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하 성기조 회상 – 구순문집 원고
* 2023년 10월 16일, 구순문집 발간을 앞둔 시점에서 한국문단의 거목 청하 성기조 선생님께서 돌아가셨다. 다음의 글은 구순문집 제작에 참여 차 제출했던 원고 중 몇 편이다. |
한국 지성사의 천칭天秤, 한국문단의 경사 구순문집
龍江 권 녕 하
문단 후학들이 종종 묻는다. 그럴 때마다 왜 묻는지 반문해본다. 까닭은 누구를 전범典範으로 삼아야 하는지 모두들 좌표座標를 원하고 있었다.
인류 지성사를 수놓은 수많은 지성이 있다. 그러나 한국 지성사의 우뚝한 정신이며, 오로지 후학의 앞날과 문단의 발전적 미래를 위한 일에 뚜렷한 족적을 남기며 사표師表로 꼽히는 그 분은 과연 누구인가.
대한민국 근현대사에서, 권력에 아부하거나 이권에 영합하지 않고 초지일관 지조를 지켜온 그 분은 누구인가.
어느 정부에선가 국가유공자 훈, 표창 수여를 단호하게 거절까지 하였지만, 새로 탄생한 정부에서는 기꺼이 수상하였던 이력이 있는 그 분은 누구인가.
또한 문인복지를 위한 노동법을 발의하여 국무회의까지 통과하도록 애썼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시행하지 않은(못한) 나라에서, 그래도 희망을 잃지 않고 학자로서 문인으로서 소나무처럼 푸르른 기상으로 미래를 직지直指하고 있는 그 분은 누구인가.
문학은 그 분에게 있어서, 세상을 주유周遊하는 하나의 방편方便이었던 것 같다. 한국소설가협회 창립, 국제PEN한국본부 이사장, 한국문인협회 명예회장 등을 역임하신 다음 어느 해인가 문단 선거풍토 및 그 결과에 몹시 식상해 있던 차, 이어지는 불쾌한 처사에도 능숙한 언어로 침묵을 선택한 그 분의 수신修身을 접한 그 순간, 그 울림이 아직도 가슴 속에서 작동하고 있음을 느낀다.
문득 천칭天秤이 떠오른다. 그런데 느닷없이 드는 상실감은 어이된 일인가. 한국 문단의 풍토風土 자체가 노련한 재상宰相 보다 조급하게 혁명가를 선택하는 우愚를 범한 것은 아니었을까. 역사에 만일은 없다지만, 그 때마다 마음을 다잡아야만 했던, 지성의 질곡을 겪으면서도 학자의 지조를 잃지 않고 지켜내며 후학들에게 균형 잡힌 세상을 알게 해 준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이었겠는가.
매월당梅月堂 김시습 이후 하곡霞谷 정제두, 원교員嶠 이광사, 영재寧齋 이건창, 매천梅泉 황현으로 이어지는 지성인의 계보는 담원薝園 정인보로 이어지고 그 지성의 행로行路는 독립운동으로 이어지는데, 한민족의 역사전통문화예술을 지켜 내려는 한국적 사상, 한국의 정신사는 무엇이며 오늘날 대한민국의 철학은 과연 존재하기나 할까. 한국의 문화예술계는 주어진 역할과 가치를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 것일까.
2023년 《청하 성기조 선생님의 구순기념문집》 간행! 이는 진정 한국 문단 모두의 경사慶事이다. 이런 경사는 살아생전 절대 아무에게나 주어지지 않는다.
靑荷 成耆兆 선생님 《구순 기념 문집》 축시
아시새*의 소요유逍遙遊
印黙 김 형 식
청하 성기조 선생님께서 구순九旬을 맞으셨다.
우리 모두 감축드립시다.
선생님은 성인보공成仁輔公을 第1世로 이어내려
매죽헌梅竹軒 성삼문成三問 선생의 순절殉節이후
은거자수隱居自守와 성현자기聖賢自期의 가학家學을 익혀
실천도행實踐篤行과 의리정신義理精神으로
한평생 글 쓰시고 후학을 양성하고 학문 연구에 매진하고 계신다
청하 선생님은 호로
고월皐月과 청하靑荷를 쓰고 계신다
고월皐月은 공초 오상순(1874~1963) 선생이 지어 주신 호로
언덕에 떠 있는 달이다
靑荷는 파성巴城 설창수薛昌洙(1916~1998) 선생께서 지어 주셨다
청하는 해돋이 연꽃이라 했다
청출어람靑出於藍의 ‘청靑’이요
부처님 영상 회상에 염화미소拈花微笑의 ‘蓮(荷)’꽃이다
相의 빛이 아닌 空의 빛이다.
선생을 아끼는 지음知音분들께서는
청하를 일러 李太伯의 아호를 소환 청연거사靑蓮居士라 부르기도 하고
매일생한梅一生寒 지조의 삶으로
노량 형장으로 걸어 들어가신 방조傍祖 매죽헌梅竹軒의 혈통을 이어 받은
시백詩伯이라 부르기도 한다.
청하 선생님이 우리 문단에 남긴 업적은 감히 어떻게 피력할 수 있겠는가
시절 인연이 있어
일찍이 사마천과 공자를 만났다면 사기史記에 그 흔적 남겼을 것이요
시경詩經 312번째에 꼬리를 달지 않았을까 상상해 봅니다.
