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아드님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시작" (1,1)
시작이란 말 아르케의 뜻
시작이라고 알리는 이 말이 바로 시작이다. 이것은 전체 복음서의 꼴과 내용을 이해하는 열쇠다. 복음서가 쓰여진 그리스어(희랍어)로는 5개의 낱말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이 말의 핵심 의미는 신앙의 고백이다.
시작의 그리스어는 아르케(archē)이다. '처음, 시초'라는 뜻이다. 책의 내용이 예수 그리스도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알리는 단어로 쓰였고, 철학용어로 '아르케'는 원리(原理)로 번역하기도 한다. 동사 아르코(archo)는 '군대를 싸움으로 인도하다'라는 뜻에서 '선두에 서다, 지휘하다, 지배하다' 등의 뜻으로 확장되었다. 일련의 사건의 시초가 된다는 뜻이며 기본관념이 되어 여기에서부터 여타의 것들이 의존하는 '원리'이며 '원인'이라는 뜻이 생겼다.
고대 희랍(그리스) 철학에서는 '아르케'하면 아낙시만드로스가 떠오른다. 그는 만물이 생생성하고 소멸하는 '근본적인 것'을 '무한자(無限者)'라고 부르고 여기에 처음으로 이 용어를 사용한 것으로 전한다. 아폴로니아의 디오게네스는 사물을 아는 '원리'라는 뜻으로 사용했고, 데모크리토스는 '원인'이라는 뜻으로 사용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 두개의 개념을 종합했다. 그에 따르면 '철학은 아르케의 학문'이다. 여기서 아르케는 원리이며 원인이다.
마르코 복음서에서의 시작은 바로 복음은 아르케의 선포라고 할 수 있겠다. 칠십인역 창세기와 요한복음서의 첫 머리에 등장하는 En archē(한 처음에)라는 용어와 분명히 겹치는 의미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마르코 복음서의 시작인 1장 1절 "하느님의 아드님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시작"이란 말은 책의 내용이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비롯되었음을 알리면서 다음과 같은 순서로 정리된다.
① 하느님의 복음을 예수께서 받아 선포하셨다.
→ ② 마르코가 예수의 복음을 받아 전한다.
→ ③ 그리스도인들이 마르코에게서 그 복음을 듣고 믿는다.
복음(에우안겔리온)의 시작
무엇이 시작된 것인가? 바로 복음이 시작된 것이다. 복음의 그리스어는 에우안겔리온(euangelion)이다. 히브리어는 베소라(besorah)이다. 베소라는 임명된 심부름꾼이 전하는 중요한 소식을 말한다. 좋고 나쁜 모든 소식이 포함되는데, 전생에서의 승리, 하느님의 구원소식, 궂은 소식 등을 말하는 것이다. 헬레니즘 시대의 복음이란 주로 승전의 기쁜 소식을 알리는 전문용어였다. 로마에서 복음이란 신격화된 황제의 출생과 즉위 등 제국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치는 소식을 말한다.
기원전 9년 터키 프리에네에 세워진 황제의 비문에 이런 말이 써있다.
"세상에게는 神(아우구스투스)의 탄생일이 그 분으로 인해 퍼져나가게 된 복음의 시작이다."
복음(에우안겔리온)은 "(전쟁에서) 이겼습니다."라는 식의 전쟁용어였고, 곧 신인 황제가 말하는 것이므로 정치적 용어였으나 그것은 "구원자(메시아)가 오셨습니다.", "부활하였습니다."라는 종교적 용어가 되었다.
즉, 그리스도교에서의 복음이란 황제를 중심으로 하는 기존 권력질서가 아니라 '예수를 통해 드러난 하느님 나라'라는 새 질서의 출현을 말한다.
황제의 탄생이 중요한 게 아니라 하느님의 아드님, 예수그리스도의 복음의 시작이 바로 진정한 복음이란 것을 마르코 복음 1장 1절은 말하고 있는 것이다. 기원후 70년 경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이 성경에서 1세기 사람들과 초기 그리스도인 사이에서 황제와 예수그리스도를 사이에 두고, 무엇이 진짜 복음인가를 둘러싸고 긴장과 갈등이 생겼을 법한 상황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음의 시작이란 하느님의 통치가 시작되었다는 선포이며, 억압과 불의가 지배하던 구시대가 종말되고 평화와 의로움의 새로운 시대가 개막되었다는 소식이었다. 이 기쁜 소식을 알리고 구현하기 위해서 하느님의 아드님 예수께서 메시아로 오시어 십자가에 달려 죽으시고 부활하심으로써 마침내 성취하였다는 메시지가 바로 복음인 것이다.
