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의 랩소디 17
희철은 낙엽을 털고 일어서며 말했다.
"우리 마트까지 걸어갈까?"
앉아 있는 희서의 손을 이끌고 낙엽길을 거닐었다.
거닐때마다 사각거리는 낙엽소리가 감미롭게 울려 퍼졌다.
마트는 세일기간이라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희서는 미리 메모해온 종이를 꺼내들고 확인을 했다.
희철은 희서가 들고 있는 메모지를 빼앗으며 말했다.
"오늘은 다 나한테 맡겨!"
쇼핑카트를 끌며 냉동식품 코너로 향했다.
"내가 떡볶이는 아주 맛있게 잘 하거든!"
희철은 떡봉지를 여기저기 살피며 말했다.
희서는 그런 희철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내가 무슨 연예인인둘 알겠다!"
"나 멋있어?"
떡봉지를 들고는 웃으면서 카메라를 바라보았다.
희서는 사진작가가 된 기분이었다.
희철은 옆에 있는 어묵을 집어들면서 손가락으로 브이자를 해보였다.
광고사진을 찍는줄 알았던지 사람들은 모여들기 시작했다.
갑작스런 인파에 놀란 희서는 카메라를 숨기며 도망가 버렸다.
희철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하며 희서를 따라갔다.
간신히 피한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보며 미소를 지었다.
앞에 삼겹살 시식코너가 눈에 띄었다.
삼겹살을 유난히 좋아하는 희철은 제일 먼저 달려가 고기 한저을 집어들었다.
눈을 감은채 맛을 음미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희서는 그런 희철의 모습이 마냥 어린아이처럼 보였다.
고기 한점을 집어 희서의 입속에 넣어 주었다.
오랜만에 맛보는 고기맛에 희서는 씹지도 않고 삼켜버렸다.
너무 뜨거운걸 삼켜버려 목구멍이 데이고 말았다.
희서는 눈물이 찔끔 나오려고 했다.
희철은 놀라 희서의 등을 쓰다듬어 주었다.
고기를 파는 직원의 눈총이 따갑게 느껴졌다.
하는수 없이 삼겹살을 사야하는 분위기였다.
"한근에 얼마예요?"
희철이 간신히 입을 떼자 직원이 째려보며 말했다.
"만원인데요!"
희철은 차마 달라는 소리를 할 수가 없었다.
"이거..반근만 주시면 안될까요?"
직원은 투덜거리며 저울에 고기를 달아 봉지에 담아 건넸다.
히철은 봉지를 잽싸게 받아들고 자리를 피했다.
희서는 데인 목을 달래기라도 하듯이 냉면 시식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희철이 다가오자 기다렸다는듯 냉면 한컵을 건넸다.
'맛있지?"
희서는 입안 가득 냉면을 머금안채 희철에게 물었다.
희철은 직원의 눈치가 보여 간신히 맛만 보았다.
냉면 먹기에 정신이 없는 희서의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얼른 가자!눈치 보인다!"
희서는 먹다 만 냉면에서 눈을 떼지못했다.
입안 가득 군침만 흘린채 희철을 따라다녀야 했다.
그런 희서의 모습이 창피하기보다는 가슴이 아파왔다.
능력없는 자신으로 인해 점점 더 초라해지는 희서의 모습이 마음에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