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오스크 앞의 노자(老子)
김정서
니 앞에 설락하믄 두 눈이 빛을 잃고
가심이 두근거려서 어만 데를 헛짚는다
아따, 거 착각 말랑께 좋아 그랑 거 아니여
징하게 배가 고파 밥 묵으러 갔는디
사람은 안 뱅이고 기계만 있드람시
여차로 뽀짝 다가가 손꾸락으로 찌새봤어
고놈의 인사는 성질 한 번 좋드라고 잉
내 속은 앙끗도 모르고 지 말만 해 쌌는디
수십 번 씨부렁대도 낯짝 하나 안 변하드마
복장이 터져서 밥도 못 묵고 나와 뿌렀어
손끝만 까딱하먼 오살 나게 팬하단디
밥 한 끼 팬히 못 묵는 염병할 세상인지
그래도 살겄다고 노친네들 틈싸구에서
쌩 고상해 배워 봐도 써묵을라믄 캄캄하고
워따매 다 땡개뿔고 자연으로 돌아가장께
일방통행
김정서
안개 속에 묻어둔 소양강 추억이
비를 맞고 서 있다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찾아서
혼자서는 쓸쓸해도
마주 보면 별빛이던 호수 위의 눈동자들
춘천에서 인제까지
뱃길 따라 청춘이 출렁인다
소양호를 돌아나가면 목마를 만날까
비를 밀어내어 구름 사이 뚫고 나오면
물길은 기분 좋아 휘어져 돌고
날아온 웃음이 시인의 마을에 닿을 때
바람이 음 낮춰 한 소절 뽑는다
청춘, 물빛 같은 그 느낌은
고단한 길 가다가 힘 부칠 때
가만히 눈 감고 꺼내 보는 것
이제는 바람도 떠나고
목마의 흔적도 없는 빗속을
청춘은 편도 표만 쥐고 서성이고 있다
*김정서: 창원대학교 교육학 석사, 전문상담사, 숲 해설가
가평문예대힉 시창작반 시를 뿌리다 시문학회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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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원고 검수방
키오스크 앞의 노자(老子)외/김정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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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4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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