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원의 여행일기 (16) 보은 속리산
봄이 온 것 같은데 벌써 여름이다. 평년기온을 웃도는 날씨 탓이다. 한두 번 가본 곳도 세월이 지나면 기억이 흐릿해진다. 속리산의 법주사와 화양계곡에 대한 기억은 꽤나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기억뿐이다.
* 여행일정(2012년 5월 2-4일 : 2박3일)
1일: 이천 출발 - 보은IC - 삼년성 - 정이품송 - 털보식당 - 휴양림 - 경희식당
2일: 휴양림 - 법주사 - 할매 손칼국수 - 화양계곡(화양구곡)
3일: 휴양림 - 대야산 - 선유동계곡 - 문경 새재할매집 - 이천 도착
1. 이천출발 - 보은IC - 삼년성 - 정이품송 - 털보식당
(1) 이천IC에서 9시에 출발하여 호법분기점을 돌아 중부고속국도(35번)를 따라 남진하다가, 남이분기점에서 당진영덕고속국도(30번)를 따라서 동진하면 보은IC가 나온다. 휴게소에서 차를 한잔하며 늑장을 부려도 2시간이면 충분하다. 속리산IC에서 나와도 되지만 법주사까지의 거리는 같다.
(2) 속리산말티재휴양림의 입실시간은 오후 3시이기 때문에 시간은 많다. 법주사 입구 식당가에서 점심을 먹기로 하고, 가는 도중에 삼년성을 돌아보기로 하였다.
보은IC를 나오면 삼년성 안내판이 있다. 보은군청에서 5분 거리이다. 고려시조 왕건이 적과 싸웠던 곳이라고 전해지는 삼년성은 신라 때 3년 만에 축성한 산성이다. 작은 주차장에서 주차하고 산성을 둘러보는데 30분이면 충분하다. 산성 한가운데 보은사라는 절도 있다.
<삼년산성>
(3) 삼년성에서 37번 국도를 따라 속리산방면으로 가면 속리터널이 나온다. 터널을 지나면 정이품송이 한눈에 들어온다. 법주사의 입구에 있다. 조선조 세조가 법주사로 행차할 때 처진 가지를 스스로 들어 올린 공로를 인정받아 정이품을 하사 받았다고 한다. 정이품송의 안내판에 있는 옛날 나무의 모습보다 현재의 나무의 모습이 많이 손상되었다. 세월 탓인지 환경 탓인지 모르겠다.
<정이품송의 어제와 오늘>
(4) 정이품송 좌우에 쉴 곳이 마련되어있다. 정이품송을 출발하려데 털보식당 표식을 한 승합차에서 자기식당으로 가잔다. 털보식당도 내가 찾아낸 맛집 중의 하나라 모르는 척 따라갔다. 법주사입구의 수많은 식당가의 음식들은 모두 메뉴가 비슷하다. 산채비빔밥, 올갱이국 등이 7-8천원, 더덕구이정식이과 한정식이 1만5천원, 버섯전골이 2-3만원이다. 특별히 맛있는 집이 없는 것 같다.
<해운모텔 좌측이 경희식당, 해주모텔 건너편이 털보식당, 할매손칼국수>
2. 속리산말티재휴양림 - 경희식당
(1) 털보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휴양림으로 가는 길에 말티재가 있다. 말티재는 속리산의 관문으로 약 8Km의 꼬불꼬불 12굽이나 되는 가파른 고갯길로 고려태조대왕이 속리산에 올 때 닦은 길이란다. 조선 세조대왕이 속리산에 올 때는 급경사로 가마 이동이 어렵다하여 말로 바꾸어 타고 고개를 넘었으며, 부락에서부터 다시 임금이 타는 가마인 연으로 바꾸어 탔다고 하여 말티고개라 부르게 되었다.
말티재를 넘으면 말티재휴양림이 있다. 숲속의 집은 꼬불꼬불한 길의 산비탈에 위치하고 있다. 휴양림에는 가족단위 방문객이 사용할 수 있는 숲속의집 16동 시설되어있으며, 산책로 2.5km와 속리산 말티재정상과 연결되도록 등산로(1.5㎞)가 개설되어 있고, 물놀이장, 숲속교실, 취사장등의 편의시설도 갖추어져있다.
