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
이성칠
해님 따라 돌다가
모두 잠든 밤
달님 따라 졸고 있다
무서운 구름 밀려온
비 오는 날
얼굴 들기 겁이나
세수하고 있다
예쁘게 보여주고 싶어
찰나의 예술
사진기 닮은 태양 떴다
여기 번쩍 저기 번쩍
불빛 따라
돌고 돈다
행운의 황금둥이들 환하다
선비촌 공맹 가라사대
이성칠
이 나라 선비 아닌데
어제 오늘 사람 아니니
얼굴과 목소리마저 모르네
먼 먼 날 너무나 먼 곳으로부터
낯선 두 분 토해낸 말씨 싹 틔웠다
논어 맹자 설하고
온몸으로 실천하니
나고 들고 된 선비들 모였네
공자왈 학이시습지하고 군자호
맹모 삼천지교 남았다
외워라 마라 하진 않아
글 하는 사람들 사는 곳엔
선비들 떠난 먹 내음만 흐르네
공맹께선 자리했는데
구도자의 상징 상투는 잘리고
입 바랜 청춘들 손발마저 분답다
아내의 늙은 밥상
이성칠
내 입속으로 걸어온
미끈거리는 자연의 맛이다
먼먼 날 수박껍질과 함께 던져준 월사금 돼지
냠냠 쩝쩝 맛있게 먹는다
군침마저 돌았던 쇠비름
아버지의 어머니 손끝에서
참기름 묻혀나온 특별식이다
참비름보다 더 끈질긴
주인 바뀐 텃밭에
어김없이 고개 든다.
오백 년 조상들이 넘겨준 옛 맛
어버이로부터 변함없이 넘겨받는다
또다시 버무려진
늙은 밥상 낯설지 않다
[프로필]
이성칠 李性七(호 書優堂•德巖, 법명 宣月)
구미(1960), 시인(월간국보문학신인상, 2022.6.), 행정학박사
(사)한국국보문인협회 정회원
월간 국보문학 詩분과 부회장
동인문집 내 마음의 숲 편집국장(2023 가을호)
차문학상, 기행문학대상, 홍조근정훈장(지방부이사관)
구미문화원 이사, 경운대 외래교수, 전)구미시 실․국장
전자 명장들의 인문학 공부(2024) 저서, 논문, 기고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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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를 지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주말 잘 보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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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번 시; 선비들 떠난 체취만 남았네 => 선비들 떠난 먹 내음만 흐르네
3)번 시; 학자금 => 월사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