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건의 섬과 등대이야기 71] 섬여행자 8년째 증가 그들은 왜 섬으로 가는가
▲ 청산도 서편제 촬영지 언덕배기에서 내려다 본 도락리 해변. 청산도는 테마 섬여행 Best 15 중 답사기행 부문에 선정됐다. ⓒ 박상건
▲ 사량도 지리산 옥녀봉에서 내려다 하도와 상도 사이의 해협. 삽시도는 테마 섬여행 Best 15 중 트레킹 부분에 선정됐다. ⓒ 박상건
지난해 여객선을 타고 섬여행을 떠난 여행자 수는 1500만명에 이른다. 연륙교가 많아 승용차를 타고 섬으로 건너간 여행자 수치까지 헤아리면 거의 모든 국민이 한 번쯤은 섬으로 떠났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국토해양부 연안여객 이용실태 자료에 따르면 여객선을 타고 섬으로 떠난 여행자는 2001년 이후 2009년까지 8년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주말 나들이객의 섬 여행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지역 섬 문화축제, 여객선사의 각종 프로그램 개발, 원화의 환율상승 등에 따른 해외여행의 국내여행 전환이 주요한 원인으로 분석된다.
▲ 삽시도 일출의 바다와 평화로운 어선. 삽시도는 테마 섬여행 Best 15 중 바다체험 부분에 선정됐다. ⓒ 박상건
▲ 홍도 선착장 고갯길을 넘어가며 만나는 아름다운 해변. 홍도는 테마 섬여행 Best 15 중 비경탐방 부분에 선정됐다. ⓒ 박상건
섬여행객이 늘고 있다, 그들은 왜 섬으로 가는가
섬에는 우리 삶과 연계된 무수한 기표들이 나부낀다. 일직이 해양문학 공간으로 삶을 은유하고 그리움과 외로움 등 생로병사 희로애락의 정서적 소통으로서 섬은 그대로 우리 삶의 또 하나의 삶터이고 쉼터였다.
"저것은 소리없는 아우성"이라는 시 한구절을 책상머리에사 외우던 사람들이 포구에서 찢어질 듯 나부끼는 깃발을 바라보면서 체험하고 이해할 때 왜 우리가 살아 생동하는 섬여행을 떠나야 하는가를 실감한다.
갯벌에 온몸으로 기어가는 갯지렁이의 삶이나 구부정한 팔순 할매가 굴 따는 조세를 찍어 쌓는 모습, 만선이거나 빈배이거나 날 저물면 포구로 돌아오기를 반복하는 어부들의 삶에서 삶의 역동성과 가능성에 대한 정열 그 자체가 우리네 희망임을 터득한다.
섬은 이런 삶을 일깨워주는 공간인 탓에 여름철 해수욕장만 찾던 사람들도 이제는 풍진세상에서 극복의 정서와 희망 만들기의 단초를 겨울바다 해안에서 절망과 극복을 거듭하는 파도를 바라보면서 새로운 삶의 표를 읽는다.
▲ 우도 우도항을 출발한 막배와 노을바다. 우도는 테마 섬여행 Best 15 중 하이킹 부분에 선정됐다. ⓒ 박상건
섬이란 무엇인가? 왜 정확한 섬의 갯수를 모를까?
섬은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만조시에 해수면 위로 드러나는 자연적으로 형성된 땅을 말한다. 사람이 거주할 경우는 유인도, 그렇지 않을 경우 무인도라고 부른다. 여기서 거주라 함은 사람이 지속적으로 정착하여 경제활동을 할 경우를 말한다. 등대원이 등대를 관리하기 위해 섬에 거주할 경우는 법률에 따라 무인도로 인정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섬은 몇 개일까? 3000여 개로 불리다가 조금더 정확하게 표현하는 대통령업무 보고서 등 각종 정부 보고서에서는 3151개, 3153개 등 보고서마다 둘쑥날쑥 등장하는 우리나라 섬 숫자. 그래서 우리나라 섬 갯수는 귀신도 모른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국토해양부가 2010년 1월 공식집계로 제시한 섬 총수는 3358개이다. 이중 무인도서는 2876개로 전체 섬의 85.65%를 차지한다. 행정안전부가 전국 지자체를 중심으로 내부적으로 잠정 집계한 개수는 4201개이다.
