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빵과 함께 아름다움이 필요하다
- John Muir 존 뮤어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와타나베 이타루/더숲
2002년 한일 월드컵의 뜨거운 열정이 끝나고도 여운이 남아있던 해에, 빵과의 인연을 시작한 이타루. 삶에 대해서 고민하는 이타루. 젊은 청춘시절 고민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사회 구조 속에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고 싶어 하는 이타루. 비리와 부정과 부패에 아직 눈감지 않는 이타루. 만약 그가 그 시절 결혼하고 아기가 있는 아버지였다면 어땠을까? 그때 이타루가 젊은 청춘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까?
“자연계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은 시간과 함께 모습을 바꾸고, 언젠가는 흙으로 돌아간다. 발효와 부패를 통해서다. 넓은 의미에서 보면 발효도 부패에 포함되며, 이 두 가지 모두 미생물에 의한 유기물의 분해현상이지만, 인간에게 유용한 경우에는 발효라고 하고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부패라고 부른다. 발효와 부패는 모두 자연계에 존재하는 물질이 균의 작용을 통해 자연 속으로 편입되는 과정이다.” ~본문 79쪽
부패와 발효에 대한 자연적이면서도 철학적으로 접근하는 관점이 참 좋다.
“우리 시골빵집은 단순함을 지향한다. 만드는 자에게는 직업으로써, 소비하는 자에게는 먹거리로써의 풍성한 즐거움을 지키고 키워가기. 그러기 위해 비효율적일지언정 더 많은 정성으로 한 번이라도 더 많은 손길을 거쳐서 공 들인 빵을 만들고, 이윤과 결별하기. 그것이 부패하지 않는 돈을 탄생시킨 자본주의 경제의 모순을 극복하는 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 본문 84쪽
“이윤을 내지 않겠다는 것은 그 누구도 착취하지 않겠다는 의미, 즉 그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지 않겠다는 의미다. 우리는 종업원, 생산자, 자연, 소비자 그 누구도 착취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돈을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 올바르게 쓰고, 상품을 정당하게 비싼 가격에 팔 것이다. 착취 없는 경영이야말로 돈이 새끼를 치지 않는 부패하는 경제를 만들 수 있다.”~본문 196쪽
굉장히 이상적인 꿈인 것 같지만, 그 꿈을 실천하고 있는 이타루. 그의 삶의 방식에 박수를 보낸다.
편리하고 빠르고 겉모습이 화려한 것을 좋아하고 찾는 요즘의 세태에, 이타루와 같은 철학을 가지고 빵집을 운영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하기에 더욱 아름다운 일이다. 불편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고, 느리면서 겉모습은 수수하기 짝이 없는 빵을 만들면서도 Karl Marx의 자본론을 생각하며 생각이 깃든 빵을 만들고 있는 이타루와 마리에게 박수를 보낸다.
“자본주의는 모순으로 가득 차 있다. 부패하지 않는 돈이 자본주의의 모순을 낳는 주범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돈과 경제를 부패하게 만들어버리면 어떨까? 이것이야말로 발효의 힘을 빌려 발효와 부패 사이에서 빵을 만드는 나에게 딱 맞아떨어지는 발상이었다.”~ 본문 83쪽
굉장히 독특하면서도 재밌는 발상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부패하지 않는 것이 정말 돈 뿐일까? 그 돈을 이겨낼 만한 무엇이 과연 자본주의 사회속에서 존재할까? 고민해볼 문제다. 이타루는 그 고민을 빵집에서 실천중이다.
2014년에 초판 발행 당시에 빵집을 개업한지 5년이 되었다고 했는데, 현재는 돗토리현으로 이사 폐교를 얻어서 카페와 빵집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유지하고 더욱 더 선한 영향력으로 지역의 소상인을 살리고, 자연을 살리고, 결국엔 인간에 도움이 되는 생각이 깃든 빵을 굽는 다루마리로 남아 있어 주기를 희망한다.
한국의 막걸리를 만드는 누룩균, 막걸리 한 병을 만들 때마다 그 로얄티를 일본에 내고 있었다니,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다양한 각도에서 자본론을 접근하는 방식과, 자신의 삶에 영향을 끼친 이야기를 편안하게 풀어놓은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주종 빵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일러스트와 함께 간단하게 소개하는 글로 시작하는 부분은, 자칫 딱딱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책제목을 심각하지 않게 느끼게 해 준다.
자연주의자이면서 환경운동가인 존 뮤어는 말한다. 누구에게나 빵과 함께 아름다움이 필요하다고. 빵이 생명을 유지시켜주는 것이라면, 아름다움은 그 빵을 위해 무언가를 하게 하는 힘을 키워주고 유지시켜주는 원동력이 될 만한 것일 게다. 이타루에게 있어서 빵은 생명인 동시에 아름다움이 되기에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첫댓글
부지런한 명심씨! ^^
시간이 안되어 발표못하셨군요...
나중에 천천히 읽을께요...좀 바쁘넹 ㅋㅋ
오늘 읽고 갑니다...^^
다양한 방법으로 책을 소화하시는 명심언니~~
전 마무리를 못했는데~~
늘 배웁니다 명심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