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운 책 2012
지난한해 우리가 놓친 숨은 명저 50권
안병진(경희사이버대 미국학과 교수,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 소장) 외
보르헤스라는 아르헨티나 출신의 문호가 있다. 그는 하버드에서 ‘불교’를 주제로 물경 150차례나 특강을 했다. 그의 별명이 20세기의 창조자라고 한다. 그의 영향력이 어떠한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의 소설 중에는 <알레프>라는 작품이 있다. 하나의 작은 구슬 속에 모든 만물이 들어가 있다. 이 장면은 다시 영화 <맨인블랙>에서 등장한다. 우주가 작은 유리구슬 속에 담겨진 장면은 인상적이다. 한 해 4만종의 책이 출간된다. 일본이 7만종, 미국이 17만종이다. 인구비례를 따지면 우리가 이들보다 앞선다. 그러나 출판계는 울상이다. 베스트셀러의 실상을 보면 그 내밀한 상황을 알 수 있다. 사재기로 이룬 거짓된 베스트셀러를 만들어내는 우울한 출판계의 단상이 그렇다. 책은 보르헤스의 알레프에 나오는 구슬처럼 우리들을 담고 있다. 왜곡된 시장질서도 우리의 모습이고 우리의 수준이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어쩌면 명확하다. 이러한 틀어짐을 되돌리는 것이다. 그러한 되돌림을 위한 ‘주제와 변주’에 해당하는 책이 바로 <아까운 책 2012>다.
여기 담겨진 책들은 주옥같다는 말이 어울리는 책들이 많다. 물론 모두에게 동의될 수는 없지만 대체로 그렇다.
다음 책을 보고 자신이 읽은 책에 로 표시하시오.
□ 책 제목 / 저자 / 출판사 / 추천인
□ 책의 우주 / 움베르토 에코, 장클로드 카리에르 / 열린책들 / 강경식
□ 윤휴와 침묵의 제국 / 이덕일 / 다산초당 / 김기태
□ 아렌트 / 홍원표 / 한길사 / 김선욱
□ 땅, 물, 불, 바람과 얼음의 여행자 / 제이 그리피스 / 알마 / 목수정
□ 책의 미래 / 로버트 단튼 / 교보문고 / 백원근
□ 속도에서 깊이로 / 윌리엄 파워스 / 21세기북스 / 안상헌
□ 이슬람의 눈으로 본 세계사 / 타밈 안사리 / 뿌리와이파리 / 이희수
□ 로지코믹스 / 아포스톨로스 독시아디스, 크리스토스 H. 파파디미크리우스 / 랜덤하우스코리아 / 정혜윤
□ 몸에 갇힌 사람들 / 수지 오바크 / 창비 / 정희진
□ 종이책 읽기를 권함 / 김무곤 / 더숲 / 홍순철
□ 미국에서 태어난 게 잘못이야 / 토마스 게이건 / 부키 / 강인규
□ 삼성이 버린 또 하나의 가족 / 희정 / 아카이브 / 곽정수
□ 검은 혁명가 맬컴 엑스 / 앤드류 헬퍼, 랜디 듀버크 / 서해문집 / 김낙호
□ 콘크리트 유토피아 / 박해천 / 자음과 모음 / 김남시
□ 군대를 버린 나라 / 아다치 리키야 / 검둥소 / 김이경
□ 캠퍼스 밖으로 나온 사회과학 / 김윤태 / 휴머니스트 / 류대성
□ 커넥팅 / 데이비드 건틀릿 / 삼천리 / 박홍규
□ 나의 이스마엘 / 다니엘 퀸 / 평사리 / 이수종
□ 나는 사회주의자다 / 고토큐 슈스이 / 교양인 / 장동석
□ 청년이여, 마르크스를 읽자 / 우치다 타치루, 이시카와 야스히로 / 갈라파고스 / 정여울
□ 교육 불가능의 시대 / 이계삼 외 / 교육공동체벗 / 한기호
□ 한국 경제의 미필적 고의 / 정대영 / 한울 / 김대호
□ 돈사용설명서 / 비키로빈, 조 도밍후에즈, 모니크 틸포드 / 도솔 / 김은섭
