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苧童 권녕하
한강문학회 회장, 《한강문학》발행인겸편집주간. 《교단문학》詩부문 등단(박화목 추천, 91년),《해동문학》천료(성기조, 정광수). 저서:詩集《숨어 흐르는 江》, 劇詩集《살다 살다 힘들면》,산문집《겨울밤, 그 따뜻한 이야기들》外, 역서:《세일즈맨의 죽음》A.밀러 원작,《파리떼》J.P.싸르트르 원작
그 물 다
권 녕 하
가슴이 큰 여자가
손톱도 길게 기른 여자가
팔등신이 질기게 보이는 여자가
몸에 딱 들러붙어
샅에 꼭 낄 것처럼 보이는
아슬한 팬츠를 입고
선수 번호는 어처구니없게
눈에 확 띄는 쫄티 한 장
덜렁 걸치고
웅크리고 있다가
빵 소리에 튕기듯 달려 나간다
피부는 까무잡잡한 여자가
팔다리를 힘차게 흔들며
내달리는데
그 큰 가슴이
출렁 출렁 흔들려
걱정을 하다 말고
이렇게 하얀 밝은 대낮에
수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는데
내놓고 자랑질 하는 건지
햇살은 뜨겁고
땀에 번들거리는 팔다리
팽팽한 콧구멍에
입술은 웃는 얼굴
죽자 사자 뛰는 그 여자를
애처롭게 보다말고
물이 엄청나게 얹혀있는
둥근 지구가 연상됐어
그 물도
지구가 돌 때마다 출렁거릴 텐데
하루 이틀도 아니고
번번이 담긴 물 추스르며
같이 돌 텐데
아무래도
100m 달리기는
무리겠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지구가 우주공간에서
트랙처럼 라인을 그려대며
달려 나가는 속도가
난 못 믿겠어
난 믿을 수 없어
그 물 다 쏟고 말지
결국은
언젠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