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불교판화는 주로 보살상이나 불족적(佛足跡) 같은 단독의 그림을 새긴 대형의 독립된 판화 몇 점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경전의 앞부분이나 혹은 본문 중에 삽입되어 그 경전의 주요 내용을 알기 쉽게 도해한 불경판화가 대부분이다. 이 불경판화는 사경(寫經)에 그려진 그림과 함께 변상도(變相圖) 라고도 한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본인 무구정광대다라니경(無垢淨光大陀羅尼經)을 보유하고 있고 또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그 우수성을 널리 인정받고 있는 고려대장경을 판각하는 등 오래 전부터 뛰어난 인쇄문화를 지니고 있다. 또한 불화(佛畵) 역시 유구한 역사를 지니고 있어 일찍부터 불교판화가 발달해왔고 그 양과 질에서 어느 분야 못지 않은 풍성함을 보이고 있다. 현존하는 고판화들은 삼강행실도(三綱行實圖)나 오륜행실도(五倫行實圖) 등과 같은 유교서적에 삽입된 판화도 있지만 가장 많은 수가 불교서적 특히 불경에 삽입된 판화들이다. 대부분의 불경에는 그 경전의 내용을 대표하거나 압축한 경전그림이 삽입된 것이 많은데 이들을 변상도(變相圖)라고도 부른다. 따라서 경전 마다 그림의 내용이 다르게 되어 경전의 종류만큼이나 많은 종류의 변상도들이 전해지고 있다. 경전은 손으로 직접 쓴 사경(寫經)과 목판 등에 새겨서 인쇄한 판경(版經)이 있으므로 여기에 포함되어 있는 경전그림 역시 제작기법에 따라 사경화와 판화로 구분된다.
이러한 불경판화는 우선 양적으로 풍부하고, 작품이 많은 만큼 도상학적으로 여러 가지 변용이 생겨나고 또한 제작 시기나 작가에 따라 양식적으로도 다양하게 전개되어 우리의 흥미를 끌고 있다.
고려시대의 판화는 <일체여래심비밀전신사리보협인다라니경(一切如來心秘密全身舍利寶篋印陀羅尼經)>(1007년, 개인소장), <어제비장전(御製秘藏詮)>(11세기, 성암고서박물관소장), <불설예수시왕생칠경(佛說預修十王生七經)>(1246년), <금강반야바라밀경(金剛般若波羅蜜經)>(①1311년, 보물 775호, 개인소장, ②1357년, 보물 877호, 삼성출판박물관소장, ③1363년, 보물 696호, 성암고서 박물관소장), <대방광불화엄경(大方廣佛華嚴經)>(①국보 204호, 성암 고서 박물관소장, ②보물 호, 해인사소장) 등이 현존하고 있다.
이상의 몇 예를 제외한 불경판화들은 대부분 조선시대에 판각된 것들이다. 정책적으로 억불숭유책(抑佛崇儒策)을 표방하던 조선시대에도 불서의 간행은 꾸준히 계속되었는데, 조선 전기인 15세기까지는 주로 왕실을 위주로 한 지배계급에서 발원한 것들이 많은 반면, 그 이후 및 조선 후기에는 각 지방에서 다수의 신도들이 발원에 참여하여 조성한 사찰판(寺刹版)이 주종을 이룬다.
불경 속에 판화가 배치되는 형식은 대체로 3가지로 분류된다. 하나는 경문 앞에 대표적인 장면을 표현한 권수화형식(卷首畵形式), 두 번째는 경전의 본문과 판화가 한 면에 동시에 전개되는 병렬전개형식(竝列展開形式), 세 번째는 본문 중에 판화가 삽입되는 형식인 삽도형식(揷圖形式)이다.
권수화형식은 보편적으로 부처가 그 경전의 내용을 설법하는 모습을 그린 설법도가 채택된다.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 금강반야바라밀경, 대방광불화엄경, 지장보살본원경(地藏菩薩本願經), 아미타경(阿彌陀經), 수능엄경(首楞嚴經), 원각경(圓覺經) 등 대다수의 경전 판화가 이 형식을 취하고 있다.
병렬전개형식은 매장마다 상하 또는 전후로 나누어 그림과 본문이 나란히 전개되는 형식이다. 금강경, 불설아미타경, 관음경(觀音經), 선문조사예참작법(禪門祖師禮懺作法), 불설수생경(佛說壽生經), 석씨원류응화사적(釋氏源流應化事蹟) 등이 이에 해당된다.
삽도형식은 그림 사이의 간격이 일정한 것이 아니라 해당되는 본문 옆 적절한 곳에 그림을 배치한다. 그런데 하나의 경전이라도 반드시 한가지 형식만 취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적절히 활용된다.
조선시대에 판각된 경전을 종류별로 보면 묘법연화경판화가 가장 많이 제작되었고 도상의 종류도 다른 경판화에 비해 가장 많다. 불설대보부모은중경의 판화 역시 법화경 못지않게 전시기를 통해 많이 제작된 경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