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에서 만난 따뜻한 사랑
-제61회 일한서도초대전에 다녀와서(2011.9.10~9.12)-
초우 문복희(경원대 교수)
모든 일상을 벗어버리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우리 일행은 일본 오사카를 향해 떠났다. 내가 거주하던 곳을 벗어나 낯선 도시로 들어간다는 것은 야릇한 설렘을 준다. 여행하는 사람이 갖는 가장 큰 즐거움의 하나가 이 자유일 것이다. 거추장스러운 것으로부터 해방되어 자연인이 되는 즐거움……. 이것 하나만으로도 한국에서 느낄 수 없는 행복이었다.
제61회 일한서도초대전이 현원사 주최로 오사카 시립미술관에서 있었다. 이 행사에 참가하기 위하여 한국동양서예협회 임원진 일행은 9월 10일(토) 김포국제공항 2층 대한항공 앞에 집결하였다. 우리 일행은 임현기 회장님과 부회장 임국환, 문복희, 이사 배종수, 이준엽 교수님 이렇게 5명이었다. 우리는 07시 30분 KE2725편으로 김포공항을 떠나 10시 55분 오사카 간사이공항에 도착하였다.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는 3명의 미인. 이렇게 친절하고 정겨운 여인들이 또 있을까……. 오사카에서 만난 따뜻한 사랑이었다.
일본 서예작가인 야마다(山田悅睿), 구로다(黑田紘世), 이이다(飯田春香)는 처음 만났지만 이미 오래 전에 만난 친구처럼 친밀감을 주었다. 작은 것 하나하나에도 정성과 사랑을 담아 우리를 대접했다. 심지어 차가운 물병까지 세밀하게 챙겨서 우리를 안내하는 3명의 미인들, 우리 일행은 8명이 되어 바로 교토(京都)로 향했다.
교토는 일본의 고도(古都)로 전통적인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도시이다. 일본 역사의 시작이며 일본 정원을 그대로 관람할 수 있는 곳으로 많은 문화유산과 함께 아름다운 자연을 잘 보존하고 있는 지역이다. 교토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일본전통식당에서 도시락 정식을 즐겼다. 깔끔한 맛과 즐거운 대화는 우리를 더욱 가깝게 만들었다.
맛있는 점심 식사 후 무더운 날씨 속에 청수사(淸水寺)를 걸어서 올라갔다. 청수사는 오후 시간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있었다. 청수사(기요미즈데라)는 교토 히가시야마의 중앙, 오토와산을 배경으로 아름다운 곳에 위치하고 있으며, 높은 툇마루에서 교토의 절반을 내려다보고 있다. 한국의 양평에 위치한 수종사를 연상하게 하는 빼어난 풍광이었다. 특히 맑은 날에는 멀리 오사카(大阪)까지 바라다 보이며, 오토와의 폭포를 배경으로 하는 약 13만 평에 이르는 절터는 봄에는 벚꽃, 가을에는 단풍으로 사계절의 경관이 훌륭하다고 알려진 곳으로 장수, 학문, 건강을 위한 신앙의 대상이 되어 왔다.
1000년의 역사를 지녔지만 새로이 건축된 목조건물은 500여 년이 되었으며,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다. 우리는 산책로를 따라 앞쪽에서 다시 산중턱과 멋진 조화를 이루는 사찰을 구경했다. 어느 방향에서 보느냐에 따라 그 묘미가 다르게 느껴졌다. 우리는 마시면 젊어진다는 청수(淸水)를 한 바가지 마시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리고 청수사를 내려와 교토(京都)대학교로 향했다. 우리는 원래 교토대학교 대학원 의학연구학과 소속이면서 건강증진에 관한 논문을 많이 쓰신 이마나까 유이찌(今中維一) 교수를 만나기로 되었지만, 그 분이 급히 출장이 생겨 다음에 만나기로 하고 대학 교정만을 방문하게 되었다. 교토대학교는 수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대학으로 유명하여 평소에도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건물이나 교정은 시골 대학처럼 소박한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었다. 캠퍼스 분위기를 살피면서 위대한 연구결과가 건물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고 사람들의 노력에서 나온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가 있었다.
