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첫날텃세를 무난히 소화하느라 지친몸과 다음날 올레3코스에 대한 부담과 기대로 리틀프랑스에서의
첫날밤을 세상모르는 잠으로 보내고 둘째날 아침은 천상이가 어제밤 늦도록 고교카페에 올린 사진을 구경하며
깔깔거림으로 시작한다..
아침식사를 위하여 호텔바로옆의 '기억나는집"을 찾아 들어 서는데 주인 아줌마의 우렁찬 목소리의 서곡이 시작되는데...
음식맛이야 시장이 반찬이니까 그렇다 치고 천상이의 나이타령을 해대는 바람에 겉으론 깔깔거리고 웃었지만
그리고 천상이 본인이야 비슷한 에피소드가 전에도 있었단 얘기를 전해들었던바 무심했을 것이라 짐작되지만
마음여린 영희는 꽤나 기분이 그러했을 것이다...아니 이집은 음식으로 그리고 서비스로 기억이 나야하거늘
손님 기분 잡치게 하는 걸로 영원히 기억나게 생겼다...
올레제3코스의 시발점인 외돌개에 도착하니 이미 2-3십여명의 올레꾼들이 출발을 기다리며 여기저기 두런두런...
올레를 처음부터 기획하고 이끌어오고 있는 서명숙씨를 만난다...짤다막한 키에 보통정도의 미모 그리고 독특한 여자의
대부분이 그렇듯이 목소리는 우렁차고...
원래 그녀는 글쓰는 끼가 있어 신문사 기자생활을 오래 하다가 편집국장까지 출세를 했으나 매일매일의 기사마감이라는
피말리는 직업에 환멸을 느껴 그야말로 멋지게 사표를 던졌단다.. 바람의 딸 한비야의 사표던지는 광경이 연상되어 혼자 씽긋
웃는다..막바로 그녀는 스페인의 유명한 트래킹코스인 산티아고 가는길을 답사하고 우리나라에도 판에박힌 팩키지 코스 보다는
걸으며 보며 쉬며 이야기할수있는 길을 개척해야겠다는 생각에서 소위 " 제주올레길 "을 개척하게 되었단다..
서귀포의 외돌개에서 서쪽으로 주욱 해안을 따라 6시간정도 이어지는 3코스...1코스가 사실 아스팔트길이 많이 섞여있어
피로가 쉽게 왔다면 이곳은 해안의 단애를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아기자기하게 돌길과 흙길이 이어지고 그야로 제주해안의
빼어남을 만끽할수 있다..더구나 처음보는 사람들이기는 하지만 발바닥이라면 자신있는 사람들과 뒤섞여 애기하고 듣고...
무적전설이라는 이름으로 올레사이트관리자...그리고 울산에서 왔다는 35세의 변리사 아가씨 ...시집도 안가고 여행이 좋아
시간만 나면 배낭메고 무조건 떠나다 보니 언제 연애하고 시집갈 시간여유가 있었으랴...이해가 가지 가고말고..
근데 이 아가씨는 시집이나 가놓고 애나 하나둘 나아놓고 발바닥마약에 빠져야 했는데 걱정이다...
변리사 아가씨와 저녁을 같이 먹자고 약속할 정도로 많은 이야기를 했다..
도중에 풍림콘도의 해변카페에서 쉬면서 마신 뜻뜻한 숭늉이 일품이었고 점심식사는 그야말로 푸짐하게 갈치조림으로
그리고 소주도 서너잔 곁들여 이 세상에 아쉬울것이 무에랴.. 더구나 점심은 올레꾼들을 위하여 서귀포시에서
직원이 나와 계산완료 했단다..
아하 !! 한라산 산신령의 2차 선물이렸다 ㅎㅎㅎ...
흙돌길이라서 그런지 무난히 코스를 마칠즈음 멀리 한라산의 백록담 부근이 얼굴을 내미는 것이 아닌가..
어제 도착이후 한번도 얼굴을 안보이시더니 이제야 우리를 알아보시는구나 ㅎㅎㅎ..
미원이 때문에 한라산을 포기할까도 생각했으나 오늘 걷는컨디션이 좋은것 같아..내일 바로 내친김에
한라산에 입산하는 계획을 구체화한다..
호텔근처의 시장에 박혀있는 서민횟집을 천상이가 기여코 찾아 자리를 잡는다..
