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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pan data-ke-size="size18"><b>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b></span></p><p> </p><p><b>이원규</b></p><p> </p><p> </p><p> </p><p>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p><p>천왕봉 일출을 보러 오시라</p><p>삼대 째 내리 적선한 사람만 볼 수 있으니</p><p>아무나 오지 마시고</p><p>노고단 구름바다에 빠지려면</p><p>원추리 꽃무리에 흑심을 품지 않는</p><p>이슬의 눈으로 오시라</p><p>행여 반야봉 저녁노을을 품으려면</p><p>여인의 둔부를 스치는 유장한 바람으로 오고</p><p>피아골의 단풍을 만나려면</p><p>먼저 온몸이 달아오른 절정으로 오시라</p><p>굳이 지리산에 오려거든</p><p>불일폭포의 물 방망이를 맞으려</p><p>벌 받는 아이처럼 등짝 시퍼렇게 오고</p><p>벽소령의 눈시린 달빛을 받으려면</p><p>뼈마저 부스러지는 회한으로 오시라</p><p>그래도 지리산에 오려거든</p><p>세석평전의 철죽꽃 길을 따라</p><p>온몸 불사르는 혁명의 이름으로 오고</p><p>최후의 처녀림 칠선계곡에는</p><p>아무 죄도 없는 나무꾼으로만 오시라</p><p>진실로 지리산에 오려거든</p><p>섬진강 푸른 산 그림자 속으로</p><p>백사장의 모래알처럼 겸허하게 오고</p><p>연하봉의 벼랑과 고사목을 보려면</p><p>툭하면 자살을 꿈꾸는 이만 반성하러 오시라</p><p>그러나 굳이 지리산에 오고 싶다면</p><p>언제 어느 곳으로든 아무렇게나 오시라</p><p>그대는 나날이 변덕스럽지만</p><p>지리산은 변하면서도 언제나 첫마음이니</p><p>행여 견딜 만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p><p> </p><p> </p><p><span data-ke-size="size14">이원규</span></p><p><span data-ke-size="size14">1984년《월간문학》 1989년 《실천문학 》등단</span></p><p><span data-ke-size="size14">시집『달빛을 깨물다』『강물도 목이 마르다』외</span></p><p> </p><p> </p><p>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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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 이원규
홍성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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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01
23.03.27 22:36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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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이 변덕스런 여심까지 갖고 오시라 하니 올해는 지리산에 꼬옥 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