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브루클린 다리에서
우울한 시절이다. 열정과 희열이 분출하던 격동의 한 시대를 마감하고 보니 감회가 없을 순
없다. 염천 흐르는 땀을 연신 훔치면서도 땀으로만 여겨지지 않는다. 고개 푹 꺾고 옛 시 빌어
조상한다.
行行重行行(가야 할 길 끝없이 이어져 있어)
與君生別離(여기서 그대와 이별해야 하네)
相去萬餘里(우리를 갈라놓은 만여 리 길)
各在天一涯(이제는 각자 하늘 끝에 있게 되리니
道路阻且長(길이 이렇듯 험하고 머니)
會面安可知(서로 만날 날 어찌 기약하리)
胡馬依北風(북방의 말은 북풍을 맞고)
越鳥巢南枝(남방의 새는 남쪽 가지에 둥지를 트는 법이네)
相去日已遠(서로 날마다 멀어지면)
衣帶日已緩(나는 날로 몸이 야위어가겠지)
浮雲蔽白日(뜬구름이 해를 가리자)
遊子不復返(나그네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가네)
思君令人老(나는 그대를 그리워하며 늙어가고)
歲月忽已晩(세월은 또 금세 흘러가겠지)
棄捐勿復道(헤어진 일 이제는 더 말하지 않고)
努力加餐飯(그대 돌아올 날 기다리며 참으려 하네)
--- 중국 고시(작자 미상, 레지널드 존스턴,『자금성의 황혼』에서)
4. 록펠러 센터
▶ 뉴욕 센트럴파크
누군가가 그랬다. ‘센트럴파크가 없다면 아마 뉴욕시민 40%는 미치광이로 변할 것이다.’
라고. 절대 완전 공감한다. 맨해튼의 빌딩 숲을 거닐다보면 신의 경지에 도전하는 듯한 초고
층빌딩의 위용에 대번 주눅 들어 결코 동화되기 어려운 이질감을 차차 느끼게 된다. 육상에는
좁은 도로를 가득 매운 차량들로 소란스럽고, 지하 또한 지하철이 시커먼 굉음을 쉴 새 없이
뱉어내고 있다.
맨해튼은 빌딩들의 세계다. 무감각하고 무정한 빌딩들이다. 소음은 빌딩들의 대화려니.
귀 막고 싶은 대화다. 우리나라 삼척, 울진, 봉화 등지의 울창한 적송 숲을 떠올린다. 두 팔
벌려 부둥켜안아 따스하던 그 우람한 적송들. 거기 바람소리는 산들의 유정하고 다정한
대화다. 이맘때쯤 얼마나 시원하던가!
아침 일찍 일어나서 지하철 타고 센트럴파크로 산책 나간다. 지하철은 항상 붐빈다. 양(洋)
의 동서를 막론하고 책 읽는 모습은 아름답다. 맨해튼 지하철에도 책 읽는 사람들이 많다.
정거장 3개 지나면 센트럴파크다.
숲 냄새가 향긋하다. 자전거 타는 사람, 조깅하는 사람들은 다 늘씬하다.
미국은 도토리도 크다. 노거수인 도토리나무에서 떨어져 굴러다니는 도토리가 돌멩이만
하다. 잘못 밟다가는 자빠진다.
5. 뉴욕 시내
9. 센트럴파크
10. 센트럴파크
11. 센트럴파크
12. 센트럴파크 비버리지 캐슬
▶ 브루클린 다리
촌음을 아껴 브루클린 다리를 우리도 걸어서 건너가보자 하고 간다. 이스트 강 가로지르는
4.3마일. 미터로 환산하면 1.2㎞. 2층 다리다. 1층은 차가 다니고 2층은 자전거 도로와 보도
다. 다리 바닥은 널(판자)이다. 현수교 부분의 길이는 487m. 약간 흔들거린다.
