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여름, 왜관으로 이사를 오면서 지인들이 전해준 화분 하나하나가 코로나로 외출하기 힘든 시간을 좋은 친구가 되어주고 있다. 지난해 이름 봄부터 호접란을 시작으로 긴기아난, 군자란 등등 꽃이 피는 모습이 이쁘고 감사해서 아침에 눈을 뜨면 맨 먼저 꽃들에게 다가가서 오늘은 몇 송이나 피었는지를 확인하고 향기를 느끼며 아침인사를 전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여름내내 매일 열 송이 이상의 앙증맞은 꽃을 피우던 아메리카 블루는 요즘도 하루에 한두송이 꽃을 꾸준히 피워주고 있다. 그리고 지난 크리스마스에 수녀님께서 주신 포인세티아가 빨간빛을 잃어가는 1월 중순, 보랏빛의 호접란이 몇 개의 꽃봉우리를 보이기 시작하더니 1월의 마지막 날에 드디어 한송이 꽃을 활짝 피우는 것을 시작으로 지금은 열 송이가 넘게 피었다.
집안의 공기를 정화시키고 전자파를 차단한다는 장미 허브는 공기뿐 아니라 상큼한 향기로 내 기분까지 맑게 만들어준다. 부자 되라고 친구가 주고 간 금전수는 오늘도 빛을 내며 나에게 열심히 일하라고 속삭인다. 그 밖에도 벤자민, 스킨, 스투키, 관음죽, 조그마한 다육이 등등 내가 생각해도 신기할 정도로 너무 잘 크고 있다. 내가 한 것이라고는 물주기와 아침 인사가 전부인데……그리고 자체 모습은 화려하지 않으나 꽃은 난초처럼 고귀하고 우아한 개발선인장은 꽃이 피면 집에 좋은 일이 생긴다고 하는데 차가운 날씨에 집안에서 매일 꽃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좋은 일이 아닐까?
5일장이 서는 날이면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시장으로 향하고 있다. 특별히 뭔가 살 것 있는 것도 아닌데 시장을 한 바퀴 돌다가 걸음을 멈추는 곳은 늘 꽃가게 앞이 된다. 노란 프리지아가 강한 꽃향기를 선사한다. 제라늄은 정열적인 붉은 색으로 자신을 보아달라고 조르고 히아신스는 금방이라도 꽃봉우를 터트릴 준비가 되어 있는 듯하다. 집에는 보랏빛 긴기아난이 있는데 하얀 긴기아난과 히야신스 그리고 제라늄울 데리고 와서 화분들의 자리를 재배열하니 집안에 봄내음이 물씬 풍긴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라는 꽃말을 가진 긴기아난은 특유의 향으로 아침마다 나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제라늄 역시 “당신을 사랑합니다.” “그대가 있어 행복합니다.” 라는 꽃말을 가지고 나를 더 행복하게 만들어 준다.
꽃들은 나에게 매일 기쁨을 주며 자기 일을 하는데 나는 다른 사람에게 과연 어떤 기쁨과 즐거움을 주고 있는지 꽃들이 나에게 화두를 던지고 있다. 꽃을 통해서 나 자신의 삶의 모습을 되돌아본다. 아름다운 세상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내 곁에 있다. 다만 내가 볼 줄 몰라서 느낄 줄을 몰라서 아름다운 세상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꽃을 통해서 단순한 진리를 오늘도 배운다. 그리고 꽃들이 주는 행복과 기쁨을 함께 하는 이들과 나누며 더 아름답고 희망찬 나날들을 희망하며 오늘도 감사의 노래로 하루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