□ 매크로 위키노믹스 / 돈 탭스코트, 앤서니 윌리엄스 / 21세기북스 / 안병진
□ 자본주의 새판짜기 / 대니 로드릭 / 21세기북스 / 이덕재
□ 굿 워크 / E. F. 슈마허 / 느린걸음 / 장성익
□ 댄 애리얼리 경제 심리학 / 청림출판 / 제윤경
□ GDP는 틀렸다 / 조지프 스티글리츠, 아마르티아 센, 장 폴 피투시 / 동녘 / 홍기빈
□ 생년월일 / 이장욱 / 창비 / 강경석
□ SF 명예의 전당 4 : 거기 누구냐? / 존 W. 캠벨, 레스터 델 레이, 테오도어 스터전, H. G. 웰스, 잭 윌리엄스 / 오멜라스 / 김민식
□ 불야성 / 하세 세이슈 / 북홀릭 / 김봉석
□ 백석 평전 / 김영진 / 미다스북스 / 김애리
□ 매그레 시리즈 / 조르주 심농 / 열린책들 / 듀나
□ 은근 리얼 버라이어티 강남소녀 / 김류미 / 텍스트 / 변정수
□ 우리 이웃 이야기 / 필리파 피어스 / 논장 / 강무홍
□ 별난 양반 이선달 표류기 / 김기정 / 웅진주니어 / 김민령
□ 신간 밖으로 달리다 / 마거릿 피터슨 해딕스 / 보물창고 / 김선희
□ 뒷집 준범이 / 이혜란 / 보림 / 서정숙
□ 시민과학 / 앨런 어윈 / 당대 / 강양구
□ 바빌로프 / 피터 프링글 / 아카이브 / 김명남
□ 가운을 벗자 / 임재준 / 일조각 / 예병일
□ 법정에 선 과학 / 쉴라 제서너프 / 동아시아 / 이은희
□ 통증 연대기 / 멜러니 선스크럼 / 에이도스 / 이정모
□ 채소의 진실 / 가와나 히데오 / 청림Life / 임승수
□ 나의 서양음악 순례기 / 서경식 / 창비 / 김갑수
□ 조지 헤리슨 / 고영탁 / 오픈하우스 / 김고금평
□ 커피, 어디까지 가봤니? / 조혜선 / 황소자리 / 김민주
□ 걸작의 뒷모습 / 세라 손튼 / 세미콜론 / 반이정
□ 음식인문학 / 주영하 / 휴머니스트 / 이기중
□ 보이지 않는 용 / 데이브 히키 / 마음산책 / 이진숙
위 책 중에서 여러분이 읽은 책이 5권이 넘는다면 당신은 대단한 안목을 지닌 독자이십니다. 단 한권만이라도 읽었더라도 실망하지 마십시오. 이 책들은 베스트셀러도 아니고 대중적으로 알려진 책들도 아닙니다. 다만 좋은 책들입니다. <지난 10년 아까운 책 2010>이 나오고 이 책이 나왔고 어제 저는 <아까운 책 2013>을 새로 구입했습니다. 그 내용은 다음번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다음은 이 책에서 제가 나름대로 고른 구절들입니다.
18p. 카리에르 “걸작은 걸작으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걸작으로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또한 위대한 작품들은 독자인 우리를 통하여 서로 간에 영향을 준다는 점도 덧붙여야하겠지요.”
40p. 한국은 ‘야성이 거세된 사회’였다. 사람들은 테크놀로지와 사이버 세상에 스스로를 가두고, 소비의 욕망으로 다른 모든 욕망을 대체시키며, 빛나는 청춘은 ‘스펙 쌓기’에 바친 그야말로 시들어 가고 있었다.
57p. 총알이 오가지는 않지만 온갖 디지털 기술로 얼룩진 우리의 일상이 전쟁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사무실 안이나 밖이나 할 것 없이 늘 디지털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있고, 그래야만 안전하다고 느낀다.