<속리산말티재자연휴양림>
(2) 휴양림에 여장을 풀고 저녁은 속리산 맛집으로 유명한 경희식당을 찾았다. 경희식당은 창업주가 남경희 할머니이며, 그 이름을 따서 경희식당이라고 한다.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조선말 상궁이었다고 한다. 6-70년대 박통이 대전에 내려오면 들려서 먹고 갔다는 전설을 가진 식당이다. 식당에 들어서도 방으로 안내하는 것이 전부다. 주문도 받지 않고 조금 있으니 음식이 진열된 큰상이 방안으로 들어온다. 밥값은 벽에 붙은 광고에 있다. 1인당 2만5천원이다.
음식값에 비하면 차린 음식은 빵점이다. 어느 한 가지 정성이 깃든 반찬이 없다. 가지수만 늘어놓았지 손이 가지 않는다. 옛날에는 잘 했는지 모르지만 이름값을 못한다. 특히 소라무침은 질겨서 이빨 다치겠다. 단 한 가지 유별난 점은 빈 스티로폴 박스를 마련해놓고, 남는 음식은 싸가도 좋단다. 일어서는데 주인장 왈 ‘원두커피가 탁자에 있으니 알아서 드시란다.’ 이름난 음식점이라고 다 잘하는 곳이 아니다. 내자가 식당을 나오면서 하는 말이다. ‘다시 올 곳이 못되는 구먼’
<경희식당>
3. 휴양림 - 법주사 - 할매 손칼국수 - 화양계곡 - 화양서원
(1) 여행 2일째 오늘의 목적지는 속리산의 법주사와 화양계곡이다.
속리산은 소백산맥의 가운데 위치하며, 천왕봉(1057m)과 8개 봉우리, 문장대(1054m)와 8개의 대, 8개의 석문과 화양계곡, 선유동계곡과 쌍곡계곡 등의 명소가 많다.
(2) 법주사는 신라 진흥왕 때(553년) 의신조사가 창건한 사찰이다. 법주사 입구에 주차장이 있다 주차료는 4천원이다. 그러나 눈치가 있으면 평일에는 식당 앞이나 입구의 속리교 주변에 공짜로 주차할 곳이 많다. 법주사의 입장료는 4천원이지만 경로대상은 무료다. 주차료와 입장료를 받아서 정비를 잘한 탓인지 경내는 깨끗하고 정리가 잘되어있다.
법주사는 의신조사가 천축국에서 가져온 불경을 나귀에 싣고 절 지을 곳을 찾아다니다가 한곳에 이르러 나귀가 더 가지 않고 제자리를 맴돌아 지금의 절터를 찾았다고 한다. ‘부처님의 법이 머문다’는 법주사는 국내최대의 금동미륵불상이 있고, 국내 유일의 5층 목탑인 팔상전, 대웅보전과 원통보전, 석연지, 사천왕석등, 쌍사자석등, 마애여래의상 등 문화유산이 많다. 입구에서 법주사까지는 10분이면 충분하다.
<속리산>
<법주사 일주문>
<금동미륵불상>
<팔상전>
<법고을 울리며 무엇을 알리나>
<쌍사자석등>
<대웅보전>
<희견보살상>
<석연지>
<마애여래의상>
(3) 법주사 입구의 식당가에 위치한 할매 손칼국수집은 칼국수와 감자부침, 동동주가 각 5천원이다. 칼국수의 밑반찬은 콩나물무침과 김치뿐이다. 칼국수는 옛날 어머니가 만들어주던 맛이다. 다시 한 번 가보고 싶은 식당이다.
<할매손칼국수>
(4) 법주사 입구에서 37번 국도를 우회전하여 청천을 지나, 화양1교를 건너서 좌회전하여야 화양계곡으로 갈 수 있다. 헷갈리기 쉬운 길이다. 화양계곡 입구에 주차장이 있다. 입장료는 없으나 주차료는 5천원이다. 주차료로 부자 될 일이 있나. 봉이 김선달이 전국 곳곳에 많기도 하다. 주차료와 입장료 받아서 정리정돈이나 잘해 주었으면 좋겠다.
화양계곡은 계곡을 따라서 여름철 피서지로 유명하다. 계곡에서는 취사나 야영을 할 수 없으나 민박과 식당들이 있다. 계곡 초입에 있는 화양서원은 조선 후기 우암 송시열이 은거하였던 곳이다. 화양이교를 지나면 금사담과 송시열이 기거하였다는 암서재가 계곡 한가운데 있다. 화양3교까지 갔다가 돌아왔다. 주차장에서 화양삼교까지는 30분이면 충분하다.
