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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청과 올리고당 | ||
사람이 태어나 가장 먼저 접하는 맛은 단맛이다. 어머니의 유즙에 있는 유당이다. 우리의 입맛은 처음부터 단맛에 길들여져 있는 셈이다. 어린 시절 맛본 조청이 그랬다. 단맛을 내는 당분은 탄수화물(다당류) 형태에서는 절대 달지 않기 때문이다. 다당류를 단당류 형태로 바꿔줘야 한다. 우리가 쌀이나 밀을 꼭꼭 씹으면 단맛이 나는 원리와 같다. 침 속에 있는 전분 분해 효소인 아밀라아제가 다당류를 분해해 단당류 형태로 바꿔주는 것이다. 그렇다고 조청을 만드는 데 사람의 침을 사용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서 아밀라아제가 많이 들어 있는 엿기름을 활용한다. 엿기름은 보리를 싹 틔워 건조시켜 가루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보리는 싹이 틀 때 씨앗 속의 아밀라아제가 최대로 활성화된다. 엿기름을 치대어 거른 물을 밥에 부어 따뜻한 아랫목이나 전기밥통에 8시간 정도 숙성시키면 밥 속의 탄수화물이 엿기름의 아밀라아제로 인해 분해돼 이당류, 즉 맥아당이 된다. 이것을 그대로 끓이면 식혜가 된다. 식혜를 약한 불로 오랫동안 고면 수분은 날아가고 엿당만 농축돼 걸쭉하고 고운 호박색의 조청으로 변한다. 이 조청을 더 고아 수분을 완전히 날려 보내고 덩어리로 굳히면 엿이 된다. 있다. 제대로 고아 낸 조청에는 곡류의 다양한 영양 성분이 녹아 있고, 발효와 유사한 당화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건강에 더없이 좋은 감미료라 할 수 있다. 물엿 제품의 성분 표시를 살펴보자. 옥수수 전분 100%라고 표시돼 있다. 다른 가공식품처럼 몸에 유해할 수 있는 다른 첨가물이 전혀 들어가 있지 않다. 그런데 조청과 달리 무색투명한 색깔이 뭔가 마음에 걸린다. 이러한 색깔은 물엿의 성분이 전분 100%이기 때문이다. 불순물이 없는 물엿을 만들기 위해 옥수수의 순수한 전분만 추출하고, 나머지 몸에 유익한 천연 미네랄 성분은 대부분 없애 버린다. 조청을 옥수수로 만드는 이유는 다른 전분에 비해 제조비용이 싸기 때문이다. 제조비용을 조금 더 들이면 쌀, 현미, 고구마, 호박 등 다른 재료로도 조청을 만들 수 있다. 단순히 단맛을 내기 위해 옥수수 전분으로 만드는 물엿과 달리 국내산 쌀 등으로 만든 전통 조청은 가격이 다소 비싸지만 단맛과 더불어 각종 효소와 생리활성물질을 포함하고 있다. ‘올리고’(oligo)의 뜻은 ‘소수의, 약간 많은’이라는 뜻이다. 탄수화물의 형태는 단당류, 이당류, 다당류 등으로 불리는데 이당류와 다당류 사이에 삼당류, 사당류, 오당류 식의 명칭을 일일이 붙이기는 어려우므로 이를 통틀어 올리고당이라고 하는 것이다. 올리고당이 몸에 좋은 이유는 무엇일까? 수없이 많은 올리고당 중 몸에 유익한 것은 이소말토올리고당, 프락토올리고당, 갈락토올리고당, 자일로올리고당 등이다. 이것들은 모두 사람 체내의 소화효소로 분해되지 않아 소장에서 흡수되지 않고 대장까지 도달한다. 대장에 사는 유익한 세균인 비피더스균의 먹이가 된다. 따라서 비피더스균이 활발하게 증식하고, 대장 건강도 좋아진다. 올리고당을 섭취하면 변비나 아토피가 개선되는 이유다. 그런데 건강식품회사가 판매하는 캡슐 형태의 기능성 올리고당은 수만원에서 수십만원 정도 하는 데 비해 대형마트에 가면 올리고당 1㎏당 약 2천원 정도의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사실 마트에서 파는 올리고당은 건강에 좋다는 인식을 이용한 일종의 상술적인 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아니다. 우리가 먹는 대부분의 채소나 과일에는 천연 올리고당이 들어 있다. 과민성 대장 증상이나 혈당을 철저히 신경 써야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평소 채소와 과일만 잘 먹어도 질 좋은 천연 올리고당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다.
신아가 참(眞)자연음식연구소 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