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녀./ 김명식
중학교 1학년 손녀가 야채 써는 소리가 도마에서 춤이라도 추는지 '탕탕탕탕' 경쾌하게 들렸다.
조금 전에 손녀 혼자 장에 가서 호박 가지 쪽파 당근 부침가루를 사왔다.
보통은 손녀랑 사이좋은 친구처럼 장을 보는데 오늘처럼 내 몸이 쳐지는 날은 손녀가 혼자 장을 봐 오기도 한다.
사실 혼자 해 보라는 나의 꾀병이기도 하다.
손녀가 다섯살 때부터 봄이면 간단한 간식을 챙겨 냉이를 캐러 다녔다.
우리동네가 도심에 있어 밭이 없어 냉이가 귀하다.
산 밑가 땅에 착 붙은 자잘자잘한 냉이를 지루한 줄 모르게 캐며 어린 손녀는 흙과 놀았다.
간식 으고 놀며 캔 냉이는 한주먹이다.
양이 적어 손녀 모르게 시장에서 냉이를 사와 저녁상에 냉이국을 올리며 다경이가 캔 냉이로 국 끓였네 하며 나는 호들갑을 떨곤했다.
언젠가
집근처 산에서 종일 놀다 내려오며 오늘 저녁은 뭐해 먹지 하고 나도 모르게 걱정이 튀어나온적이 있다.
봄 나물 캐기를 접해 본 손녀는 냉이 해 먹자 하며 여름날에 냉이를 캐갰다고 땅을 헤집기도했다.
나는 어렸을 때
친구들과 어울려 냉이를 캐곤 했는데 엄마가 없던 나는 친구들과 어울리느라 냉이를 캤을뿐 우리 집 밥상엔 냉이 반찬이 오른적이 없다. 해 먹는 번거로움 대신 마루밑에서 냉이는 말라 비틀어졌는데 그런 냉이를 보며 엄마가 없는 썰렁함을 알게 됐다.
냉이는 내 어린시절 애잔한 기억이다.
어린 손녀에게 왜 냉이를 해마다 캐게 했는지 나도 모르겠다.
편식하는 손녀에게 냉이국 한국물이라도
먹이고 싶었고 시장에서 모든 걸 해결하는 요즘시대 살다보니 자연에 이치도 알려주고싶었다.
또
자급자족처럼 이것저것 할줄 아는 재미도 알려주고싶었고다.
어쩌면
내 애잔한 시절을 미화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손녀가 성장한 후 몇해 냉이를 캐지않았는데
내년에는 멀리 나가서라도 냉이를 캐고 싶다.
냉이를 캐며 놀던 기억이
손녀에게는 잔잔한 행복으로 오래 오래 남으면 좋겠다.
손녀가 어른이 되어 삶이 건조할 때 우연히 냉이를 볼 때 잔잔한 추억으로 입가 미소를 띠면 좋겠다.
봄날엔 냉이를 찾아 햇빝 아래 쪼그리고 앉아 흙 냄새를 맡아도 좋겠다.
자연을 닮은 마음으로 나이들어 가면 좋겠다.
냉이캐던 작은 손이 도마를 무대로 호박과 탱고를 춘다.
ᆢ
동화 같은 동화를 썼네요.
이런
마음으로 글을 계속 쓰세요.
수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