우리나라 한강다리가 25개. 걸어서 건너가 본 것은 딱 한 번이다. 한 때 홍수 나서 천호동
일대가 물에 잠겨 버스가 다니지 못하는 바람에 하는 수 없이 건넜었다. 우리 동네에서 가까
운 화단 조성한 광진교도 아직 가보지 않았다. 그랬는데 뉴욕에서는 자청하여 다리 건넌다.
브루클린 다리는 평일인데도 운동 삼아 많은 사람들이 오간다. 엄청 더운 날인데 강바람이
아주 시원하다. 브루클린 쪽 다리 아래 공원에서 해지기 기다려 저녁밥 먹고, 다리 위에서
맨해튼 야경 구경한다. 바람 세고 출렁거려 사진 찍기는 어렵다.
16. 브루클린 다리 위에서 본 맨해튼과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17. 맨해튼 다리
18. 맨해튼 교각
19. 브루클린 다리
▶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엠파이어 스테이트는 뉴욕시의 별명이라고 한다.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102층, 높이
약 448m(탑 포함), 건물 381m. 1931년 완공 당시 세계 최고(最高)의 건물이었다. 새벽 02시
까지 관람할 수 있다. 소지품 검사하여 입장시킨다.
86층 전망대까지 올라간다. 갑자기 번개치고 소나기 내려 노천으로 가거나 102층 가는
것을 막는다. 번개. 섬광 줄기를 눈 아래로 본다. 장관이다. 야경보다 낫다.
22시가 넘었는데도 전망대는 야경 즐기려는 인파로 북새통이다. 번개 그쳐야 노천으로
나갈 수 있다하여 번개 그치기 기다리다 23시가 넘어 포기한다.
전망대는 전화불통지역이다. 일행을 잃어버려 인파 속 찾지 못하고 각자 숙소로 갔으려니
하고 판단한다.
21. 맨해튼 야경.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에서
▶ 뉴욕 메츠 구장(시티 필드)
선동렬 시대 잠실구장을 찾아보고는 여태 무관심했다. 야구 본고장에 왔으니 이도 구경
거리다 싶어 야구시합 구경하러 간다. 뉴욕에는 양키즈와 메츠 두 구단이 있는데 양키즈가 더
인기있는 모양이다. 뉴욕 양키즈 시합은 900불짜리 이상 좌석만 표가 남았다고 한다. 입이 딱
벌어진다. 표 1장에 1백만원이 넘는다!
메츠는 여유 좌석이 있다. 1루 외야석 41불(51,250원)짜리다. 메츠 홈구장인 시티 필드는
플러싱에 있다. 그랜드 센트럴 역에서 7번 급행전철을 타고 간다.
경기시작은 19시 10분이다. 시티 필드는 금년 4월에 재건축 완공했다고 한다. 수용인원
4만 5천명. 최신설비를 자랑한다. 화장실 변기 수는 646개.
몰려드는 메츠 응원인파로 나 역시 들뜬다. 에스컬레이터 타고 4층으로 올라간다. 치어리더
걸이나 큰북, 괭가리의 응원은 없어도 자리에 앉자마자 후끈한 열기와 현란한 전광판 쇼에
압도당한다. 저녁밥으로는 샌드위치를 사왔다. (야구장 좌석 뒤편에는 값싸고 맛있는 먹거리가
즐비한데 괜히 사왔다). 샌드위치 먹으며 악 써준다.
상대팀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초반에 승부가 결정 나버렸다. 2회 초 브레이브스 팀의 공격.
투아웃 상태에서 평범한 유격수 앞 땅볼을 잘 잡았으나 2루수의 2루 커버가 늦어지는 바람에
급히 1루에 송구하였으나 간발의 차이로 세이프.
대량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3점 홈런 포함한 장단 7안타로 2회만 8점을 얻었다.
이후 메츠는 병살타 위주로 빈타를 남발하여 빌빌대다가 6회가 끝날 때는 14대 2로 벌어
졌다. 재미없다. 야구장을 나선다. (결국 메츠는 15대 2로 패했다.)
25. 시티 필드 외관
26. 시티 필드 내부
27. 내야석
30. 전광판
32. 타석
33. 타석
34. 타석
35. 시티 필드 외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