회도 소주도 실컷먹고 두집만 오붓하게 모인 분위기에 걸맞게 많은 이야기로 여행의 회포를 푼다...
오늘 트래킹도중 말없이 혼자 카메라들고 걷던 검은옷의 사나이가 있었다..그사람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눠봐야
하는건데 그걸 우물우물하다 못한것이 아쉽고..우리 호텔 전화번호까지 찾아내 저녁약속을 급한일로 못 지킨다는
메세지를 전해온 울산의 변리사 아가씨와 저녁회포를 같이 못한것이 또한 아쉬운 둘째날이었다...
2008년 1월 27일 할망 뚝배기집에서 갈치국으로 해장을 한다..너무 유명한 집이라 기대가 컸던 탓인지 맛도 그렇고
서비스도 그렇다..더구나 갈치국이 식으니까 더이상 식욕도 식어버린다..갈치국만이라도 다 먹을 때까지 따뜻하게
덥혀주는 서비스가 있었다면 덜 아쉬웠을 텐데...
흰머리의 위용을 어제도 몇번 보이던 백록담 오늘은 더욱 선명하게 우리를 어서 오라는듯 반긴다..
택시로 영실까지 이동하면서 혹시 폭설로 등산로가 폐쇄됐을까 걱정했으나 영실을 2km 남겨두고 차량통행만 제한한단다..
아이고 미원이가 걱정되어 한라산 등산로 중에서도 가장 짧은 영실을 택했는데 코스가 오히려 늘어났으니 걱정이 태산...
영실까지의 길은 역시나 미끄러운 얼음길...1km남짓 걷다가 미끄러운게 부담스러웠던지 그냥 혼자 내려갔다가 본래 윗새오름에서
하산예정지점인 어리목으로 갈테니까 거기서 다시 만나잔다..아니 한라산도 산일진데 어떻게 그렇게 다른사람 생각도 해야지..
쉽게 입산하자마자 내려가겠다는 말이 나오는지 나 원 참...참 나 원...원 참 나...ㅎㅎㅎ
내가 이걸 예상해서 준비를 완벽히 했지..스패치를 양발에 채우고 아이젠도 채우고..이렇게 해서도 못 올라가겠다면 할수없는거
아닌가..일단 아이젠의 위력을 실감한 미원이는 그럭저럭 영실까지 아무일 없이 걷는다...
영실부터는 본격적인 설국의 비밀이 하나하나 벗겨진다...사람의 함성들이 이어진다..한라산의 눈풍광이 이렇게 쉽게 빨리
나에게 다가올 줄이야...
능선을 올라타자 이제부터는 힘든줄도 모르고 다들 앞장서서 한라산 산신령이 다양하게 만들어내는 한라설국show에
빠져든다..나는 잠시 뒤로 쳐저 사진도 찍고 뒤로 돌아 ,올라온 능선과 산방산 방향에 펼쳐지는 제주의 모습을 내려보며
내가 꽤 복도 많고 운도 좋고 더이상 행복할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사람이 멋모르고 이 세상에 나와 명예,물욕을 접고 살수 있다면 그게 행복이려니...산으로 많이 쏘다니며 터득한 것이
바로 이것이고 더 무엇을 바라랴...앞서 눈을 밟으며 무심코 내밷는 천상이의 철학 '내 즐거움을 줄이고 상대방을 즐겁게
하면 그것이 나의 즐거움인 것을 " 아하 시간만 나면 남을 배려하고 나보다는 쏘다님이 한수위인 저사람의 힘의 원천이
바로 저거로구나..."또 한수 배우는구나..."
숲속에 계속 아기자기하게 펼쳐지던 눈터널이 끝나자 즉시 시작되는 설원...그 뒤에 얼굴을 보였다 구름에 숨겼다 하는 백록담의
위용..한라산 산신령이 가깝게 계심을 느끼고 천상이 한테 카메라를 맏기고 사진한장 부탁한다...
설원의 좌측능선을 찌르자 마자 바로 윗세오름이다
미원이의 즐거운 안도가 보기 좋았고 ..이젠 하산만 하면 되니까..
이 사람아 그게 바로 땀흘린 보람이라네...
넷째날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보니 서귀포에는 겨울비가 육지의 봄비처럼 부슬부슬 내린다
오늘은 올레 2코스를 마무리 해야 하는데 비가 오시는구만...아이고 비맞고 걸을생각하니 꺽정스럽고..