이처럼 섬 개수가 정확하지 못한 배경에는 지적도에 잡히지 않은 무인도 때문이다. 섬도 땅의 일부인지라 국유지가 있고 사유지가 있다. 무인도는 사유지가 국유지보다 더 많다. 그 비율은 사유지 61.24%(46.83㎢), 국유지 28.98%(22.16㎢), 공유지 9.78%(7.48㎢)이다.
그 옛날 지방 공무원들이 섬에 관심을 컸을 리가 없다. 대동여지도를 그리듯 배를 타고 드나들며 제2의 김정호가 있을 리 만무했다. 어린애가 병들어 죽던 가난한 시절 때문에 몇 년 늦춰 호적에 올렸건만, 이름 없는 섬을 지적도에 올리는 열정은 더욱 적었을 터이다.
무인도에 사람이 들어가 살기도 하고 몇가구가 살다가 먹고 사는 일과 자녀 교육, 의료 문제 등으로 육지로 빠져나오기를 반복했다. 그 시절에 공무원들이 일일이 유인도 무인도를 구분하며 섬사랑에 빠질 턱이 없었다.
▲ 고군산열도 광대도(무인도). 절벽이 국내 섬에서 보기드문 형태로 지질학적으로 매우 가치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왼쪽)/제주도 한 무인도에서 집단으로 서식 중인 것으로 확인 천연기념물 바다제비(오른쪽) ⓒ 국토해양부 제공
섬은 좁은 국토 키우는 유일한 통로, 신생 에너지 자원의 보고
그러나 세상이 변했다. 인류의 마지막 땅으로 섬이 급부상했다. 천혜 환경과 자원의 보고로 각광받으면서 신생 에너지 자원을 찾기 위한 치열한 세계 경쟁이 진행 중이다. 특히 대대로 반도국가인 우리나라에서 섬의 개수를 파악하는 일은 조상에 대한 예의이자 우리 역사에 대한 천착이기도 하다.
국토 면적이 좁은 한반도에서 섬에 대한 가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일본이 심심찮게 독도는 죽도라고 우기면서 대한민국 국민들은 제 땅을 가지고도 스트레스 받는 처지이다. 중국까지 마라도 아래 이어도가 자기 땅이라고 우기는 것을 보면 영해 기점을 중심으로 한 우리 섬들은 지금도 말없이 두려운 눈빛으로 저 너머 출렁이는 섬들을 바라보고 있다.
어쩜 반도국가 후예로서 우리가 섬으로 떠나는 일은 당연한 일이다. 지금부터라도 서둘러 국토의 막래둥이 섬의 개수를 파악하고 이름 없는 섬에 이름표를 달아주어야 한다. 나아가 국민적 관심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섬사랑 프로젝트를 국가 주요정책으로 추진해야 한다.
우리나라 섬 총 면적은 3,757.72㎢. 이 가운데 무인도서가 차지하는 비율은 2.03%(76.47㎢). 대한민국 일원으로 태어나서 이름도 갖지 못한 섬들을 찾아낼 경우 당연히 우리 국토 는 그만큼 늘어난다. 재산이 늘어나고 섬여행을 통해 우리 땅을 밟으면서 정서적으로 소통할 공간이 그만큼 늘어나는 셈이다.
정부 늦었지만 섬 정책에 박차, 국토해양부 2월 최종 섬 집계 완료 예정
▲ 마을 주민들이 수덕이라고 부르는 무인도. 두 마리의 사자가 바다를 향하고 있는 모양의 특이한 암석지대 섬이다. 이 섬은 사유지다.(왼쪽)/화도라고 불리는 무인도. 분재처럼 작지만 아담한 섬 일대는 천혜의 해양문화 가치가 높다는 게 조사팀의 설명이다(오른쪽). ⓒ 국토해양부 제공
섬의 개수는 날로 늘어날 것이다. 현재 무인도 2,876개 중 지적공부에 등록된 섬은 2,642개. 전체 무인도서 91.86%이다. 미등록 섬은 234개로 8.14%이다. 시도별 무인도 수는 전남이 전체 60.64%에 해당하는 1744개로 전국에서 가장 많다. 그 다음이 경남(484개/16.83%), 충남(236개/8.21%) 순이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해양학자 등이 팀을 이루어 권역별로 무인도 실태조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미등록 섬이 계속 발견되고 있다. 이러한 작업은 2008년부터 시작된 제3차 도서종합개발 10개년 계획에 따라 2017년까지 계속된다.
