손수 만들어주셨으니 아주 그렇게 무뚝뚝하시기만 한 양반은 아니셨네요. (내일 아침엔 새삼 아버지께 전화라도 드려야겠군요. ^^)
썰매타는 아이들... 참 행복해 보이지요? 제 아버지는 뭘 만드는 재주가 남달라서 썰매 또한 직접 만들어 주셨습니다. 아버지가 만든 썰매는 음각으로 무늬까지 약간 세겨넣었기에 거의 에술품에 가까웠습니다. 해서 썰매를 탈때마다 어깨를 으쓱해 하곤 했지요. 그러고 보니 왜 저는 아버지에 대해서 항상 '무뚝뚝한 양반'으로만 기억하고 있었을까요?
이불 하나에 온 가족이 다리를 넣고 오손도손 속삭이던 시절이 있었지요. 그리고 그건 아주 오래전의 일이 아니라 불과 얼마 전의 일이었습니다. 현재의 삶이 그때보다 물질적으로 윤택해지긴 했지만, 각각 맘에 드는 채널을 찾아 각각의 방에서 TV보기로 혹은 각각의 컴퓨터 앞에서 자판치는 것으로 대화가 끊긴 오래된 현실과 비교해보면 과연 우리의 현재 삶이 진정으로 윤택한 일인지 되돌아보게 됩니다.
할머니의 모습은 언제나 정겹습니다......
이젠 더이상 제 곁에 어느분도 남아있지 않은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정말 그리워지는군요.
과자를 한아름 가져와 아이들에게 으시대는 계집아이의 표정이 참으로 당찹니다. 우리땐 저 과자만 있으면 왕이 될 수 있었지요. 한데 '수'하나 없는 성적표를 자랑스럽게 들고 함빡 웃는 아이는 뭐랍니까? 아... 다 이유가 있었네요. 1학기 성적표는 거의 '가'와 '양'이었는데, 2학기엔 주로 '우'를 맞았으니 함빡 웃을만도 하겠네요. *^.^*
서정적이고 분위기있는 닥종이인형들... 제 마음마저 차분해지고 명상에 잠길 듯합니다. 닥종이인형들의 분위기와 한지가 참 잘 어울리지요?
꼭 채색을 하지 않은 닥종이 인형들도 재료의 특성때문인지 분위기가 물씬 묻어납니다.
*^.^* 꽃과 인형이 만나니... 함빡 웃지 않을 수 없네요 *^.^*
꼭 전통적인 소재 뿐만이 아니라 힙합댄스를 추는 인형들도 눈에 보입니다. 제비를 타고 날아오르는 아이들은 닐스의 모험을 떠오르게 하네요. 그중 가장 마음에 드는 건, 시종에게 양산 대신 연잎으로 햇볕을 가리게 하고 수줍게 살포시 웃고 있는 한 아낙의 표정과 자태였습니다. 그런데 옥에 티가 하나 있군요. 저 아낙은 조바위를 쓰고 있는데, 조바위는 방한모로 겨울에 사용된 모자이지요. 한데 계절은 분명 초여름입니다. 아낙의 마고자도 걸치지 않은 얇은 한복과 시종의 짧은 치마와 연잎이 그걸 말해주네요. 조바위만 안썼더라면 정말 완벽한 작품이었을것을... 정말 아쉽기 짝이 없군요. 헉... 작품감상에 찬물을 끼얹었다고요? 죄송죄송... 그냥 넘어가지 못하는 제 꼬장꼬장한 성격은 역시나 병적인 듯합니다. ^^
여러 작가들이 출품해놓은 전시장이라 작품 각각에 개성이 느껴집니다. 한데 인형마다 제작한 작가의 이름을 적어놓지 않고, 입구에 참여작가의 명단만을 적어놓은 점은 참 아쉽군요. 그점이 아쉽다 직원분께 지적을 해보니, 닥종이인형 박물관을 찾는 분들중에서 종종 특정 종이인형의 구매를 위해 작가의 개인 정보를 물어보는 분들이 많은데, 닥종이 인형 하나를 완성하는데만 해도 워낙 많은 시간이 들고 노역도 많이 드는 일이기에 작가분들 대부분이 자신의 자식같은 작품을 판매하기 원치 않고, 개별작품별 이름을 공개하기도 원치않아 그리 전시한 것이라 말씀해주시더군요.
닥종이인형박물관에는 한지를 직접 떠보고 닥종이인형을 직접 만들어볼 수 있는 체험장도 있습니다.
또 '추억 속으로'라는 테마관이 따로 있는데, 이곳에서는 오래된 카메라나 전축등 다양한 옛 물건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관람을 마치고 나오며 못내 아쉬워 인형들의 얼굴들을 다시한번 찬찬이 들여다 보았습니다. 인형들의 표정이 어찌 이렇게 해맑고 아름다울수 있단 말입니까? 보는 사람 마저도 저절로 편하면서도 행복한 미소를 짓지 않을 수 없네요. ^^
어떠신가요? 제주 서귀포 월드컵경기장에 자리잡은 닥종이인형박물관... 감동적인 영화 한편보다 훨씬 더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와 절로 미소짓게 하는 곳 아닌가요? *^.^*
* 닥종이인형 박물관 찾아가시는 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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