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 떠나간 진영역을 추억한다
내 사랑 떠나간 진영역을 추억한다
소리도 흔적을 남긴다. 붉은 녹을 토해내며,
돌아오지 않는 기적이 침묵의 문을 열고 있다
기차는 맨몸으로 떠났고, 숨소리가 들리지 않는 곳에서는
아무도 길을 묻지 않는다
역무원이 마지막 빗장을 걸어놓고 떠난 빈집,
기다림은 또 다른 기다림을 낳고 있다
역전공터, 무료한 시간을 달래는 동네 노인네들 잡담위로
외눈박이 불빛이 잠깐의 시간처럼 스쳐 갔을 뿐…
만남과 이별이 교차하는 공간 기차역
흔히 영화 속에서 반가운 재회, 눈물의 이별 등 극적인 순간들이
명장면으로 탄생되는 곳이었다
<카사블랑카>의 두 주인공도 모두 기차역에서 가슴 시린 이별을
맞이 해야 했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이렇듯 추억과 향수가 안개처럼 펼쳐지는 아련한 공간인 동시에
치열한 삶의 희망을 개척한 서민들의 발이 되기도 하였다
누군가 떠나고 찾아 오는 연속이 서서히 오버랩 되고 교차되는
우리의 인생과 닮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진영역!
진영역은 그렇게 조용히 떠나갔다, 진영 사람들을 내려 놓고…
봄이면 목련이 칙칙폭폭 터지며 벚꽃은 만발한다
목련이 모가지 채 떨어지고 벚꽃이 젖은 바닥에 몸을 부벼도 슬프지 않았던 역,
삼량진과 마산을 오가는 경전선 복철이 완성되면서 105년의 역사를 마감하고
인근 설창리 새 역사로 이전을 하여 KTX 정차역으로 변신하였다
1905년 5월13일 영업을 시작하여 지난 12월 15일 운행중단, 105년간 숨가쁘게
달려온 역사를 마감하게 된 것이다
경부선 삼량진역에서 17.6km 떨어져 진해선 새마을호, 서울 새마을호 등
경전선 열차가 정차 하던 곳으로 인근에는 덕산역과 한림정역을 두고 있지만
이제는 쓸모 없는 낮달과 같이 시름시름 늙어 갈 것이다
주민들은 한 때 없어지는 진영역을 노무현역으로 변경해 달라는 현수막도
붙이기도 하면서 문화공간이나 지역의 명물로 재 탄생 되기를 희망 하였다.
한편 김해시에서도 ktx 역과 연계를 해서 관광상품 개발과 철도 테마공원 등
장기적인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그러나 구진영역의 역사 건물과 선로, 승강장
설치 시설물 등의 소유가 한국철도공사와 철도시설관리공단의 두 소유로 되어
있기 때문에 추진의 어려움이 따른다고 말하고 있다.
내 사랑이 떠나간 진영역을 추억한다
이제 돌아 올 수는 없다. 떠나간 것에 손을 흔들고 돌아설 수밖에
손택수시인의 목련전차가 생각난다
전차 구경 와서 아주 뿌리를 내렸다는 어머니, 아버지.
나무 어딘가에 숨은 전동기가 보일지 모른다는………..
기차는 사라졌어도, 사라지지 않는 목련이 한량 두량 떠나간다
바람이 진영역 창문을 열고 한없이 손을 흔들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