76p. 누구에게나 언제나 절대적으로 옳은 답은 없다면, 저마다 최선을 다해서 대답할 수밖에 없다면, 우리는 무엇에 의지해서 판단하고 대답할 수 있을까? 잘 모르겠으니 포기하고 은둔에 들어가거나 대세를 따라야 할까? 어떤 입장도 갖지 말아야 할까? 결국 이성이 필요하다. 여기서 이성이란 무엇일까? 옳은 방향을 지시하는 나침반인가? 내 상각은 이렇다. 그것이 나침반이라면 떨리는 나침반일 것이다. 세계가 어두우면 어두울수록 그 나침반은 심하게 떨릴 것이다.
113p. 삼성은 전 세계 최악의 악덕 기업에게 수여하는 ‘공공의 눈 상(Public Eye Awards)’에서 2012년도 3위로 선정되었다. 그린피스가 환경을 심각하게 파괴하고 인권을 유린하는 기업에 매년 수여하는 불명예스러운 상으로 스위스 다보스에서 세계경제포럼이 실시되는 시기에 맞춰 발표된다. 선정 이유는 역시 백혈병 사건이다.
185p. 대한민국의 학교는 중환자실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환자와 같은 존재라 한두 가지 처방만으로는 결코 살릴 수 없다고 진단한다. 그래서 그는 중고등학교 무학년 학점제, 학급당 학생 수 20명 이하로 감축, 교육과 사무행정의 분리, 교장자격증제 폐지, 특목고 자사고 폐지와 고교평준화 확대, 교과서 자유 발행 제도 및 교과서 자유 선택 제도 등을 골자로 한 처방 ‘교육 정책 BIG 6’를 긴급하게 내놓았다.
200p. 우리 사회를 살고 싶지 않고(최악의 자살률), 낳고 싶지 않고(최악의 출산율)로 만든 ‘미필적 고의’에 가까운 경제 금융 정책들을 담담하지만 준엄하게 고발하는 이 책을 읽다 보면, 진보와 보수를 초월하여 우리 정치권 전반의 경제 금융에 대한 무지가 얼마나 크나큰 죄악인지 절감한다.
205p. 남의 말만 듣고 피땀 어린 돈을 쏟아부었다가 ‘상투 잡은’ 개미 투자자, 주택 담보 대출 이자만 잔뜩 짊어진 하우스 푸어(house poor)는 요즘 한마디로 미칠 지경이다. 저성장과 디레버리징(deleveraging, 부채 축소) 시대가 온 줄도 모르고 빚을 내서 덜컥 투자했다가 하루에도 수백만 원씩 자산 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목격하고 있으니 웃어도 웃는 게 아니고 살아도 사는 게 아니다.
217p. 이제 새로이 깨어나는 거인들인 넷세대는 단지 <88만원 세대>(레디앙, 2007)를 통해 분노를 표출하거나 <아프니까 청춘이다>(쌤앤파커스, 2010)를 통해 위로받는 데 멈추어서는 안 된다. 더 나아가 자신들의 메니페스토인 이 책을 집어 들어야 한다. 만약 마르크스가 다시 태어난다면, 페이스북의 공동 창업자 크리스 휴스와 함께 유튜브 동영상에 등장해 이 책을 들고 이렇게 외칠 것이 틀림없다. 만국의 넷세대여 단결하라!
234p. 이 체제를 바꾸기 위한 방법으로, 약자들이 자기 힘으로 생산함으로써 지금보다 더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줄 새로운 형태의 기술을 도입하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258p. 일단 그는 시가 아니었던 혹은 도저히 시가 될 수 없었던 것들로부터 시를 발견한다.
343p. 현재까지 희생자가 343명에 머문 것은 인류가 운이 좋아서다. 조류 독감 바이러스는 통상적인 독감(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달리 아직까지 호흡기를 통해 사람 대 사람으로 전염되지 않는다. 하지만 한번 종간(조류와 포유류)의 경계를 넘어선 이 바이러스가 또다시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일은 시간문제라고 여러 과학자들이 입을 모은다.
367p. 과학은 진실만을 추구하는 학문이고, 과학적 진리는 절대적이기에 믿음이 진리에 영향을 미칠 수 없으며, 과학을 ‘나쁘게’ 쓰는 사람은 있어도 원래부터 ‘나쁜’ 과학은 없다고 즉 과학은 가치 중립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믿음이 배반당하는 순간이다.
425p. 식사로서의 음식은 일상이지만, 문화와 역사로서의 음식은 인문학이다.