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구를 치는 어떤 사람인들 자기 스타일이 없겠습니까...?
아무리 평범해 보여도 따지고 보면 그 사람만의 스타일이라는 것은
반드시 있기 마련입니다.
그것이 좀 두드러진 것인가 아닌가의 차이일 뿐,
성격과 취향, 그리고 어떻게 공을 배웠느냐에 따라 열 이면 열사람이 다 다릅니다.
그렇다 해도 초구님의 공 치는 스타일은 확실히 남다른 데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특징은 구슬모아의 회원들이 익히 아시는 대로
내공(수구)이 끝공(제 2 목적구)에 맞을 때 거의 간신히 맞을 정도의
힘 밖에는 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게임을 하며 초구님의 공 굴러가는 것을 지켜보노라면
‘내 한 많은 인생, 저 느려 터진 공 굴러가는 거 기다리다가 늙는다 늙어....’
라고 한탄하기 십상입니다.
두 번째로는 면을 얇게 따는 공들을 선호합니다.
제각돌리기는 물론 뒤돌리기, 앞돌리기, 장더블 등의 공을 칠 때
거의 흔들나미 수준으로 첫공을 벗겨냅니다.
저는 초구님의 사생활은 잘 모릅니다.
그래서 왜 그렇게 줄곧 벗겨대는 지에 대해 설명할 길은 없습니다만
아무튼 첫공을 두껍게 맞추는 종류의 공들은 정히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선택을 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회전을 안 주거나 또는 최소화한 공들이 만들어 내는,
입이 딱 벌어질 정도로 어이없이 길게 떨어지는 궤적의 공들을 천연덕스럽게 쳐 냅니다.
초구님의 말로는 일단 키스의 위험이 현저히 줄어든다는 설명이지만
그것 이상의 취향 - 꼭 필요한 최소의 힘만 주고 치기에 어울리는-으로도 보였습니다.
(이 큐는 초구님의 애검 '필구' 는 아닙니다.
정모 경기를 위해 에이스님이 자신의 보검을 기꺼이 빌려드렸었다지요...?)
더블레일을 즐겨 선택하는 것도 빼 놓을 수 없는 특징입니다.
물론 그런 배치의 더블레일 공들은 핸디 20점 대의 고점자들의 경우
개인적인 취향이 아니더라도 손쉽게 성공시켜 내는 공들이긴 하지만
15~17 점대의 경기자들에게는 실패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아 망설이게 되는
다소 애매하거나 까다로운 위치의 더블레일을 서슴치 않고 선택하며
성공률이 대단히 높습니다.
의외로 두쿠션먼저치기(투뱅크샷)를 즐겨 선택하더군요.
이 경우 얇게 맞추며 밀고 들어와야 하는 종류야 약하게 쳐도 되니까 그렇다 치더라도
첫공에서 큰 각을 만들어 꺾어야 하는 종류는 다소 강한 샷을 구사하게 되는데
이때는 적절히 강한 스트로크로 각을 만들어 내는 면모도 보였습니다.
('초'자 들어가는 두 분)
핸디에 따라서는 경기력 이상으로 초구님을 까다로운 상대로 여길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항상 끝공 근처에 초구님의 공이 머물기 때문에 자신의 차례가 되었을 때
세쿠션먼저치기(쓰리뱅크샷)나 내공과 초구님 공이 근접해 있는 상황이 자주 벌어지는데
대회전, 또는 플러스 투에 의한 세쿠션먼저치기를 시도하느라 현기증을 일으키든지
난구풀이를 하느라 골머리를 썩기 일쑤입니다.
경기 예절도 인상 깊었습니다.
상대가 스트로크를 하려고 예비 동작에 들어갈 때
혹시라도 상대가 겨냥하는 첫공과 일직선상에 자신이 서게 되면
재빨리 그러나 조용히 옆으로 비켜서서 샷 하는 데에 방해가 되지 않게 하는 세심한 배려가 돋보였습니다.
테니스나 골프의 경우는 이미 상식이지만
당구 역시 예민한 감각의 변화가 결과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상대 경기자는 물론 관전자들도 예의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며
옆 테이블에서 경기하는 사람들에 대한 것도 살필 줄 알아야 할 것입니다.
물론 의도적으로 샷을 준비 중인 상대에게 말을 걸거나
바로 그 앞에서 쵸크를 방정맞게 칠한다든지 등의 행위로 견제를 하는 식의
비 매너가 양념삼아 애교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도 있을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당구는 경기자가 다른 요소 때문에 집중력을 흐트러뜨리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5월 정모 때 알록이님과 함께)
이 날 저는 초구님과 무려 열두 게임을 하였습니다.