속으론 다 때려치고 비도 오니 분위기도 좋은 해변에 뜻뜻한 자리나 마련하고 막걸리타령이 어떨까 하고 생각하는데
밖에 나갔다 들어온 천상이의 손엔 우산이 4개나 들려있는게 아닌가...꼼짝없이 걸렸구나..ㅎㅎㅎ
서귀포의 동쪽해안인 쇠소깍에서 시작되는 2코스는 1.3코스와 달리 어촌을 계속 통과하며 이어진다.
어제 한라산의 피로도 아직 안가시고 계속 비가오시는 해변을 우산받치고 걷는다..
보목 해녀의 집,이주일씨 별장 ,너무나 깨끗해 인상에 남는 서귀포 하수종말 처리장 ,노란 밀감이 끝없이 이어지는
보목리 올레길,비오는 날의 제주의 겨울해변은 숨막힐듯이 아름답고..걷지 않고 차를 고집한다면 못오고 못볼 것들이다
내가 서정시인이라면 멋진 시를 한수 읇으련만...
2코스를 완보하고 아픈 발바닥을 달래며 게짬뽕으로 허기를 달랜후 이중섭 미술관 관람을 생략한채 낮잠을 늘어지게 잔다...
마지막날의 아쉬움이 남았는지 제주 5겹살집을 찾아 늘어지게 천상이와 소주대결을 벌인다...역시 내가 판정패...
호텔로 돌아오는길에 야구 연습장이 있길래 내가 다시 도전장 ...역시 판정패..ㅎㅎㅎ
도대체 쟤는 못하는게 뭐냐? 나는 잘하는게 뭐냐?ㅎㅎ..
마지막날 서귀포 재래시장을 찾아 국수로 해장을하고 5.16도로를 택시로 넘어 귀경길에 오른다..
우리와의 5일간을 축하하시는 의미인지...성판악 근처에서는 택시가 주행을 제대로 못할 정도로 함박눈이
한라산을 덮는다...
이렇게 튼튼한 발바닥과 무릎을 주신 부모님 감사합니다...
5일간 무사히 우리일행을 버듬어주신 한라산 신령님 감사합니다...
첫댓글 아빠 아들이오 아.. 국수 ㅠㅠ 맛있겠다...
반갑다.. 이번겨울만 지나면 전역이구만...힘든시간이 꽤나 많이 지나갔다... 마무리 잘해라...
ㅎㅎ 저번 휴가때 수강신청하고 공부하는 친구들이나 형들 만나고 온 다음부터 마음이 많이 혼란스러워 진 것같아요;; 의욕이나 자신감이 떨어지는 건 아닌데 역시 만만치 않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대학들어 올 때 고생했던 생각을 하다보면 더 큰 목표인 새로운 시험을 준비하는 지금의 행동 하나하나가 엄청 조심스럽고 고민되는 것 같아요. 교재선택이나 강의선택부터 시작해서 나와서 살것인가 말것인가하는 문제도 그렇고;; 누나도 내년봄에 갈텐데 괜희 저까지 나와서 사는것도 좀 그렇고;; 그렇다고 집에서 다니자니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고;; 제가 여기 안에서 할수있는건 아무것도없고;;
하지만 지금의 선택이 앞으로의 공부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 자꾸 과대하게 걱정하게 되네요;; 어쩌면 다시금 그때의 실패를 겪지 않으려고 모든 과정에 있어서 준비를 철저하게 하고싶은 마음때문 일수도 있는데;; 요새 같아선 오히려 그런것때문에 제가 겁쟁이가 되가는 것도 같애요. 아빠 저 진짜 잘하고 싶고 잘 할 수 있어요. 아빠랑 전화할때 아빠 말씀들으면 진짜 든든하고 조바심이 좀 덜해지는 것 같애요 한편으로는 군대갔다와서도 아직 부모님한테 의지할수밖에 없는 제자신이 좀 한심스럽기도 하지만;;
어째뜬 아들은 평생 아들이니까요; 빠른시일내에 아빠엄마누나도 저한테 의지 할수있을만한 큰사람이 되어볼께요. 사랑해요 아빠 우리가족모두~
이거 까페 좋은거같애요 ㅋㅋㅋ 앞으로 글자주남길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