우리 일행은 교토에서의 짧은 일정을 마무리하고 오사카로 향했고, 천왕사(天王寺)역 옆에 위치한 미야꼬호텔에서 우리 일행을 기다리고 계시던 온치 순요우(恩地春洋) 회장님과 고바야시(小林琴水) 선생님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때 묻지 않은 소년 소녀처럼 우리를 맞아주는 맑은 미소가 인상적이었다. 우리는 명망 있는 서예작가 일행과 오사카성을 지나 저녁식사 장소로 자리를 옮겼다. 일본어 실력이 뛰어나지 않았지만 얼마 전에 만난 친척처럼 정답게 사랑을 나누며 마음을 열어놓고 통역과 함께 대화할 수 있었다. 따뜻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전통 일본요리를 마음껏 먹고 내일 일정을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2일째 오사카 시립미술관이 문을 열기를 기다려 일본 서예가들의 작품을 살펴보고, 한국동양서예협회 25명의 서예작품도 함께 둘러보았다. 중국에서는 서법(書法)이라 하고, 일본은 서도(書道)라고 하는 것에 비하여 우리는 서예(書藝)라고 한다. 그러나 일본 사람들의 필체가 자유롭고 종이에 먹물이 번지도록 하여 그림을 그리듯 쓰는 것을 보면 오히려 서예라고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생각되었다.
점심 식사를 일본 서예가 대표들과 함께 <하리마야> 전통식당에서 일식 정식코스 고급도시락으로 하였다. 우리는 정성스러운 식사 대접을 받은 후 바로 시상식장으로 향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사람들이 식장을 가득 메워 입추(立錐)의 여지가 없었다. 약 1000명의 출품작에 대하여 일반부와 학생부로 나누어 2시간 가까이 시상식을 갖는데 300여 명이 상을 받는 대규모 서예시상식이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이 서예전을 마이니찌(每日)신문사와 함께 매년 개최하는데 금번이 61회로 현원사서전(玄遠社書展)이 80세 중반의 창립멤버들에 의하여 오늘날도 운영되고 있으며, 초창기의 회장을 중심으로 지금까지 단합하여 발전해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어서 이어지는 서전간친회(書展懇親會)에서 일본의 많은 서예가들을 만날 수가 있었다. 임원들의 스피치에서 한국의 서예작품에 대한 우수성을 칭찬하는 부분에서는 남을 높여주는 여유로움과 아량에 대하여 감사와 함께 경의를 표하게 되었다.
다음날 우리는 아침 일찍(8:30) 옛 수도 나라(奈良)현으로 향하였다. 나라는 일본 혼슈(本州) 긴키(近畿)지방 중부에 있는 현으로 내륙성 기후이며 강우량이 적으나 쌀농사와 근교 농업이 활발한 옛 도시이다.
나라(奈良)문화의 발상지로 문화재가 풍부하여 일본 관광의 중심지이며, 전통 산업이 발달하였다. 우리는 나라현에 도착하여 법륭사(法隆寺), 약사사(藥師寺), 당초제사(唐招堤寺)를 방문하였는데, 그곳에서는 백제관음상을 비롯한 우리의 고대문화가 접목된 것을 느끼게 되었다. 아스카시대의 문화를 둘러보고 특별히 전시된 일본의 많은 국보들을 감상한 후 간사이공항으로 이동하였다. 공항 3층에서 사시미 정식으로 저녁 식사를 한 후, 오사카에서 만난 따뜻한 사랑의 천사들, 스지가와(辻川松月), 야마다(山田悅睿), 구로다(黑田利江)와 아쉬운 석별의 정을 나누며 헤어졌다.
우리는 19시 25분 대한항공 KE2728편으로 간사이공항을 떠나 21시 30분 김포공항에 도착하였다. 이렇게 우리들의 2박 3일간의 일정이 아름답게 끝났다. 진실한 마음으로 여러 차례 마중나와 환영해 주고 정성을 베풀어주신 온치 순요우(恩地春洋) 회장님과 고바야시(小林琴水)님, 야마다(山田悅睿)님 그리고 임원님들의 모습은 잊지 못할 오사카의 사랑이었다. 이번 여행은 한가위의 보름달처럼 풍성한 기쁨과 행복이 가득한 여행이었다.
끝으로 성곡 임현기 회장님이 일본 오사카 현원사 작가들을 보고 느낀 소감을 써주셔서 감사하는 마음으로 일본 서예작가들께 이 글을 전한다.
-2005년부터 현재까지 한국과 일본 서예교류전을 개최하면서 恩地春洋 회장님을 비롯하여 임원님들의 따뜻한 배려에 감사하며 예나 지금이나 변함 없이 전시회를 개최하고 한국작가들을 친절하게 대하는 것을 볼 때 한 마디로 천의무봉(天衣無縫)이라는 고사성어에 비유하고 싶은 느낌이다.
※ 2011년 10월호 『月刊書藝』에 수록(pp.186~188)
파일도 첨부합니다.
오사카에서 만난 따뜻한 사랑.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