매 게임 최선을 다해 경기하며
여기는 참 여러 취향의 경기자들을 다양하게 상대해 볼 수 있는 데다가
각각의 상대와 꼭 이기는 것만이 목적이 아닌, 자신만의 플레이에 최선을 다하는 상태에서
겨룰 수 있어 너무 좋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앞으로 또 어떤 특징의 분들과 경기를 하게 될까 하는 기대도
제겐 작지 않은 기쁨입니다.
(본인과의 경기에 대한 소감을 올려도 된다는 초구님의 양해를 얻은 글입니다.)
첫댓글 매스컴 타는 거 좋아하신다고 하며 뒷공까지 막 좋게 주셔서 제 딴에는 보답하느라 카페에 있는 사진을 좀 올렸는데....공개된 사진이지만 원치 않으시면 즉시 삭제하겠습니다.
이미 공개된것 어찌 하오리오. 넘 재미 있었고요,저의 당구에 대해 너무 많이 알아 버리신것 같아 벌거벗은 느낌입니다.언제 또 기약이 될런지...
바꾼 큐에 대한 감각을 좀 더 익히고 나면 저도 말랑말랑 하지는 않을 껀디요....(패배의 원인을 큐 탓으로 돌리고 싶어하는 치사함의 장작개비....ㅋㅋ)
그날의 열두경기..........를 전부 힐끔힐끔 관전한 운영자는 최대한 두사람의 경기를 방해하지 않으려고 애를 썼습니다................이기기 위한 경기가 아닌.....공을 통한 어떤 대화를 나누기 위해........두 사람이 사전 약속이라도 있었던듯이...............승부의 전체 결과도 아슬아슬했지만.........매경기마다 주거니 받거니 서로 승점을 줬다 뺏었다.....박빙이었습니다..........누가 이기고 지고는 별 의미가 없었지요???..............(아니죠....그래도 승부처에서는 득점을 위한 몸부림이 보이기도 했었죠)
쿨...님에게도 ......허락(통보)를 받았습니다......
글 쓰라는.....무언의.....노골적이면서 은근하지만....안쓰고 배갤 수 있겠냐는 압력....
그래서 썻슴다. 나름 제가 클럽에 보탬이 될 수 있다는 꿋꿋한 신념으루다가....
왕초구 사진 2:1 의 완벽함
크기님 다운 순발력....왕초구...ㅋㅋㅋ
허허 자작나무님 초구님에 대한 너무 좋은 면만 부각시키지 않았나 하는 느낌이 듭니다...무언의 압력이 가해졌는지는 모르지만...경기중 은근슬쩍 스키쉽을 유도하는 거북스러운 행위나..초이스를 하기전에 큐를 테이블에 넣다뺏다 하는 행위는 상대방을 농락하는 듯한 모습을 유발하기도 합니다...동남아식 스타일두 아니구..이거
동남아 스타일이 아니구요 .. 필리핀제도 에서 오다보니 폐쇄적인곳에서 자란 사람들의 특성이죠 ... 섬나라 이다 보니 ... 일본사람들도 좀 비슷하잖아요 ^^
좀 더 친해지면 충분히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힌트인 거죠...?
초구형 공 굴러가는거 보면..답답하죠.. 형 조금 쎄게 쳐요~~
맞아요..........스릉님같이 좀 시원시원하게 해 보세요......
아, 글쎄...스릉님의 닉네임 의미가 머냐구 물었드니, 당구를 하도 시원시원하게 쳐서 공이 테이블 위를 쓰릉쓰릉 굴러다닌다고 해서 스릉이 됐다구 누군가가 그러시드만....
맞습니다. 오죽허면 초구와 스릉중 누구공이 더 느믈거리냐 투표까지 했었습니다. 아무튼 초구와 3게임, 스릉과 3게임치면 하루 날샙니다....
제가 공을 하도 쎄게쳐서.. 공에서 쓰릉쓰릉~ 소리가 나죠~~
미치긋다. ㅜ.ㅜ
작문실력100%~~
글로라도 클럽 분위기에 일조하기로 했답니다....그냥 좋게 봐 주시기를.....
초구님은 저와 비슷한 스타일 이신것 같군요. 공이 니밀니밀 굴러다니다는 표현도 쓰더군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