따라서 1장 1절을 통해 알 수 있는 마르코 '복음'이란 바로 ① 예수에 관한 복음이며, ② 예수께서 선포하신 복음이 되는 것이다.
성경학자들은 1장 1절 '하느님의 아드님 예수 그리스도 복음의 시작'이란 구절에서 '하느님의 아드님'이 후대에 삽입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유력한 사본의 1장 1절에 이 구절이 없다는 주장인 것이며, 후대에 필사자들이 삽입했을 수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마르코가 '하느님의 아드님'이란 칭호를 예수의 핵심 신원으로 이해했다는 점이다. '그리스도'와 '하느님의 아드님'이란 두개의 칭호는 결정적 시점에 함께 등장하는 것으로, 이 두개의 칭호로 수행할 사명과 그로 인해 어떤 길을 가야 하는지, 그리고 그 분을 따르는 삶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마르코는 전체 16장에 걸쳐 밝히고 있다. 그와 함께 제자들이 못깨달았다는 것과 유다인지도자가 박해했다는 사실도 숨김없이 폭로하고 있다.
복음(Gospel, Euangelion)의 용어유래에 대해서
우리말 복음은 앵글로 색슨어 '갓스펠(godspell)'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좋은 소식'이란 뜻이다. 신약성서에 나오는 그리스어 '에우안겔리온(euangelion)'과 같은 뜻이다. 초기 그리스도교인에게 좋은 소식은 신의 아들인 예수가 가르침을 전하고 기작을 행하고, 십자가에서 처형되었다가 부활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사건들이 예수를 믿는 이들에게 구원을 가져다준다는 것이다. 신약성서의 4대 복음서인 마태-마르코-루카-요한복음은 저자만 다를 뿐 똑같은 이야기이다. 목격자가 다를 뿐, 이 4대 복음서의 저자들이 바로 '에우안겔리온', 좋은 소식을 전한 사람들인 것이다.
사실상 고대에는 수십여종의 복음서가 있었다. 그리고 그 대부분 예수의 사도들이 지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도마복음, 베드로 복음 같은 것들이다. 고고학자들은 그 옛 문헌의 일부를 찾아내었고 우리는 그 사실과 형태를 짐작하게 된 것이다. 어떤 복음서들은 예수가 부활한 뒤 전한 '비밀의 가르침'도 포함하고 있다. 그것은 교회가 '위서' 혹은 '이단'이라 낙인찍으면서 그 문헌들은 성서에 포함되지 않았다.
미사(Missa)와 이떼 미사 에스트(Ite, Missa est)
미사는 가톨릭의 고유명사이다. 교회용어로 들어온 것이다. '이떼 미사 에스트'에서 유래된 말로, 황제(왕)의 말씀(복음)을 전하는 전령사(메신저)들이 말을 타고 각 고을로 전파되어 사람들을 모이게 했을 것이다. 모인 사람들에게 복음(소식)을 전하고 관용적으로 복음의 전파가 끝났음을 알리는 표현으로 사용된 것이다. 로마의 법정에서 재판이 끝났다(이떼, 미사 에스트)라고 선언한 데에서 비롯되었다고도 한다.
라틴어 Missa는 '보내다', '떠나 보내다', '파견하다'의 뜻을 가진 동사 '미떼레 Mittere'에서 파생되었다. 그래서 이 말은 로마의 일산 사회에서 통용되던 말이었다. 즉, Ite, Missa est는 관용어로 법정에서 재판이 끝났음을 선포한다든지, 황제나 제후, 고관대작들을 알현한 뒤 '알현이 끝났다'는 것을 알려주는 말이었다. 이것을 교회가 받아들여 거룩한 집회인 미사성제(聖祭)가 끝났음을 선포하는 말이 되엇다.
국어사전에서 미사는 라틴어 Missa에서 나온 말이다. 가톨릭에서 예수의 최우의 만찬을 기념하여 행하는 제사의식이라 설명하고 있다. 가톨릭 교회의 가장 중심이 되는 의식으로, '말씀의 전례'와 '성찬의 전례' 두 부분으로 이루어진다. 한자를 빌려 ‘彌撒’로 적기도 하고, 聖祭라고도 한다.
정리하면, 라틴어 미사(Missa)는 가톨릭 제의 중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제식을 칭하는 고유명사로, 예수의 죽음과 부활, 제사와 함께 잔치를 벌이는 제식의 고유용어가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