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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는 어디를 가더라도 젊음이 느껴진다. 신나게 손님을 부르는 아주머니가 그렇고 짧은 일본어로 주춤거리고 있으면 금세 '안녕하세요!'하고 인사를 건네는 친절한 사람들에게서도 그 기운이 전해진다. 밤이 더 아름다운 남바와 도톤보리 일대, 어디로든 갈 수 있는 오사카 역, 수많은 상점과 지하상가와 이어지는 우메다(梅田) 일대에서 바쁜 하루를 보내본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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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이바시(心齋橋)에서 남바, 니폰바시(日本橋)로 이어지는 곳은 단연 오사카 최고의 거리다. 쉬지 않고 이어지는 상점들, 화려한 네온과 간판들, 온갖 먹을거리까지 무엇하나 빠질 것이 없는 이 완벽한 삼각지대에서라면 하룻밤 모든 것을 잊고 젊음을 불살라 볼 만하다. 날이 어두워 질수록 거리를 메우는 사람들, 불을 밝히는 개성있는 간판들, 왁자한 웃음이 가득한 무리, 나이와 성별, 국적을 넘어서는 거리를 즐겨보자.
이중에서도 가장 번화한 곳은 니시도톤보리 강주변으로 에비스바시 다리 일대다. 길을 찾기 어렵다면 대관람차가 돌아가는 곳으로 가면 된다. 니시도톤보리 강의 명물, 오사카의 상징인 그리코 앞에서 사진을 찍고 거리를 쏘다니다가 일명 문어빵인 타코야키를 그들처럼 길에서 먹는 것이 이곳에서 하는 가장 평범한 일이다. 이 활기 넘치는 거리에서도 고즈넉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 있다. 호젠지(法善寺)가 있는 일대인데 골목 안쪽에 자리한 작은 신사를 기점으로 사방으로는 이곳이 오사카인가 싶게 좁은 골목 양쪽에 따뜻한 분위기의 레스토랑이 들어서 있다. 등을 내걸고, 대나무 장식을 하고, 작은 창엔 예쁘장한 장식물로 가게를 꾸민 고풍스러운 골목, 하지만 안에서는 여전히 활기가 전해진다. 한 발짝만 나가면 번화하고 현대적인 거리가 있고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이 있지만, 여기에서는 느긋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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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대에서 10분 정도 다리품을 팔아 가면 아메리카 무라다. '무라'가 일본어로 마을이라는 뜻이니 아메리카 마을이란 뜻이다.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남바 일대가 먹을거리와 유흥을 위한 곳이었다면 이곳은 패션을 위한 곳, 그리고 조금더 구분한다면 그곳보다는 젊은 층이 모인다는 것 정도. 애초에 미군 부대에서 흘러나온 물건들을 판매하던 작은 골목이 모여 이루어진 이곳은 이제 패션의 거리가 되었다. 이름에 걸맞게 거리를 메우는 것은 힙합과 미국풍의 물건이 가득한 상점들이다. 하지만 이곳은 이곳만의 분위기가 있어 여느 패션 거리와는 또 다르다. 파는 옷들도 여자 옷보다는 남자 옷이 많이 눈에 띄고, 한번쯤 입었던 듯한 구제패션, 누덕누덕 걸치기 좋은 옷들, 하늘로 치솟은 카우보이의 부츠들이 널려있다. 멀리 옥상에는 자유의 여신상까지 세워놓고, 또 다른 곳에는 마치 광대같은 이미지의 커다란 얼굴이 만들어져 있다. 가로등도 재미있다. 구부정한 자세로 무언가 들고 있거나 받치고 있는 사람 형상의 가로등인데 모양은 다 같은 것이지만 조금씩 다르고 들고 있는 광고판도 다르다.