이 빈학貧學은 2018년 인사동 양반댁에서 여주현 詩聖한하운문학회 이사장, 한강문학 권녕하 회장과 함께 문단의 큰 어른이신 청하 선생님과 홍윤기 선생님을 모시고 오찬간담회를 가진 바 있다. 시인 한하운 선생의 詩聖 추대식 후 보고하는 자리였다. 두 분은 시성 추대 발제인 33인의 주축이 되신 분이시다.
청하 선생님께서 안양에서 창안목장을 경영하셨던 적이 있다.
그때 자식처럼 아껴 주셨던 공초 오상순 선생님이 가끔 오셔서 2~3일씩 묵고 가시기도 했고 이곳저곳을 떠돌며 구걸하며 생활하시는 나癩시인 한하운 선생님께서 안양에 오셔서 상설로 시문학강의를 한 사실을 증언하셨다.
청중들의 관심이 대단 했다고 한다.
특히 ‘한하운 시초’에 관한 강의에 쏙 빠져 들었던 젊은 날의 소중한 기억을 소환해 주셨다.
한하운 선생님이 안양을 지나실 때마다 창안농장에 꼭 들려가셨다고 했다.
해맑은 하루 끝이
노을로 아름답듯
선생님의 황혼 끝이
푸른 향기로 가득합니다
벽오동 나무가 아니면 깃들지 않고
대나무 열매가 아니면 먹지 않고
예천의 샘물이 아니면 마시지 않는다는
봉황의 그 자태를 보는듯합니다
부디 옥체 보존하시어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어 주시길 기원합니다
아시새의 소요유를 바라보며.
* 아시새:봉황의 순수 우리말
靑荷 成耆兆 선생님 《구순 기념 문집》 축시
늘 푸른 소나무
연화 이 신 경
청하헌靑荷軒에 꽃비가 내립니다
청하 성기조 선생님께서
구순九旬을 맞으셨습니다
우리 글밭의 자랑입니다
언제나 바른 마음으로 곧은길을 묵묵히 걸으시며,
아침을 열고 일상을 맞이하고 계시는
선생님의 인자한 모습이 만인의 귀감이 됩니다
옳고 그름을 잘 가려 악한 일에 휘말리지 않고
선한 벗을 가까이하라시며
늘 호수처럼 깊이를 더하시는 선생님께서는
봄을 찍어 란蘭을 치셨습니다
메마른 글밭 괴석 틈에 난을 세우고
산길 하나 그려 놓고 홀로
그 길을 걸으며 여백에 사색을 묻으셨습니다
말보다 실천으로
소나무처럼 늘 푸르게
란의 모습으로 살아오신 청하 성기조 선생님
학鶴처럼 오래오래 건강하게 우리 곁에 계셔야합니다
소나무에 기대어
학의 발자국 따라 걷고 싶습니다
늘 푸르게 푸르게.
韓山 여주현 〈詩聖한하운문학회〉 회장 별세
시인 여주현 〈詩聖한하운문학회〉 회장께서 2023년 12월 8일 영면하
셨다. 여주현 회장은 한하운 시인을 ‘詩聖’으로 추대하는 업적을 한국문 단에 남기셨다.
〈한하운 시인을 詩聖 추대〉
-일시:2018년 10월 9일
-장소:인천 부평구 백운공원 〈보리피리〉 시비 앞
-발기인:33인(성기조 박사 외 32인)
‘詩聖’으로 추대와 동시, ‘한하운문학회’를 ‘詩聖한하운문학회’로 개칭 등록
제1회 진도명량문학상 시상식 성료
〈문학인신문〉 기사인용(승인 2023.11.28.)
-대상:시조시인 엄기창
-본상:시인 하순명, 수필가 김귀자
제1회 진도명량문학상 시상식
제1회 진도명량문학상 시상식이 지난 10월 28일(토) 오후 2시에 진도군 여성프라자 회관에서 열렸다. 서남쪽 다도해 풍광의 수려함은 물론 오랜 역사와 서화(書畫) 소리(唱)의 예향의 고장 진도에서 열린 이번 시상식에는 김희수 진도군수를 비롯하여 진도의 각 기관단체장 및 진도의 문인들이 대거 참여했다.
먼저 대상은 시조시인 엄기창(대전) 시인이 수상했으며 상패와 함께 500만원의 상금을 받았으며 본상은 시인 하순명(서울), 수필가 김귀자(안양) 작가가 수상의 영예를 안고 상패와 상금 200만원을 받았다. 이어 신인상에는 박진옥(대구), 이정화(춘천 )작가가 선정돼 상금 100만원을 수여받았다. 특별상은 천도화(광명), 김기평(진도), 김희추(파주) 작가가 수상했다.
진도명량문학상 김영승 추진위원장은 인사말에서 “이순신 장군께서 탁월한 전술로 왜적을 섬멸한 승첩지의 명예로운 이름을 딴 오늘의 문학상이 탄생하기까지는 김희수 진도군수의 각별한 관심과 앞으로 진도군의회 차원에서도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면서 “올해 첫발을 떼고 출발한 명량문학상이 앞으로 더욱 확대 발전될 것을 확신한다”는 소회를 전했다.
한편 군은 이번 시상식이 제1회이니만큼 시상식 전날 수상자 및 참석 가족들을 위해 숙소인 명량해협 울돌목 인근까지 수송하는 등 다방면의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