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 마케팅 전략과 기업의 손익구조
2011년 5월 16일 오전 서울 남대문로 SK브로드밴드노조 사무실에서 매일노동뉴스와 노조 위원장의 인터뷰가 있었다고 한다. 이 인터뷰에서 올 해 43살의 이성태 노조 위원장은 “ 한국 통신시장이 발전하려면 혼탁해진 출혈 경쟁을 규제해야 한다”며 “정부가 강력한 클린 마케팅 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고객 유치를 위한) 마케팅 비용이 점점 올라가다 보니 손익구조가 악화되고 있다”며 “연구개발비와 신규시장 창출, 신규인력 채용 같은 일자리 창출에 쓰여야 할 비용이 제대로 지출되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강력한 클린 마케팅 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클린 마케팅 정책은 과도한 사은품·텔레마케팅 등으로 고객영업을 하는 대신 속도와 품질 경쟁력을 기반으로 고객을 유치하는 것을 말한다. “통신사들끼리 제 살 깎기 식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시장은 혼탁해지고 있고요. 유·무선 시장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유무선 통신시장 현금 사은품 중간딜러 수수료에 소비자만 피해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 메이저 사업자는 크게 KT·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등 3곳이다. 포화상태에 이른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 통신사들은 고객을 늘리기 위해 현금사은품을 미끼로 ‘고객 빼앗아 오기’ 영업 전략을 쓰고 있는 상황이다. 중간 딜러들은 가입자 정보를 갖고 있다가 일정 시간이 되면 고객들에게 ‘바꿔 타기’를 유도하기도 한다. “현금 사은품이 소비자에게는 당근이 될 수도 있지만 회사가 몰락하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갈 수도 있습니다. 중간 딜러들에게 들어가는 수수료도 결국 요금에 반영되는 것이고요.”
방통위가 근본적으로 통신요금 인하하려면
이 위원장은 “정부에서 얘기하는 통신비 인하 정책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라도 클린 마케팅 정책이 기반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SK브로드밴드 가입자는 400만명입니다. 품질과 고객서비스만 잘 유지해도 순익구조로 돌아갈 수 있어요. 그런데도 경영권을 가진 SK텔레콤 쪽에서 가입자를 늘리는 정책을 고수하다 보니 마케팅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상황입니다. 적자가 지속될 수밖에 없죠.” 이 위원장은 “무리한 순증가입 전략보다 내실을 강화하자고 경영진에 수차례 제안했다”고 말했다.
유선 인터넷 대표 사업자 SK 브로드밴드 전체 지출 중 인건비는 6%
지난해 노조는 노동자 255명이 희망퇴직 등으로 구조조정되면서 힘든 시기를 보냈다. 당시 수석부위원장이었던 이 위원장은 “선거를 통해 조합원들이 투쟁이라는 부분을 인정해 줬지만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다”며 “반면교사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공약도 역시 고용안정이다. 2005년에도 구조조정이 있었기 때문에 이 위원장은 “2003년 노조가 태동한 다음 계속 줄타기를 해 왔다”고 표현했다.
“ SK브로드밴드 전체 지출의 30~40%가 마케팅 비용인 반면 인건비는 6% 정도에 불과하다”며 “그런 상황에서 경영진은 여전히 재무적인 경영 상태를 호전하는 방안으로 인건비 절감을 가장 먼저 시행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 위원장은 올해 선출된 한국노총 집행부에게 “현장의 목소리를 많이 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타임오프 제도가 시행되면서 한국노총 내부에서는 소규모 사업장이 엄청난 타격을 받았다”며 “현장 목소리를 담아 노조법 재개정을 성사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2000년 하나로텔레콤에 입사해 노조 부위원장·수석부위원장을 지냈다. 이어 지난해 12월 경선으로 치러진 임원선거에서 이석표 사무처장과 동반 출마해 당선됐다. 전체 조합원 1천156명 중 976명(투표율 84.4%)이 투표에 참여해 556명(57%)의 지지를 얻었다. 상대 후보조는 42%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임기는 2014년 1월까지다. 한편 SK브로드밴드는 SK텔레콤에 인수된 2008년 227억원의 영업적자를 시작으로 2009년과 2010년 1분기까지 영업손실을 냈다. 마케팅 출혈 경쟁으로 악화된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가장 쉬운 방법으로 인력 구조조정을 택하고 있는 것이다.
통신 기업에 날아든 대규모 인원 감축과 구조조정
지난 2010년 7월 SK브로드밴드는 20% 인원 감원을 밝혔으나 그 외에도 네트워크 운영 등 대부분의 사업을 아웃소싱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업계 경쟁 회사인 LG유플러스(옛 LG텔레콤)도 구조조정설이 서서히 진행되고 있다. 이상철 부회장은 LG유플러스 합병 이후 대대적인 조직개편이나 구조조정은 없다고 주장했지만 작년 기준으로 약 5000명에 이르는 직원 중 최대 1000명 가량이 감축 대상에 포함되어 있다는 소문이 자자하다.
좋은 서비스가 아니라 직원과 소비자 피해만 늘어나는 마케팅 전략
초고속인터넷 가입을 홍보하는 광고를 보면 현금 ○○만원 지급이라는 문구를 흔히 볼 수 있다. 초고속 인터넷 가입을 조건으로 제공하는 현금 그리고 결합 상품 구매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가입 경품은 보통 40만원에서 많게는 60만원까지 이르고 있다. 과다한 마케팅 비용은 통신사들의 재무구조를 악화시키는 주요 원인이 된다. 이러한 악성 구조는 결국 소비자 피해로 돌아오게 된다. 결국 번호 이동과 갈아타기 등은 기업과 직원 소비자 모두에게 피해만 끼치는 이상한 시장 구조가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하고 있고 여기에서 주무부처인 방통위는 이를 해결할 의지를 가지고 있지 않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연 한국 정보통신의 세계적인 경쟁력 구축이 가능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