공원이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작은 삼각형 모양의 산카쿠 공원이 아메리카 무라의 중심이다. 작지만 주말이면 이곳에서 공연도 열리고, 벼룩시장도 열린다. 어스름 저녁 무렵, 젊은이들이 공원에 모여들었다. 나란히 화단에 앉아 타코야키를 먹는 여학생들, 맥주까지 사들고 와 의리를 확인하는 짧은 머리의 남자들까지. 각기 다른 패션이 이들을 더욱 젋고 생기있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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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는 시내를 거미줄처럼 잇는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 것이 가장 쉽고 편한 이동 방법이다. 오가면서 보는 지하상가와 음식점들, 카페들 그리고 연결되는 백화점들로 지하세계도 심심하지 않다. 아니 오히려 더 정신이 없을 정도지만 그렇다고 지하에만 머물러 있을 수는 없는 일. 우메다와 오사카 역 근방에 있는 HEP-FIVE는 인근에서 젊은이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곳이다. 주변의 상가를 비롯해 내부에 입점해 있는 상점들에서는 모두 젊은이 취향의 최신 감각의 것들을 판다. 젊은이들은 이곳을 약속 장소로 잡아 쇼핑과 먹을거리를 모두 해결한다. 때마침 찾아간 날은 주말. 벌써 입구에는 개점을 기다리며 젊은 이들이 삼삼오오 모여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1층부터 맨 위층까지 뚫린 공간에 장신된 붉은 빛깔의 어미 고래와 새끼 고래가 인상적이다.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면서 보이는 상점의 물건은 꽤나 값이 나가 보이지만 패션 감각이 있는 젊은이들은 쇼핑에 여념이 없다. 캐릭터의 나라 일본답게 만화 캐릭터로 채워진 상점, 모자를 많이 쓰는 이들답게 독특한 모자가 많은 가게, 털 달린 고급 스포츠 슬리퍼, 액세서리와 가방, 속옷까지...쇼핑을 즐기지 않는 사람이라도 하루 종일 즐겁게 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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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가 있었던 반대 방향으로 가면 이리저리 얽혀서 올라가고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가 있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독특한 선이 만들어진다. HEP-FIVE에서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각층과 입구에 있는 지극히 일본 사람처럼 생긴 키크고 늘씬한 꽃미남들이다. 제복을 입고 서 있는 걸 보니 보안과 안내를 겸한 것 같은데 아무래도 여성 고객을 위한 아주 특별한 배려가 아닌가 싶다. 그런가 하면 길 하나 차이로 있는 히가시도오리(東通り)는 조금 다른 분위기다. 파친코 앞에서 문 열기를 기다리며 줄을 서 있는 사람들, 오락에 빠져 있는 젊은이, 마징가부터 아톰, 드래곤볼 등 만화 캐릭터 모형을 판매하는 상점, 조금은 퇴폐적인 인상이 풍기는 마사지 숍과 음식점들이 가득하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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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도시든 도시의 야경을 보기 좋은 곳은 있게 마련이다. 그곳이 타워든 건물 옥상이든 전망 좋은 레스토랑의 창가든. 하지만 오사카역 근처의 공중 정원 전망대는 조금 특별하다. 건물 두개를 연결한 옥상에 마련된 전망대는 둥근 모습이고 오사카의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우선 올라가기 전 뒤로 넘어갈 듯 고개를 젖히면 치솟은 빌딩 사이의 동그랗게 뚫린 네모난 공간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는 것이 보이는데, 그곳이 바로 한밤에 올라가야 할 고지. 초고속 엘리베이터를 타면 귀가 멍멍해지고도 한참을 더 오른다. 그러고도 공중을 가르는 터널 같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계단을 몇 개 오르면 드디어 전망대다. 전망대는 가운데를 원형으로 비우고 빙 둘러 만들어졌다. 아래쪽에서 파란 빛을 발하고 뿌연 안개 같은 것이 스멀거려 분위기가 묘하다. 사방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니 높이가 실감난다. 낮에 그리 맑고 화창한 날이 었어도 강과 바다 때문인지 아니면 오사카도 대도시인지라 공기 오염 때문이지 야경이 그리 선명하지만은 않다. 10시까지 입장할 수 있어서 늦은 시간에도 연인들은 계속해서 올라와 밀어를 속삭이고 내려간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