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생가를 다녀와서
무더운 여름 어느 날, 그 날은 음성에 살고 있는 한 친구하고 만나기로 한 날이었다. 초복, 중복도 지났는데 찜통 같은 이 열기는 식을 줄 모른다. 때 마침 음성을 도착하니 음성 장날 이었다. 찌는 듯한 날씨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노점 상인들이 제각기 진열한 물건들은 주인 오기를 기다리면서 늘어진 하품을 하고 있는 모양새로 나란히 앉아 있었다. 그 줄지어 있는 모양새가 각각의 천태만상의 여러 모습이다.
때마침 옆에 있던 친구는 문득 그런 말을 했다. 날씬한 여자들은 모두 지구에서 사라졌으면 좋겠단다. 통통한 내 친구는 장을 보러 나온 날씬한 여인네들을 보며 볼멘소리를 했다. ‘흐흐, 네 말이 걸작이구나.’ 나는 입이 아프도록 배를 잡고 웃었다. 점심이 되니 시장기가 슬슬 생겼다. 그래서 우리는 반기문 생가 방향으로 갔다.영양가 있는 보양식을 한 그릇씩하고 우리는 행치마을 반기문 총장 생가에 들어섰다. 흙집으로 지어진 초가삼간 앞으로 사립문이 우리를 맞아주고 있었다. 툇마루에 멍석이 두루마리로 척 걸쳐 있었고, 사용했던 곡식 되는 말 됫박도 있었다. 총장님이 태어난 문간방은 다소곳하게 닫혀 있었고 바람에 살랑 불면 문고리가 소리를 내었다. 반기문 총장님의 생가는 인자한 미소로 우리를 반겼다. 조용한 그 생가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세계 평화에 앞장서시는 유엔사무총장이 태어난 생가 그 옛날 모습을 그대로 보존한 자택에선 온화한 기품이 보이는 듯 하다.
‘세계를 품으시는 태산이여
청풍명월 복된 땅, 그늘 재 품어 보덕산 모태에서
찬란한 서광 뿜어 올라, 오대양 육대주를 아우르는 세계의 영봉 우뚝 섰네.
어렸을 적 품은 뜻 외교관에 심어놓고 곧은 신념 꾸준히 노력 한길로 가시더니
일백 아흔 나라 사랑으로 품으시는 태산이 되셨어라.
남다른 승조 일념 만인의 본보기요. 변함없는 고향 사랑 축복의 근원 일세.
인자한 그 미소 국제분쟁 평정하고 청백한 그 인품 세계평화 꽃 피우리.
장하고 장하여라. 중원의 말갈기 세차 던 백의민족,
광주 반씨 문헌 공 20손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겨레의 이름으로 빛나니 웅비의 나래 펴고 유구한 새 역사에 길이길이 빛나소서.
2007년 6월 녹음절에. 광주 반씨 19세손. 수필가 반숙자.‘
수필가 반숙자 선생님의 시를 읽으며 깊은 뜻을 새겨보았다. 나는 한동안 그 자리에서 뜰 수가 없었다. 대한민국 최초로 유엔 사무총장이 되신 지금의 이분을 옛날의 우리는 과연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한국은 1950년대 민족의 슬픔인 한국전쟁을 겪고 모든 국민이 피폐해진 강산을 부여잡고 울었다. 세계의 그 누구도 한국이 50년 이후라도 다시는 빛을 볼 날이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러나 현재는 어떠한가? 세계 10위권안의 경제대국이자 이제 서양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한국인으로서 최초로 세계대통령이라 할 수 있는 유엔 사무총장까지 배출하였다. 나는 반숙자 선생님의 시를 읽으며 이 가슴벅참을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1944년 음성군 원남면 행치마을에서 태어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님은 부드러움과 강인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외교부에서도 반총장님은 큰소리를 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신 분이다. 외무부에 들어가 사십 여 년 동안 외교관의 길을 걸어 오시면서 외유내강의 모습을 몸소 보여주시며 동기들과 후임들과 국민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셨다.
지난 2011년 6월 20일, 유엔총회에서 만장일치로 5년 연임이 확정되어 2016년까지 유엔을 이끌어가시게 되었다. 지난 5년간 칠레의 아이티의 지진 복구지원, 코티디부아르 내전 해결에 큰 기여를 했고 ‘아랍의 봄’으로 불리는 중동 북아프리카 사태에 적극적으로 시위대 편에 서서 국제사회 여론을 선도하면서 강력한 리더쉽으로 앞장섰다. 또한 기후변화, 여성, 아동인권 문제 등을 유엔의 최우선 과제로 이끌어 가셨고, 유엔 개혁을 통한 투명성과 효율성 제고에 큰 기여를 하시기도 했다.
대한민국과 더 나아가 세계의 자랑이 되신 유엔사무총장님이 탄생하신 이 곳, 음성이 나는 매우 자랑스럽고 사람들에게 늘 소개할 만큼 자부심이 넘친다. 유엔 사무총장이 되셨지만 늘 겸손하신 그분의 성품처럼 만큼이나 잔잔한 행치마을의 연못위에는 세계의 평화를 기원하는 유엔 마크와 은은한 빛깔의 연꽃 봉우리는 반기문 사무총장의 사려 깊은 배려를 보여주는 듯 평온한 풍경을 나는 잊지 못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