<화양계곡>
<암서재>
<화양서원>
(5) 화양계곡에서 휴양림으로 돌아오는 길은 저녁먹기는 일러 법주사 식당가의 토속음식점에서 산체비빔밥 2인분을 포장해서 휴양림으로 돌아왔다.
<속리산토속음식점>
4. 휴양림 - 대야산 - 선유동계곡 - 문경 새제할매집 - 이천도착
(1) 이천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32번국도, 922번 지방도에 있는 대야산과 선유동계곡을 거쳐 문경새재에서 점심을 먹기로 하였다. 대야산자락의 선유동계곡은 화양계곡의 상류지역으로 퇴계 이황이 경승지로 쳤다고 한다. 계곡이 넓지는 않지만 물이 깨끗하고 산수의 조화가 빼어나다고 소개하였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저 그런 시골풍경일 뿐이다. 대야산휴양림에서 문경새재IC까지 가는 길에는 KBS촬영장, 석탄박물관, 레일바이크가 있으나, 다음에 문경에 갈 때를 기약하면서 이번에는 통과했다.
(2) 문경새재 주차장은 금요일인데 무료란다. 해가 서쪽에서 뜨겠다. 새재할매집은 2주차장 맞은편의 식당가 중간에 있어 쉽게 찾을 수 있다. 약돌돼지고기를 석쇠에 구운 정식(약돌돼지양념석쇠구이정식)이 주된 메뉴인데 1만2000원이며 먹을 만하다. 기타 산채비빔밥 7000원 등이 있다 (작년보다 각각 1천 원씩 값이 올랐다). 사흘째가 되니까 집이 천국이다. 문경새재IC를 올라타니 마음은 벌써 집에 가있다.
* 여행후기
(1) 10여 년 전 복잡하고 어수선하던 법주사와 화양계곡에 대한 기억이 많이 좋아졌다. 당시에는 주말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던 탓인가 보다. 요사이 주중에는 노인들과 학생단체가 주류를 이루어 여유로운 관광지의 모습이다. 특히 이번 여행에서 속리산은 맑은 공기, 정돈된 관광지와 식당가의 모습이 새로웠다.
그러나 일률적인 주차료와 입장료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 주차료는 주차한 시간에 따라서 징수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변산 내소사 입구 주차장은 주차시간에 따라 주차료를 받는다. 입차 시에 자동적으로 기록되어 출차 시에 주차요금을 정산하면 된다. 내소사까지 왕복 약 1시간 주차료는 1천원이었다.
입장료는 사찰이나 관광지의 입구에서 적정한 가격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국도를 막아놓고 보든 안보든 강제로 징수하는 모습은 이제 탈피할 시기가 되었다. 지구상에서 가장 질서 있고 아름다운 나라에서 하는 짓이 아니다. 경로우대는 좋은 관습이라고 생각하지만, 특별히 할인우대를 한다면 낼 수 없는 것도 아니다.
(2) 우리나라의 식당에서 늘 느끼는 것이지만, 먹지도 않는 반찬과 일률적인 식단은 낭비와 먹는 사람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뷔페식으로 개선하여야 원하는 식단을 선택하며 낭비를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턱없이 높은 가격과 마음에 들지 않는 식사는 결국 여행자들이 스스로 식사거리를 준비하게 만들며, 식당가는 자멸을 초래할 것이다. 속리산의 산채순대집도 폐업하였고, 문경새재의 안동 간고등어를 구운 정식(안동간고등어쌈밥)을 파는 산장식당도 문을 닫고 있었다. 동해안의 바가지 상혼은 여행객들이 대관령에서 천막을 치며 식사를 스스로 해결하게 만들었다.
(3) 언젠가는 시골로 돌아가 채전과 과일나무를 기르며 여생을 보내야지 하는 꿈의 동내를 이번 속리산여행에서 발견한 것 같다. 법주사와 화양계곡의 중간에 있는 청천 주위가 공기 좋고 산수경계가 어울리는 곳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4) 이번여행은 계획이 잘못된 것 같다. 첫날 오전중에 속리산에 도착하여 오후에 법주사를 둘러보고 다음날 화양계곡을 거쳐서 돌아오면 1박2일로도 충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