국토해양부는 최근 무인도서종합관리계획안을 확정했다. 이와 관련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그동안 무인도서는 국토공간을 구성하는 중요한 부분임에도 육지와 유인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이 크게 부족한 것이 사실이었다"면서, "앞으로 이 계획이 시행되면 전국 섬에 대한 종합적, 체계적 관리가 가능해질 뿐만 아니라 수려한 자연경관이나 해양생태계 보고로서의 가치를 지니고 있어 섬여행 등 해양관광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섬이 육지와 다른 독특한 자연경관이나 생태적 특성을 이용한 관광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음에도 그동안 이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없었던 점을 고려하면 때 늦은 감은 있으나 종합관리계획이 마련된 이상 향후 관리유형에 따른 맞춤형 관리방안, 무인도서 생태체험 프로그램 개발, 운영, 해양관광의 잠재력이 큰 무인도서 개발 지원(선착장․도로 등), 대국민 무인도서 정보제공을 위한 종합정보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토해양부는 무인도 최종집계 작업을 벌이고 있다. 2월말 국토해양부 무인도서관리위원회 심의를 거쳐 우리나라의 정확한 섬 통계가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1995년 당시 내무부가 섬 개수를 집계한 이후 15년만에 한국의 섬 족보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 흑염소 방목 무인도에 방목 중인 흑염소. 70년대 섬에 풀어 놓은 흑염소는 기하급수적으로 번식돼 섬 경관을 헤치고 주민들의 생활 터전을 망가뜨려 섬의 골치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 국토해양부 제공
○ 섬여행 TIP
1. 국토와 섬에 대한 상식
우리나라 면적은 9만 9,538㎢, 북한은12만 3,000㎢이다. 바다의 면적은 총 6,092㎢이다.
우리나라 해안선 길이는 14,533㎞이며, 이중 남한은 11,542㎞, 북한은 2,991㎞이다. 남한 해안선 길이 가운데 육지 해안선이 6,230km이고 섬은 5,320km이다. 그러나 해안선 길이는 조수 간만의 차와 계속되는 매립과 방파제 공사 등 해안시설이 수시로 늘어남에 따라 그 길이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 영해는 7만1000㎢로 국토의 71%를 차지하고 경제수역(200해리)은 447㎢로 국토의 4.5배, 대륙붕은 345㎢로 국토의 3.5배, 3해리이내는 13㎢로 국토의 13%, 영해의 18%이다.
2. 행정안전부와 한국관광공사가 2008년 선정한 테마 섬
* 테마 섬여행 Best 15
- 답사 기행(완도 보길도, 완도 청산도, 여수 사도)
- 바다 체험(보령 삽시도, 완도 소안도, 신안 가거도)
- 비경 탐방(옹진 대청도, 신안 홍도, 통영 소매물도)
- 트레킹(신안 우이도, 통영 사량도, 울릉도)
- 하이킹(군산 선유도, 신안 증도, 제주 우도)
* 휴양하기 좋은 섬 Best 30
- 인천(석모도, 대이작도, 덕적도, 대청도)
- 충남(대난지도, 삽시도, 원산도, 외연도)
- 전북(선유도)
- 전남(보길도, 청산도, 관매도, 거문도, 임자도, 외달도, 상하조도, 흑산도, 소안도, 우이도, 가거도, 증도, 비금도, 홍도, 사도)
- 경북(울릉도), 경남(지심도, 사량도, 소매물도), 제주(추자도, 우도)
* 이 글은 오마이뉴스와 섬과문화(www.summunwha.com)에 동시에 실렸습니다. 필자 박상건은 시인이고 (사)섬문화연구소 소장, 국토해양부 무인도도서관리위원회 위원이다. 최근 언제 떠나도 좋은 섬 45개를 선정 <주말이 기다려지는 행복한 섬여행>을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